BEAUTY

악플이 너무해?

불평과 비난이 난무하는 소셜 미디어의 댓글 문화. 신종 감찰관들의 레드 카드가 뷰티 브랜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BYELLE2019.12.06
화장품 브랜드들이 곤욕을 치른 한 해였다. 인플루언서가 론칭한 브랜드 V는 곰팡이 호박즙 사태와 부적절한 대처로 피해 소비자들의 제보를 모은 인스타그램 ‘까계정’을 줄줄이 양산했고, D사의 혐한 발언 파문은 노(No) 재팬 운동의 바람을 타고 #잘가요 해시태그 캠페인이 벌어지며 설립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화장품 제조업체인 H 역시 보수 성향의 여성 비하 유튜브 상영 논란으로 주가 하락에 이어 이와 관계를 맺고 있는 국내 브랜드에까지 불똥이 튄 상황. 이렇듯 뷰티 브랜드들이 온라인상의 심판대에 올라 회자되는 것을 지켜보며 집단적 불평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잘못된 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비난하는 콜아웃(Call-out)은 단순히 국내에 국한돼 있지 않다. 미국의 디지털 미디어 리파이너리29(Refinery29)가 선정한 올해의 인플루언서는 에스티런드리(@esteelaundry). 11만 명 이상의 팔로어를 보유한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뷰티 산업의 그늘을 고발하는 가장 파워플한 감시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선정 이유였다. 에스티런드리는 지난가을 미국의 스킨케어 브랜드 S가 직원들에게 브랜드 상품에 대한 호평을 댓글로 남기라고 지시한 사실을 폭로하며 업계의 이목을 끌기 시작, 뷰티 브랜드간의 무분별한 카피와 인종 다양성의 결핍, 차별적인 광고 등을 들춰내는 계정으로 성장했다. “우리의 목표는 뷰티 산업의 허울을 벗기고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것입니다.” 익명의 운영진은 <엘르> 영국을 통해 “기업들이 진정성과 투명성, 지속성에 대해 좀 더 고민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전해왔다. 실제로 F사는 올봄 새롭게 선보이기로 한 하이라이터의 컬러명을 ‘게이샤 시크’라고 지은 것에 대해 에스티런드리의 콜아웃을 받았고 엄청난 반발이 일자 결국 사과문을 내고 상품이 진열되기도 전에 론칭 계획을 철회했다. 비단 10년 전까지만 해도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1:1로 이뤄졌던 고객 응대 방식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진행되는 시대. 소셜 미디어는 누구든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이전의 마케터들이 여론을 거의 신경 쓰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두드린 한 줄의 댓글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브랜드 마케터를 긴장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SNS가 모든 사람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하는 일종의 ‘대나무 숲’이 된 상황에서 긍정적 변화를 일으킬 의견들을 제대로 걸러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로레알 그룹이나 에스티 로더 컴퍼니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정제되지 않은 고객의 불만들을 제품 생산과 마케팅 가이드로 삼기 시작했다. 악플을 일종의 선물로 여기고 이미 판매 중인 제품을 다시 살펴볼 뿐 아니라 새로운 제품개발, 더불어 기업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활용하게 된 것이다. 랑콤이 개인의 피부 톤을 감지하는 맞춤형 파운데이션 믹싱 기계 ‘르 테인트 파티큘리에(Le Teint Particulier)’를 개발한 것 역시 자신의 피부에 정확히 들어맞는 색상을 찾을 수 없다는 고객의 고민에서 착안한 결과다(국내 도입 여부는 미지수).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를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 신뢰를 형성하는 일종의 고객 참여 마케팅 사례는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시트는 피부에 더 잘 붙고, 수분감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으며, 진정 효과가 더 잘 느껴졌으면 한다.’ SNS 댓글과 기존 마스크 팩을 애정하는 고객의 품평을 수집하고 투표를 진행했죠. 기획부터 제형과 제품개발, 론칭까지 고객과 소통한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니스프리 마케팅 담당 임초롱 과장이 밝힌 스킨클리닉마스크 마데카소사이드 메이드바이유의 탄생 비화다. 고객의 참여를 독려, 되려 제품개발에 한몫했다는 자부심과 충성심마저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올초 주근깨 가득한 중국인 모델을 발탁한 Z사의 립스틱 화보가 중국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심었다며 도마 위에 올랐다. 없는 주근깨를 일부로 만들어 화보를 촬영하곤 했던 입장에서 이에 동의할 수 없었다. 모델의 진짜 주근깨는 충분히 아름다웠고, 되레 외모 지적이 상처가 되진 않을지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몇 달 전 C사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재된 아이 컬렉션 영상도 그렇다. 아이섀도를 바른 서로 다른 인종의 모델 중 동양인만 눈을 감고 있는 장면을 두고 인종차별이다, 아니다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단순히 쌍꺼풀이 없는 모델이 바른 연출법과 아이섀도 컬러를 보다 잘 보여주기 위함은 아닐까, 하는 것이 에디터의 사견이지만 ‘왜 동양인만 눈을 감은 건데? 안 사!’ ‘쌍꺼풀이 있는 동양인 모델을 발탁했어야지!’ 등의 댓글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댓글 더 보기’ 버튼을 재차 눌렀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처럼 수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악플 문화. 이를 통해 우리는 자신과 사용하는 제품, 이를 만드는 기업, 또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거울로 비춰 보게 됐다. 악플이 비난과 조언 사이 어딘가에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는 비난을 위한 비난이 되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하고, 브랜드 역시 악플의 순기능과 역기능 사이에서 이를 현명하게 저울질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