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것만은 꼭 하고 말래요!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두 달 후면 2010년도 안녕. 안녕하기 전에 이것만은 꼭 갖고 싶어요. 이것만은 하고 말래요. 이러쿵저러쿵 미뤄온 사연도 오늘로 안녕. '엘르걸' 우편함에 도착한 20개의 리스트를 공개합니다. ::갖고 싶다,우편함,우편함,리스트,갖고 싶다.,엘르걸,엘르걸,엘르,엣진,elle.co.kr:: | ::갖고 싶다,우편함,우편함,리스트,갖고 싶다.

빈티지 타자기편의를 위해 사라져가는 것들. 간편화된 프로세스가 아닌 조금 시간을 들이는 공정에서 잊고 있던 감정들을 되살려주는 물건들에 항상 마음이 간다. 그런 이유로 예전부터 수동 타자기를 한 대 장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항상 마음속 1순위는 올리베티사의 마르첼로 니촐리가 디자인한 ‘LETTERA 22’이다. 1950년에 제작된 포터블 타자기로 기능에 충실하고 아름답다. 적당한 빈티지 제품을 찾는 데 이리저리 시간을 많이 보내왔는데, 올해는 해가 바뀌기 전에 꼭 자판을 두드리는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 김수랑·아티스트 슬레이 벨스 공연얼마 전 알게 된 슬레이 벨스(Sleigh Bells)의 플레이를 직접 보고 싶다. ‘노이즈 일렉트로닉 팝 듀오’라 알려진 이들은 기타와 보컬이 어우러진 아주 희한한 음악을 퍼붓듯이 들려준다. 그들의 음악을 듣고 손가락만 까딱거리거나 고개만 끄덕일 수는 ‘절대 절대’ 없다. 그들의 라이브 연주에 맞춰 정신 한 번 제대로 놓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빠른 시일 내에 그들이 와준다면 그 어떤 일도 뒤로 하고 영접하러 간다! 오주연· 패션 에디터 한 달간 소비 절제 운동죽어라 벌어서, 죽어라 사고, 죽어라 버린다. 어느 현자의 비꼼이다. 죽어라 벌진 않아도 죽어라 쇼핑해온 나. 히키코모리도 울고 갈 내 방을 보면 도대체 이 물건들은 다 뭔가 싶다. 이들 중 날 여전히 기쁘게 하는 물건은 몇 없다. 소비하지 않는 한 달을 보내고 싶다. 가난한 주머니 때문은 아니다. 어느 다큐를 봤다. 한 달간 소비를 멈춘 3인이 더 행복해졌더라. 다큐가 거짓말하겠나. 하려나? 김나랑· 피처 에디터 다람쥐지난 4월에 15년간 함께 살던 개가 죽었다. 다시 개를 기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외려 죽은 개를 더 생각하게 될까 봐 그만두었다. 개가 사라지고 나니 적적함이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다람쥐를 기르기로 했다. 여행을 갈 때도 셔츠 주머니에 넣어 데리고 갈 수 있고, 견과류를 좋아하는 취향도 나와 비슷하다는 점이 맘에 든다. 그러나 다람쥐를 구하기는 쉽지가 않다. 어쩌면 내년 번식기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올겨울에는 다람쥐를 위한 담요를 뜨개질하며 보낼 것 같다. 한유주·소설가 오페라 세트 마스터하기2010년에 대한 나의 기억은 ‘세트 스타일리스트 김민선’이라는 명함에 대한 설렘과 떨림으로 요약된다. 그 떨림과 동시에 항상 나를 긴장하게 하는 것은 ‘새롭고 남다른 나만의 것’에 대한 갈증. 그런데 요즘 들어 ‘새로운 것’은 오히려 ‘오래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클래식 중에서도 오페라의 무대 세트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남은 두 달, 고전 오페라들을 하나씩 찾아 보며 2011년 더욱 새롭게 발전한 모습의 나에게 다가가는 시간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김민선·세트 스타일리스트 여권 홀더올여름 해외로 휴가를 떠나며 다짐했다. ‘이번엔’ 기필코 여권 홀더를 사리라! 항상 갖고 싶지만 특별히 해외를 나갈 일이 없을 땐 가격이 부담스러워 선뜻 구매가 꺼려지는 아이템. 그래서인지 어머니께서 증정 기프트로 받아다 주신 패브릭 소재 기하학적(?) 패턴의 여권 홀더가 신경 쓰이면서도 막상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그래서 휴가에서 돌아오자마자 빈티지한 가죽 소재의 여권 홀더를 ‘찜’해두었다. 이제 기분 좋게 올겨울 해외여행 일정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김가빈·‘닐바렛’ 홍보 담당자 30세 기념 연말여행 아, 내년이면 드디어 나이 앞자리 숫자가 ‘3’이 된다. 짝짝짝. 언제부턴가 연말이 되면 새해가 시작되는 기쁨보다 한 살 더 먹는다는 스트레스로 깊은 우울 모드에 돌입하곤 했다. 바깥 생활을 스스로 차단하는 ‘왕따 시간’도 자연스러운 결과. 그래서 스물아홉 살이 되던 첫날, ‘올해 마지막 날은 무조건 한국에 없으리라’는 굳은(!) 결심을 했다. 따뜻한 나라에서 즐기는 뜨거운 첫날도, 화려한 트리 장식이 한창일 뉴욕에서의 첫날도 좋다. 무조건 떠나 내 옆의 누군가와 함께 해피 뉴 이어 키스를 나누며 ‘아, 판타스틱 마이 라이프!’를 외칠 타국행 티켓 손에 넣기! 노승미·‘H&M’ 홍보 담당자 라이카 카메라한동안 지인에게서 얻은 구형 DSLR 카메라에 중고 렌즈를 끼워 종횡무진 돌아다녔다. 시선의 불편함이 없는 풍경들과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빛깔에 카메라를 들이대곤 했다. 그러다 시들해져버렸다. 묵직하게 어깨를 누르는 카메라의 무게가 놀이의 즐거움을 희석시켰기 때문. ‘Leica V-Lux 20’을 발견한 것은 그쯤이다. 총집에서 날렵하게 빠져나오는 건맨의 피스톨처럼, 무작위 사진 찍기에 적합한 성능과 사이즈의 카메라. 여자친구보다 더 사랑하는 술 먹기를 자제 중이다. 가을이 가기 전에 녀석을 포켓에 넣을 계획이다. 김태훈·팝 칼럼니스트 스틸 드럼캐리비언 제도, 트리니다드토바고가 발생지인 악기다. 딱히 전통 악기는 아니다. 나무 망치로 스틸 드럼(통)을 두드리고, 그것을 잘라내 만든다. 돈 대신 상상력으로 음악을 호명했다. 쇳덩이가 본성을 잊은 채 영롱한 소리로 답했다. 올여름, 3킬로그램 하는 빈 커피 깡통을 두드려 스틸 드럼을 만들어봤다. 비슷하게는 됐는데, 음정이 정확하지 않았다. 완제품이 꽤 고가지만, 올가을에 하나 살 생각이다. 맥주가 뭐였는지만 잊어버리면 살 수 있다. 정우영· 피처 에디터 서핑 보드서핑을 처음 시작한 건 2007년 시드니의 본다이 비치. 경험도 없는 나는 무작정 보드를 렌트해 바다로 뛰어들었고 멋지게 파도 위에서 춤추는 사람들 사이에서 1시간 넘게 보드 위엔 팔만 올리고 물속에서 다리만 굴렸다. 2009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며 했던 ‘꼭 간지 서퍼가 되어 돌아오리라!’는 다짐은 가난한 유학생에겐 개념 없는 생각이었을 뿐이었고. 이제 한국으로 돌아왔으니 올해 안에 꼭 나만의 보드를 마련해 거친 겨울 파도 위에서 유연하게 춤을 추며 즐겨보고 싶다. 275C·아티스트 어쿠스틱 기타‘슈퍼스타 K’ 두 번째 시즌에서 맛깔스러운 기타 연주를 선보이며 열창하는 장재인과 김지수를 볼 때마다 내 마음속에선 ‘다시 기타 치고 싶다’는 열망이 되살아난다. 지금은 화려한 ‘신상’에 열광하는 패션 에디터지만, 나도 한때는 음악 잡지 과 좋아하는 뮤지션의 신보 앨범을 애타게 기다리던 열혈 ‘록 키드’ 였으니까. 때마침 꺼져 있던 열정이 되살아나기 시작했으니 그 불씨가 꺼지기 전에 깨끗한 울림을 내는 어쿠스틱 기타를 사서 손가락에 굳은살 박이도록 연습할 일만 남았다. 박정희· 패션 에디터 밀린 책 읽기밀린 숙제도 아니고 밀린 책은 뭐냐고? 보드라운 새틴 소재의 분홍 리본으로 천천히 태엽을 감는 듯했던 달콤한 유예의 시기가 끝나고 시작된 사회생활. 못해도 한 달에 네댓 권은 읽고, 마감 막바지를 틈탄 독서는 꿀맛이지만 갈수록 책이 아쉽다. 맘 잡고 단골 카페나 가야 ‘독서다운 독서’를 하지만 그런 ‘100퍼센트의 날’은 한 달에 하루 이틀뿐이니까. ‘미리’ 사는 것이 아니라 ‘빨리’ 살아버리는 듯한 황망함에 심신이 지칠 때, 글자들이 펼치는 지도를 따라가다 보면 미로 속에서 빠져나와 거울 앞에 선 기분이 든다. 올해가 가기 전에 ‘읽으려다 못 읽은’ 반납 리스트의 책들을 읽어야지. 아, 생각만 해도 마음이 부르다. 유주희· 피처 에디터 머큐리얼 베이퍼 수퍼 플라이Ⅱ호날두나 즐라탄의 수비수 앞에서 순간적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건, 물론 걔들이 잘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머큐리얼 시리즈 덕분이기도 하다. ‘머큐리얼 베이퍼 수퍼 플라이Ⅱ’는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축구화다. 나이키는 기능성 슈즈를 만들 때마다 선수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눈다. 선수들의 바람을 온전히 구현하는 게 그들의 목적이다. 머큐리얼 시리즈가 새로 나올 때마다 속으로 말한다. ‘이것보다 더 좋은 축구화가 있을까?’ 비웃듯, 나왔다. 이것만 신으면 우리 동네에서 축구를 가장 잘하는 미남 총각이 될 것 같다. 이우성· 피처 디렉터 전집1999년, 20대의 절반, 군대도 다녀왔으니 사람 되어보자고 다짐했지만 별 수 없이 ‘잉여’였다. 그때 을 읽었다. 20세기답게 ‘빌려’ 읽었다. 만화로 인생을 배울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연재 중인데 단행본으로 28권, 애장판으로 12권이 나왔다. 조만간 전집을 살 예정이다. 30대의 절반, 무려 21세기지만 아직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차우진·대중문화평론가 빈티지 매거진 매거진의 카피본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리처드 아베돈, 헬뮤트 뉴튼 같은 살아 있는 전설들이 찍은 환상적인 사진들이 수놓인 아름다운 매거진. 뿐만 아니라 레이아웃도 굉장히 독특하다. 이 책을 펼쳐 아무 페이지나 뜯어서 액자로 만들어 벽에 건다면, 그 자체로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을 만큼.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서점과 온라인 스토어까지 찾아봤지만 이젠 컬렉터들의 소장품이 되어버렸다. 피터 애쉬 리· 매거진 편집장 넷하드‘NAS’, 혹시 들어본 적 있는지? 하드디스크가 두 개쯤 들어 있는 조그만 기기다. 집에 설치해놓으면 PC 내의 데이터를 백업해놓을 수 있고, 와이파이를 통해 아이폰이나 PMP로 실시간 음악 감상이 가능하며, 거실의 TV로 영화도 볼 수 있게 해준다. 거기다 웹하드 기능까지…. 집에 설치해두었다 해도 블루레이 플레이어, 웹하드, 외장형 하드가 항상 내 머리 위에 둥둥 떠 있는 셈. 김재희·MBC 라디오 피디 ‘오지은과 늑대들’ 단독 공연현재 ‘오지은과 늑대들’의 싱글 앨범에 이은 정규 앨범을 열심히 준비 중이다. 앨범 발매는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11월 중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직 단독 공연의 정확한 날짜도 잡히지 않은 바람 앞의 등불 같은 팀이지만, 그래도 첫 번째 공연 날에는 반드시 ‘오늑’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떼창을 하며 신나는 스탠딩 공연을 하고 싶다. 오지은·뮤지션 사진 일기 쓰기일기는 누구나 쓴다. 하지만 사진 일기는 매일같이 사진을 찍어야 한다. 나 역시 카메라를 매일 들고 다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더라. 그래서 올해가 가기 전에 ‘2010년의 마무리’라는 주제로 나만의 사진 일기를 만들고 싶다. 사진마다 연필로 간단한 코멘트를 남기는 것은 필수. 내 감성지수라면 어느 디자이너의 이미지북 못지않게 멋진 작품이 되지 않을까? 이 빈·아트 디자이너 비수기 도쿄행 항공권비수기 항공권이 아무리 싸다 해도, 스케줄이다 뭐다 맞추다 보면 막상 ‘비수기에 여행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여름이나 겨울이 아닌 가을의 도쿄는 어떤 느낌일까? 11월에 열리는 ‘도쿄 디자인 페스타’ 일정에 맞춘 도쿄행 항공권을 갖고 싶다. 비수기 여행, 나 같은 프리랜스 아티스트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니까! 오세라·아티스트 내 맘대로 백지 티켓장소는 미정.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환영이다. 바람은 어디서나 불고, 나에겐 바람을 모실 폐와 두 다리가 있으니까. 뭔가 꼭 봐야 한다거나, 해야 한다는 의무감은 버리고 천천히 걷기. 비수기 여행지의 고요와 사귀기. 고요한테 반하기. 반한 다음 촐랑대기. 그것으로 족하기. 김애란·소설가*자세한 내용은 엘르걸 본지 11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