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ambattista VallixH&M’ 컬렉션 피날레를 장식한 ‘발리 걸스’와 ‘발리 보이즈’.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아이코닉한 드레스와 첫 번째 남성복 피스들은 스타일에 따라 자유롭게 믹스매치할 수 있다.
‘합리적 가격으로 하이패션을!’ 올해로 19번째를 맞은 ‘H&M 게스트 디자이너 컬래버레이션’의 주인공은 로맨틱한 쿠튀리에 지암바티스타 발리(Giambattista Valli)다. 그들의 신박한 만남은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 프리 컬렉션을 공개하면서부터 패션계에 신선한 영감을 불어넣었다. 로마 시내에 있는 H&M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만난 그는 “H&M과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정반대인 부분도 있었죠. 하지만 컬렉션이 완성된 후 우리는 환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원래 성격이 반대인 커플이 만나면 더 잘 맞기도 하잖아요. 저희가 그랬어요. 저에겐 새로운 도전이었죠”라며 소감을 전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의 고향인 로마에서 진행돼 더욱 의미가 깊다. “로마가 갖고 있는 웅장한 느낌을 원했어요. 한편으로는 방랑자적인 관점도 담고 싶었죠.” 아름다운 예술품이 시선이 닿는 모든 곳에 자리하고, 벽을 타고 천장까지 회화로 꽉 찬 로마의 역사적 명소 ‘도리아 팜필리 궁전(Villa Doria Pamphili)’을 고른 것도 같은 이유다. 웅장함 속에 깃든 로마 특유의 무심함, 자유로운 감성이 묘하게 어우러지는 궁전의 조명이 어두워지자, 핑크 컬러의 튈 드레스를 입은 켄덜 제너가 당찬 걸음으로 쇼를 시작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클래식 협주곡과 빠른 비트의 힙합 음악이 변주된 런웨이에는 톱 모델들 사이에 플러스 사이즈 모델과 오픈 캐스팅으로 섭외된 로마 시민들이 등장해 쇼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지암바티스타 발리에게 이 프로젝트는 첫 번째 컬래버레이션이자 최초로 선보인 남성 컬렉션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남성 컬렉션은 여성복의 디테일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는데, ‘발리 보이즈’가 여자친구의 옷장을 열고 뭘 입을까 고민하는 이야기를 위트 있게 풀어낸 발상이 인상적이었다. 이 컬렉션을 통해 그는 잘 재단된 테일러드 재킷부터 후디드 티셔츠와 조거 팬츠, 저지 소재와 튈, 레이스, 진주와 주얼 장식, 타이다이 프린트와 플라워 모티프를 넘나들며 다양한 영감을 쏟아냈다. 드레스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이 젠더리스 스타일이라 성별과 나이를 넘어, 취향에 따라 믹스매치가 가능하다. 그의 말처럼 정반대되는 매력이 만나 특별한 컬렉션을 완성했다.
화려한 쿠튀리에로 살아온 디자이너의 웨어러블한 터치는 H&M과 손잡았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늘 이야기하지만 제 작업은 50%에 불과해요. 나머지 50%는 누가 입는가에 달려 있어요.” 그는 지금이라도 당장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PROJECT♥’를 검색해 자신의 옷을 입은 사람들의 스타일을 보고 싶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가 디자인한 100여 가지 아이템은 11월 7일,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되어 이전 프로젝트처럼 ‘완판’ 기록을 이어갔다. H&M의 선물 같은 프로젝트의 다음 디자이너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