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 디자이너 안토니아 밀레토의 아뜰리에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매일 아침, 16세기에 지어진 가옥에서 일어나 곤돌라를 타고 대운하를 지나 보석이 가득한 아뜰리에로 향한다. | 이탈리아,베니스,주얼리,디자이너,안토니아 빌레토

  16세기에 지어진 주택 2층 거실. 소파는 주문 제작한 것. 벽에 걸린 19세기 그림 두 점은 나폴리에서 구입했고, 창가에 놓인 흑단 코끼리 조각상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다. 밀레토와 반려견 테오는 매일 아침 곤돌라를 타고 대운하를 횡단하여 베니스의 산마르코 광장에 있는 매장에 간다. “제 삶의 장점과 비극이 바로 이거예요.” 안토니아 밀레토(Antonia Miletto)가 말한다. “거기에 있을 때는 여기에 있고 싶고, 여기에 있을 때는 거기에 있고 싶어요.” 만약 그녀와 내가 ‘거기’ 이탈리아 베니스에 있었다면, 우리는 밀레토의 주얼리 매장에서 멀지 않은 캄포 산토 스테파노 광장에 자리한 낭만적인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 뉴욕에 있다. 밀레토는 주얼리 스케치 수업을 받기 위해 한 달 동안 시내에 머물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매디슨 애버뉴에 있는 카페에 가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밀레토는 늘 그렇듯 빈티지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묵직한 골드 체인 반지를 끼고 있었다. 그녀는 이 다이아몬드가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커다란 블랙 글라스 인탈리오(음각 장식)가 특징인 새로운 디자인의 반지도 착용했는데, 이는 로마에서 구입했다. 베니스 산타 크로체에 있는 3층짜리 타운 하우스, 집 안 곳곳을 채운 가보와 그녀가 수집한 보물들(빈티지 다이아몬드, 청동 코뿔소 조각상, 나폴리의 드로잉, 카니발 드레스를 입고 있는 외가의 초상화, 앤티크한 유리 샹들리에 등)은 밀레토가 어떻게 살고, 창작해 왔는지 찬찬히 보여준다. “나는 이 집의 인테리어가 완성됐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집 안에 자리한 물건은 내가 평생에 걸쳐 ‘만났거나 발견한’ 것들이에요. 내가 주얼리를 만드는 방식이기도 하죠.” 로마에서 태어난 밀레토가 베니스를 처음 만난 것은 여섯 살 때였다. 가족과 함께 베니스에 놀러온 어린 밀레토는 엄마의 손을 꼭 잡고 “나중에 엄마가 늙으면 이곳에 데리고 와서 임종을 맞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섬뜩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여행 작가 쟌 모리스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 도시를 이렇게 썼다. “베니스의 이야기는 평범한 것이 하나도 없다. 베니스는 위험하게 태어났고 위대하게 살았다.” 밀레토의 스토리는 마법의 도시 베니스에 대한 또 다른 증거다. “뭐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나는 늘 이 도시에 마음이 끌렸어요.”   2층 거실에는 약 1800년에 제작된 테이블 위에 앤티크 버펄로 뿔 장식품이 놓여 있다. 신고전주의 양식의 샹들리에는 프랑스 제품이고, 대형 그림은 밀레토의 할머니와 형제자매를 그린 1925년 작 초상화다. 작업실에 놓인 책상은 루사이트(반투명 합성수지)와 유리 상판을 결합해 만들었다. 사이드 테이블은 카르텔, 램프는 필립 스탁 제품. 벽에 걸린 미술품은 저스틴 브래들리(Justine Bradley) 작품이다. 밀레토가 디자인한 주얼리가 빈티지 보석 제품과 함께 전시돼 있다. 밀레토 매장에 진열된 1860년대산 흑단 펜던트. 다락에 있는 게스트 룸. 바닥에 깔린 러그는 페르시아 제품이다. 밀레토가 닥스훈트 테오와 함께 계단에 앉아 있다. 다락방 창문에서 보이는 전망. 16세기 궁전인 카트론과 야자수들이 보인다. 안락의자는 1940년대 이탈리아산, 앤티크한 책상은 중국산으로 1900년경에 제작됐다. 왼편에 걸린 거울은 베니스에서 구입했다. 대학을 가기 위에 베니스를 찾은 그녀는 전 남편 알바노 구아티(더 이상 부부는 아니지만 화가인 그의 작품은 여전히 그녀의 집 벽면에 걸려 있다)와 결혼하며 이 도시를 떠나기 전, 지금 사는 주택의 한 층을 구입했다. 그 후 수년에 걸쳐, 나머지 두 층도 사들였다. “정원이 보이는 전망 때문이었어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창문이 모두 카트론(Ca’Tron)을 향해 있어요. 옛 궁전으로, 이제는 베니스 건축대학의 일부분인 건물이죠. 그리고 야자수와 새들도 있어요. 5월에는 보리수 나무에서 풍기는 향기가 아주 굉장해요.” 거실에 놓인 레드 소파는 그녀가 이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레드는 내가 좋아하는 컬러 중 하나예요. 레드, 오렌지, 옐로 등 강렬한 색상을 좋아해요. 단, 블루만 빼고요.” 밀레토의 주얼리 디자인과 홈 인테리어의 연관성은 ‘태양의 컬러’에만 있지 않다. 정원이 바라보이는 창턱에 1920년대 흑단 코끼리 조각상이 있는데, 밀란에 있는 증조할머니 아파트에서 가져온 것이다. “여동생이 다른 하나를 갖고 있어요. 어린 시절에는 이 조각상이 아주 크다고 생각했어요.” 밀레토가 주얼리 컬렉션에 흑단나무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이 코끼리가 영감을 준 것일까? “어쩌면, 아마도요!”라고 그녀는 답한다. 언제나 자신만의 분위기를 풍기는 밀레토의 스타일은 ‘한 끗’의 효과로 더욱 돋보인다. 나와 마주앉은 그녀는 그레이 컬러의 심플한 캐시미어 스웨터를 입었고, 거의 노 메이크업 상태였다. 금발을 우아하게 귀 뒤로 넘기니, 빈티지 다이아몬드 귀고리 한 쌍이 은밀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과장되지 않은, 그렇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룩이다. 우리가 앉아 있는 카페 테이블 아래, 밀레토의 카무플라주 토트백 안에는 ‘테오’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녀가 사랑하는 닥스훈트 테오는 결코 주인 곁을 떠나지 않는다. 베니스에 있을 때도, 테오는 매일 아침 그녀와 함께 곤돌라를 타고 아틀리에로 향한다. “베니스는 디즈니랜드가 아니에요. 이곳에 삶의 터전을 둔 사람들로 이뤄진 친밀한 공동체가 있어요. 나는 매일 대운하를 횡단해서 일터에 가요. 퇴근 후에는 배를 타고 다른 섬에 갈 수도 있어요. 혹은 운하 변에 있는 가게에서 술 한 잔을 걸칠 수도 있죠. 나는 거의 저녁 때가 돼서야 귀가해요. 베니스에서는 절대 혼자가 아니랍니다.” 마침 테오가 긍정하듯 ‘멍멍’ 큰소리로 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