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세기에 지어진 주택 2층 거실. 소파는 주문 제작한 것. 벽에 걸린 19세기 그림 두 점은 나폴리에서 구입했고, 창가에 놓인 흑단 코끼리 조각상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다.

밀레토와 반려견 테오는 매일 아침 곤돌라를 타고 대운하를 횡단하여 베니스의 산마르코 광장에 있는 매장에 간다.
밀레토는 늘 그렇듯 빈티지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묵직한 골드 체인 반지를 끼고 있었다. 그녀는 이 다이아몬드가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커다란 블랙 글라스 인탈리오(음각 장식)가 특징인 새로운 디자인의 반지도 착용했는데, 이는 로마에서 구입했다. 베니스 산타 크로체에 있는 3층짜리 타운 하우스, 집 안 곳곳을 채운 가보와 그녀가 수집한 보물들(빈티지 다이아몬드, 청동 코뿔소 조각상, 나폴리의 드로잉, 카니발 드레스를 입고 있는 외가의 초상화, 앤티크한 유리 샹들리에 등)은 밀레토가 어떻게 살고, 창작해 왔는지 찬찬히 보여준다. “나는 이 집의 인테리어가 완성됐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집 안에 자리한 물건은 내가 평생에 걸쳐 ‘만났거나 발견한’ 것들이에요. 내가 주얼리를 만드는 방식이기도 하죠.” 로마에서 태어난 밀레토가 베니스를 처음 만난 것은 여섯 살 때였다. 가족과 함께 베니스에 놀러온 어린 밀레토는 엄마의 손을 꼭 잡고 “나중에 엄마가 늙으면 이곳에 데리고 와서 임종을 맞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섬뜩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여행 작가 쟌 모리스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 도시를 이렇게 썼다. “베니스의 이야기는 평범한 것이 하나도 없다. 베니스는 위험하게 태어났고 위대하게 살았다.” 밀레토의 스토리는 마법의 도시 베니스에 대한 또 다른 증거다. “뭐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나는 늘 이 도시에 마음이 끌렸어요.”

2층 거실에는 약 1800년에 제작된 테이블 위에 앤티크 버펄로 뿔 장식품이 놓여 있다. 신고전주의 양식의 샹들리에는 프랑스 제품이고, 대형 그림은 밀레토의 할머니와 형제자매를 그린 1925년 작 초상화다.

작업실에 놓인 책상은 루사이트(반투명 합성수지)와 유리 상판을 결합해 만들었다. 사이드 테이블은 카르텔, 램프는 필립 스탁 제품. 벽에 걸린 미술품은 저스틴 브래들리(Justine Bradley) 작품이다.

밀레토가 디자인한 주얼리가 빈티지 보석 제품과 함께 전시돼 있다.

밀레토 매장에 진열된 1860년대산 흑단 펜던트.

다락에 있는 게스트 룸. 바닥에 깔린 러그는 페르시아 제품이다.

밀레토가 닥스훈트 테오와 함께 계단에 앉아 있다.

다락방 창문에서 보이는 전망. 16세기 궁전인 카트론과 야자수들이 보인다.

안락의자는 1940년대 이탈리아산, 앤티크한 책상은 중국산으로 1900년경에 제작됐다. 왼편에 걸린 거울은 베니스에서 구입했다.
언제나 자신만의 분위기를 풍기는 밀레토의 스타일은 ‘한 끗’의 효과로 더욱 돋보인다. 나와 마주앉은 그녀는 그레이 컬러의 심플한 캐시미어 스웨터를 입었고, 거의 노 메이크업 상태였다. 금발을 우아하게 귀 뒤로 넘기니, 빈티지 다이아몬드 귀고리 한 쌍이 은밀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과장되지 않은, 그렇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룩이다. 우리가 앉아 있는 카페 테이블 아래, 밀레토의 카무플라주 토트백 안에는 ‘테오’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녀가 사랑하는 닥스훈트 테오는 결코 주인 곁을 떠나지 않는다. 베니스에 있을 때도, 테오는 매일 아침 그녀와 함께 곤돌라를 타고 아틀리에로 향한다. “베니스는 디즈니랜드가 아니에요. 이곳에 삶의 터전을 둔 사람들로 이뤄진 친밀한 공동체가 있어요. 나는 매일 대운하를 횡단해서 일터에 가요. 퇴근 후에는 배를 타고 다른 섬에 갈 수도 있어요. 혹은 운하 변에 있는 가게에서 술 한 잔을 걸칠 수도 있죠. 나는 거의 저녁 때가 돼서야 귀가해요. 베니스에서는 절대 혼자가 아니랍니다.” 마침 테오가 긍정하듯 ‘멍멍’ 큰소리로 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