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단절, 언택트 서비스에 대하여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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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단절, 언택트 서비스에 대하여

연애에도 '밀당'이 있듯, 소비자와의 관계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법.

ELLE BY ELLE 2019.11.21
 
가끔 ‘혼밥’과 ‘혼술’을 즐긴다. 요즘 시대에 ‘혼자’는 더 이상 외로움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장점이 더 많다. 대화할 필요 없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택시를 탈 때 조금은 느려도 고요한 ‘타다’를 선호하고, 매장 내 직원 눈치를 볼 필요 없는 인터넷 쇼핑을 즐기며, 마트를 가지 않은 지도 오래다. 2019년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소비 키워드는 이처럼 ‘조용함’ 아닐까. 조용한 소비를 일컫는 무인 시스템은 금융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시행됐고, 기술 발전으로 자연스러운 흐름이 된 이런 현상은 ‘언택트(Untact)’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뷰티 마케팅 트렌드의 하나로 부상했다. 접촉을 뜻하는 ‘Contact’와 부정의 의미가 있는 ‘Un’이 합쳐져 판매자와 소비자가 대면하지 않고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신조어로 자리한 것. 일찍이 이니스프리는 매장 내에 ‘혼자 볼게요’ 바구니를 마련해 언택트 마케팅에 성공했고, 이를 계기로 3월부터 동대문 DDP에 스마트 기기를 적극 도입한 무인 매장 ‘셀프 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쇼핑의 처음과 끝을 고객 스스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포인트로, 피부 톤에 맞는 파운데이션을 찾아주는 셰이드 파인더, 스마트 미러에 얼굴을 비추면 가상 메이크업을 해주는 유캠, 무선 주파수 인식 장치 기술이 도입된 셀프 카운터는 결제와 자동 포장을 돕는다. 이니스프리뿐이 아니다. 올리브영은 제품을 테이블에 올려놓기만 하면 상세한 정보와 위치를 알려주는 스마트 테이블을 마련했고, 에스티 로더는 다양한 립 제품을 발라보지 않고도 꽤 정교하게 표현되는 증강현실(AR) 메이크업과 일부 SMC(Special Multi Channel) 매장에서 자신의 컬러를 정확히 알고 있는 재구매 고객들을 위한 자판기를 운영하는 고객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샤넬 역시 일본 긴자 식스 매장에 립스틱 자판기를 설치해 화제가 됐다). ‘Lush Lab’이라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제품을 스캔하면 가격과 성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는 러쉬는 제품 사용 모습을 영상으로 대체해 배스 밤 시연에 사용되는 물의 양을 줄여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의 신념과 가치를 알리기까지. 불필요한 정보는 차단하고 자신이 원하는 접촉만 허락(?)하는 언택트 서비스는 1인 가구 급증과 사람보다 디지털이 편한 1020 세대의 영향으로 더욱 발전할 전망이다. 누구의 개입 없이 느긋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고 꼭 구입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없어 소비자로서 나 역시 이런 서비스에 적극 찬성한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온라인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매장 방문의 이유가 되죠. 일일이 제품을 바르고 지우기를 반복하지 않아도 손쉽게 제품을 찾을 수 있고 체험에 이어 SNS로 공유하는 즐거움까지 갖췄죠. 위생상의 문제도 없고요. 더 이상 나에게 맞는 컬러를 찾는 데 있어 ‘감’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요. 체험 후 만족한다면 매출로도 이어질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도 합니다.” 에스티 로더 PR팀 한석동 차장의 설명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절감과 함께 빅 데이터를 쉽게 수집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하지만 세일즈로 연결하기보다 고객을 위한 체험 제공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것이 브랜드 담당자들의 공통 의견이다. 언택트 서비스에 대한 우려도 있다. 주문과 결제가 잘못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하는 중년층과 장애인을 위한 방안, 일자리 감소 문제까지.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인력이 필요하지 않은 곳은 기술로 대체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이 필요한 곳에는 인력을 병행해야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말한 이니스프리 셀프 스토어는 무인 매장 시스템을 어려워하는 고객이 도움 벨을 누르면 상주하는 직원이 나와 안내하는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여기서 포인트는 소비자가 먼저 다가오게 했다는 것. 연애에도 ‘밀당’이 있듯, 소비자와의 관계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법. 과한 친절이 부담스럽고 말이 없는 것이 오히려 친절로 다가오는 시대에 점점 확산되는 언택트 서비스를 지혜롭게 활용하되 대체할 수 없는 부분에서는 사람이 해결하는 시스템이 병행돼야 하지 않을까. 결국 사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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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김지혜
    사진 GETTYIMAGESKOREA
    디자인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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