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정체성으로 무장한 패션 디자이너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한국과 중국, 베트남 그리고 남아프리카 공화국. 다양성의 공존 속에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갖춘 디자이너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 중국,디자이너,디자이너 김인태,브랜드 이름,파리 패션위크

 ━  COMMISSION   아시아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커미션은 베트남 출신의 휴 릉(Hyu Luong)과 딜란 차오(Dylan Cao), 한국 출신의 진 케이(Jin Kay)가 ‘트리오 파워’를 앞세워 동시대 워킹 우먼을 위한 옷을 디자인하는 브랜드다.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만난 디자이너들은 패션계가 정립한 ‘아시아적’ 스타일의 한계에 대해 만난 순간부터 이야기했다. 용과 봉황 등으로 점철된 획일화된 이미지를 벗고 아시아의 심미안을 새롭게 구축하길 원한 그들은 개인과 밀접한 일상으로 시선을 돌려 엄마의 80~90년대 옷장을 살폈다. “우리 삶에서 엄마의 옷 입는 방식은 중요한 기억으로 자리해요.” 안감이 보이게 의도적으로 연출된 스커트는 휴 릉이 엄마가 오토바이를 탔을 때 한쪽 치마가 올라갔던 모습을, 과장된 플라워 프린트는 집 안에 있던 소파 덮개나 식탁보를 떠올리며 디자인했다. 분명한 아이텐티티가 담긴 이미지 전달을 위해 룩북도 아시아계 스태프들과 만든다.    ━  KWAIDAN EDITIONS   2016년에 레이블을 론칭한 후 2018년 LVMH 프라이즈 결선에 올랐던 카이던 에디션스.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에서 만난 베트남계 미국인 훙 라(Hung La)와 프랑스 알자스에서 자란 레아 디클리(Le′a Dickely) 부부가 선보이는 브랜드로 런던을 베이스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 컬렉션을 보면 요즘 여자들이 원하는 날 선 감각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발렌시아가와 셀린에서 이력을 쌓은 훙 라와 알렉산더 맥퀸, 릭 오웬스에서 실력을 키운 레아 디클리의 탄탄한 내공이 있기에 가능했다. 재킷과 셔츠, 테일러드 팬츠 등 베이식 패션에 네온 컬러나 실키한 소재 접목 등으로 반전 매력을 선사하는 두 디자이너의 뛰어난 감각. 일본 공포영화 <괴담 Kwaidan>에서 따온 브랜드 이름처럼 한 번 보면 잊기 힘든 강렬한 잔상이 브랜드를 기억하게 만든다.     ━  KIMHÉKIM   2014년 자신의 본관을 딴 ‘김해김’ 브랜드를 선보인 디자이너 김인태. 이번 2020 S/S 시즌, 그가 파리 패션위크 공식 스케줄에 이름을 올렸다. 셀카봉을 들고 뻔뻔하게 셀피를 찍으며 등장하는 모델, 수액 링거를 맞으며 등장하는 모델 등 이색적인 장면은 비아냥 어조가 담긴 ‘관종(관심 종자)’에서 힌트를 얻은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다. ‘좋아요’를 받기 위해 관종이 된 사람들이 ‘나는 관종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는 모습을 보고 ‘쿨’하게 즐기라는 메시지와 함께 SNS 시대가 불러온 사회적 분위기를 전달한 것. 피날레가 끝나고 활기차게 무대로 뛰어나와 인사하는 디자이너를 보며 만족스러운 컬렉션임을 알 수 있었다. 브랜드 시그너처인 ‘KIMHE–KIM’ 프린트 티셔츠와 엘르 패닝도 사랑한 커다란 리본 장식의 드레스 등 젊은 감성 속에 색색의 오간자 룩은 한복의 아름다움을 도회적으로 알리는 디자인으로 재해석됐다.    ━  RUI ZHOU   여러 신진 디자이너들이 자신만의 개성과 창의력을 앞세워 등장하지만 모래알 속 진주처럼 보석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내건 루이 주(Rui Zhou)는 브랜드 명을 가려도 그녀의 컬렉션임을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확실한 개성을 갖추고 있다. 중국에서 학사를 마친 뒤 뉴욕으로 넘어와 2019 S/S 시즌, 파슨스 MFA 쇼 오프닝 무대를 통해 데뷔한 그녀의 독보적 장기는 니트의 재해석. 제2의 피부처럼 피부에 밀착되는 탄성 있는 니트가 몸과 옷의 경계를 채우는 도구로 작용하며 관능적이고 드라마틱한 분위기의 니트 룩을  선보였다. 니트와 니트의 불규칙적인 레이어드를 통해 독창적인 디자인을 전개하는 디자이너. 옷을 연결하는 진주는 어머니에 대한 은유로 디자이너 자신과 엄마, 언니의 관계에서 형성된 경험이 가장 큰 영감으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  THEBE MAGUGU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테베 마구구가 올해 LVMH 수상자라는 명예와 함께 ‘첫 번째 아프리카 출신 우승자’라는 수식어까지 꿰찼다. 리소프 패션 디자인 스쿨을 졸업한 후 요하네스버그를 베이스로 활동하는 그는 “사람들이 남아프리카에 대해 고정관념을 떠올린다. 남아프리카가 세계 문화에 기여한 막대한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컬러플 비즈나 애니멀 프린트 룩 대신 아프리카를 물들이는 다양한 색조를 바탕으로 트렌치코트, 비대칭 실루엣의 원피스 등 현대적인 룩을 선보이는 건 이 때문이다. 더불어 1년에 한 번 발간하는 <패컬티 프레스> 편집자로서 남아프리카의 시선을 전달한다. 브랜드를 론칭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그는 디자이너로서 전 세계인의 획일화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분명한 목표를 세웠다. “진정으로 국제적인 영향력을 지닌 아프리카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