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주의 물건] #06. 오직 숙녀들을 위한 백 | 엘르코리아 (ELLE KOREA)

24년 전에 탄생해 단숨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백이 있다. 둥근 손잡이와 메탈릭 참 장식이 달린 까나쥬 디테일의 사각형 백, 정확한 비율로 만들어진 견고한 형태의 백. 바로 레이디 디올 백이다. | 요주의 물건,숙녀,레이디 디올,디올,디올레이디디올

  지난 주 <요주의 물건>’ 까르띠에 탱크 와치’ 편을 기억하는지. 칸 국제 영화제 에피소드로 글을 시작하며, 내 머릿속에는 또 하나의 물건이 떠올랐다. 칸 국제 영화제와 관련이 있는 아름다운 물건, 디올의 레이디 디올 백이다. 1995년, 당시 프랑스의 퍼스트레이디였던 베르나데트 시라크는 프랑스 칸을 방문하게 된 영국 왕세자빈에게 건넬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다. 디올 하우스에 의뢰해 제작한 작은 토트백이었다.    ©게티이미지   재미있는 건 다이애나 (당시) 왕세자비가 이 백을 선물로 받은 이후 공식적인 자리마다 들고 나타났다는 것이다. 오렌지색의 베르사체 앙상블을 입고 리버풀을 방문할 때에도, 연한 핑크색 앙상블을 입고 런던의 한 병원에 방문했을 때에도, 네이비 컬러 슬립 드레스를 입고 멧 갈라에 참석할 때에도 그녀는 작고 네모난 블랙 토트백과 함께였다. 평소 그녀의 스타일을 선망하던 여성들은 궁금해졌다. 다이애나 룩을 완성하는 그 백의 정체! 어깨에 걸치는 커다란 백이 패션의 주류를 장식하던 당시 여성들은 우아한 실루엣에 어울리는 이 새로운 백에 열광했다. 단시간에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다이애나의 토트백’ 사건은 지금으로 말하자면 엄청나게 성공적인 스타 마케팅이었던 셈이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디올 제공   레이디 디올 백의 가장 큰 특징은 ‘까나쥬’ 디테일이다. 등나무를 엮은 형태를 뜻하는 이 텍스처는 디올 하우스에 놓여 있던 나폴레옹 3세 스타일의 의자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것이다. 60년대에 선보인 쿠튀르 재킷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디올만의 시그너처 퀼팅 디테일. 이 독특한 텍스처를 더한 가죽은 맞춤 제작된 목재 틀을 이용해 단단한 구조로 제작된다. 흡사 하나의 건축물을 세우는 것 같은 이 과정은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예술작품에 고유의 특성을 부여하는 인간의 손은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다. 기계로는 절대로 표현할 수 없는 서정성과 삶을 담아내기 때문이다.” 라던 크리스챤 디올의 정신이 반영된 것이다.   디올 제공 디올 제공 위부터 <디올 레이디 아트 2>와 <디올 레이디 아트 3>에 선보인 설치미술가 이불 작가의 작품. ©디올 제공   레이디 디올 백은 다양한 얼굴을 가진다. 양가죽, 소가죽과 새틴, 벨벳, 데님, 자카드, 트위드 등 그 소재의 사용에 한계가 없고 자수 장식, 비즈 장식, 꽃 모양코르사주 등 화려한 디테일이 더해질 때도 있다. 마치 다양한 미술 작품이 그려진 작은 컨버스를 들여다보는 것 같은 물건. 실제로 레이디 디올 백은 비어있는 컨버스로 활용되기도 한다. 디자이너, 화가, 사진가, 조형 예술가 등 다양한 장르에 몸담은 아티스트들에게 각자 자신의 언어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전권을 일임해 작품을 탄생시키는 것. 디올 레이디 아트(Dior Lady Art) 프로젝트와 레이디 디올애즈 신 바이(Lady Dior As Seen By) 순회 전시회가 그것이다. 네모 모양의 클래식한 핸드백 위에 펼쳐지는 놀라운 창의성. 그것은 미학적 탐구이며 예술 세계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다. “예술은 인간이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는 꿈과 환상, 아름다움을 준다.”는 무슈디올의 말처럼.     ©게티이미지   다이애나는 주로 다양한 컬러의 앙상블에 블랙 컬러의 레이디 디올 백을 매치하곤 했다. 그러나 현재를 사는 여성들에게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법. 디올 하우스는 그런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답하고 있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감성을 담은 화려한 자수 장식, 재치 있는 참 장식, 마크라메 기법의 숄더 스트랩 등이 그것이다. 패션 하우스의 아이코닉한 아이템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정답을 이 네모난 백은 알고 있는 듯하다. 그 고유성을 유지한 채 시대를 초월하는 우아함을 담을 것, 아름답게 진화할 것!   ▷ 트렌드를 뛰어넘어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를 지닌 물건 뒤에 숨은 흥미로운 이야기, 김자혜 작가의 ‘요주의 물건’은 매주 수요일에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