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루션(Evolution :진화)’ 컨셉트 아래 진행된
리카르토 티시의 세 번째
버버리 컬렉션. 쇼가 끝난 후 리카르토 티시는 “우리의 과거에서 영감받은 이번 컬렉션은 우리의 미래를 위한 헌정입니다. 버버리 왕국의 진화인 거죠”라고 언급했다. 빅토리아 시대에서 착안한 거대한 사운드 시스템이 설치된 무대를 따라 동시대로 변형된 빅토리아풍의 의상이 등장했다. 디자이너 말대로 미래로 나아가는 버버리 왕국이 다시 진화한 가운데 이번 쇼를 위해 금발로 변신한 켄덜 제너가 이목을 사로잡았다.
리처드 퀸의 등장은 침체된 런던 패션에 참신한 에너지를 불어넣는 ‘핵심 인재’와도 같다. 때문에 약 1시간가량 거리에 서서 쇼장 문이 열리기 기다려야 했지만 모두 그의 쇼를 고대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쇼가 끝난 후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하모니 속에 등장한 그의 시그너처 룩은 과감한 장미 프린트처럼 강렬한 아름다움을 전달했고, 마라부 페더 후드를 뒤집어쓰고 나온 6명의 어린이들이 사랑스러운 피날레를 장식했기 때문. 동화 같은 무대를 향해 관객 모두 ‘엄마 미소’를 띠며 환호성을 보냈다.
윤춘호가 서울을 넘어 런던에서 첫 번째 무대 인사를 건넸다. 쇼를 준비하며 그가 들여다본 인물은 여성 인권 장려를 위해 앞장섰던 1880년대 미국의 명사수, 애니 오클리. 그녀의 강인한 여성성과 옷차림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트렌치코트와 워크웨어 룩, 프린지 디테일, 카우보이 모자, 사냥 가방 모양의 백 등으로 표현됐다. 뿐만 아니라 ‘탈 코르셋’ 대신 코르셋을 디자인의 요소로 재해석한 것도 이번 컬렉션 포인트 중 하나. “코르셋을 입고 사냥하는 애니 오클리의 모습에서 강한 여성미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런던 신고식과 함께 글로벌 디자이너로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동시대 패션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지속 가능한’ 패션이다. 이를 위해 환경친화적인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지금, 기후변화 방지 운동 단체인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이 런던 패션위크 때 패션위크의 죽음을 알리는 ‘장례식’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영국패션협회에 요청한 컬렉션 중단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쇼장 앞에서 피를 흘리는 것처럼 새빨간 염료를 뿌리며 시위한 것. 이들은 온몸으로 분명하게 전달했다. 패션 산업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서 에코 패션을 위한 본질적인 변화 없이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거라는 경고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