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개 립스틱에 담긴 25년의 발자취 || 엘르코리아 (ELLE KOREA)
BEAUTY

72개 립스틱에 담긴 25년의 발자취

전 세계에 수많은 마니아를 거느린 '뷰티 제국' 나스의 25주년 여정을 축하는 자리에 <엘르>가 함께했다.

ELLE BY ELLE 2019.10.23
‘NARS 25’ 사인이 참석자를 반긴 돌체 비타 빌라의 아름다운 풍경.

‘NARS 25’ 사인이 참석자를 반긴 돌체 비타 빌라의 아름다운 풍경.

‘나스’라는 브랜드의 시작을 함께한 12개의 컬러는 스페셜한 레드 매트 케이스로 출시, 여기에 60개의 컬러를 더해 25주년을 기념하는 총 72가지 라인업이 완성됐다. 아이코닉 립스틱 컬렉션, 정글 레드, 트랜스유럽 익스프레스, 상하이 익스프레스, 트랜스 시베리안, 인어프로프리에이트 레드, 각 3만9천원, Nars.

‘나스’라는 브랜드의 시작을 함께한 12개의 컬러는 스페셜한 레드 매트 케이스로 출시, 여기에 60개의 컬러를 더해 25주년을 기념하는 총 72가지 라인업이 완성됐다. 아이코닉 립스틱 컬렉션, 정글 레드, 트랜스유럽 익스프레스, 상하이 익스프레스, 트랜스 시베리안, 인어프로프리에이트 레드, 각 3만9천원, Nars.

 
“나스 이벤트를 피렌체에서 한다고요? 뉴욕이나 파리가 아니라 이탈리아 피렌체?” 나스 창립 2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엘르>와 함께하고 싶다는 초대장을 받아 든 에디터의 첫 반응이었다. 성공 가도를 달리던 프랑스 남부 태생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프랑수아 나스(François Nars)가 자신이 원하는 색상과 질감을 반영한 화장품을 찾지 못해 선보인 12가지 색상의 립스틱. 여기에 아트 디렉터 파비앙 바론(Fabien Baron)이 군더더기 없는 로고와 무광 블랙 패키지, 무엇보다 ‘나스’라는 브랜드 이름을 더해 뉴욕 바니스 백화점에 첫선을 보인 것이 바로 브랜드의 시초였다는 스토리는, ‘흥부놀부’ 이야기만큼이나 한국 소비자에게 익숙하다. 설령 몰랐다 하더라도 앞서 몇 줄로 압축한 브랜드 역사에는 ‘프랑스’ ‘뉴욕’ 정도의 지역이 등장할 뿐. 그렇게 ‘왜 피렌체일까?’라는 호기심을 갖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대학교 때 배낭여행 이후 15년 만에 방문한 피렌체는 기억 속의 고색창연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짙은 벽돌색 지붕과 머스터드 컬러 외벽,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드는 유적들의 정교한 장식까지. “누군가 말했다죠. 피렌체의 매력을 알려면 수십 년이 걸린다고.” 언제나 그랬듯 블랙 수트를 멋지게 빼입고 웰컴 칵테일 파티에 등장한 나스가 에디터에게 들려준 말이다. 그의 말처럼 과거와 달라진 게 딱히 없어 보임에도 골목 구석구석이 새롭게 느껴졌고 도시 특유의 따스한 빛깔은 나스의 레드 립스틱을 바르려고 꺼내들 때마다 묘하게 완벽한 보색 배경을 이뤘다. 다음 날 이어진 나스의 25번째 생일 파티. 차를 타고 약 20분을 달려 도착한 프라이빗 빌라는 나스를 상징하는 립 컬러 중 하나인 ‘돌체 비타(Dolce Vita)’ 빌라로 변신해 있었고, 그곳은 ‘달콤한 삶’이라는 이름 그대로 참석자들의 삶에 달콤한 추억을 만들어줄 각종 이벤트로 가득했다. 올리브오일, 스위트 와인, 비스코티, 라피아 햇, 수제 비누 등 토스카나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로컬 셀러들을 모아 참석자들이 원하는 대로 맘껏 갖고 갈 수 있도록 한 것. 또 다른 한편에는 원하는 음식을 맘껏 가져다 먹을 수 있는 푸드 마켓이 있었는데, 풍미 가득한 빵 코너에는 ‘임펄스’, 토마토와 모차렐라 치즈로 가득했던 카프레제 코너에는 ‘래비싱 레드’, 파스타 코너에는 ‘돌체 비타’ 등 메뉴마다 나스의 베스트셀링 립스틱 이름이 붙어 있었다. 음식을 먹기는커녕 참석자 모두 스마트폰으로 사진과 영상을 찍느라 바빴음은 당연한 일. 25주년 기념 이벤트는 다음 날 피렌체의 한 역사(驛舍)를 거대한 파티 장소로 변신시킨 갈라 디너에서 정점을 찍었다. 12개의 립스틱 이미지부터 기념비적인 광고 캠페인 이미지로 이어지는 ‘나스 회고전’ 섹션. 뒤이어 나스의 탄생 25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72가지 컬러의 ‘아이코닉 립스틱 컬렉션’을 하나씩 바른 72개의 흉상이 장관을 이룬 공간까지! 모두의 경탄을 불러일으킨 전시와 오페라 공연이 함께한 만찬이 끝나고 이어진 애프터 파티. 그곳에서 나스의 첫 번째 향수 ‘어데이셔스’가 공개됐고 행사장은 어데이셔스가 뿜어내는 ‘밤의 꽃’ 향으로 가득 채워져 모두를 매혹시켰다. 모든 행사가 마무리되고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프랑수아 나스를 직접 만났다. 에디터가 준비해 간 소소한 ‘25살 생일 선물’에 연신 ‘땡큐, 쏘 스윗’을 외치며 어찌나 큰 미소를 짓던지! 긴장됐던 마음이 금세 사르르 녹아내리는 걸 느끼며 대화를 이어갔다.
 
웰컴 칵테일 파티장의 셀피 포인트! 꽃과 나뭇잎으로 장식된 거대한 사이즈의 립스틱들.

웰컴 칵테일 파티장의 셀피 포인트! 꽃과 나뭇잎으로 장식된 거대한 사이즈의 립스틱들.


지난 25년의 여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첫 론칭의 순간, 12개의 립스틱이 바니스 뉴욕 백화점 쇼윈도를 장식한 때를 잊을 수 없어요. 직접 사진을 찍은 첫 번째 캠페인 광고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 계기로 제가 포토그래퍼로서 커리어를 쌓아가고 나스만의 비주얼 정체성을 정립할 수 있었으니까요. 지금까지 수없이 기쁜 일들이 있었고, 안 좋은 일도 있었지만 모든 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안 좋은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은 나스라는 브랜드가 더 신선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뚜렷한 목표. 그 목표 하나만 보고 새로운 것을 오픈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갔죠. 그러다 보면 큰 에너지를 얻게 돼요. 낡고 오래된 것들, 뻔한 것들, 지루한 것들과 계속 일해야 했다면 매우 힘들었을 거예요. 지루한 건 너무 싫으니까!
파운데이션에 이어 이번 아이코닉 립스틱 캠페인에서도 모델 최소라와 함께했습니다. 그녀의 어떤 매력에 끌렸는지 소라는 뭐든 다 받아들일 준비가 된 캔버스 같은 얼굴을 지녔어요. 메이크업과 의상, 컨셉트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카메라 앞에서 우리가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표현해 내죠.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얼굴에서 이미 엄청난 파워가 느껴지고, 어떤 메이크업을 해도 바로바로 그녀 그 자체인 듯 완벽하게 소화해요. 넘쳐나는 ‘끼’에, 카메라 앞에서 취하는 포즈는 또 어떻고요! 제가 말했죠, 지루한 게 너무 싫다고. 소라는 절대 지루하지 않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진 모델입니다. 다음에도 꼭 함께하고 싶어요.
발리 결혼식 사진이 화제가 됐죠. 신랑신부는 블랙, 게스트들은 화이트로 드레스 코드를 맞춘 와우! 거 봐요, 남과는 다른 확고한 취향과 타고난 패션 테이스트가 있죠. 디어(Dear) 소라, 결혼 축하하고 사랑해요!
캠페인 이미지에서 그녀의 눈에 바른 메탈릭 블루 섀도가 강렬한 립 컬러 못지않게 인상 깊었어요 믿지 않겠지만 그 메이크업은 굉장히 즉흥적으로 이뤄졌어요. 촬영 직전 ‘쿨’한 섀도를 그냥 눈꺼풀 전체에 흩뿌리듯 바르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고, 그냥 실천에 옮긴 거예요. 우리는 무척 오랜 시간 동안 ‘뷰티’에 대한 철학을 공유해 왔습니다. 그렇기에 수십 번의 미팅 같은 건 필요 없죠. 예전에 칼 라거펠트가 “원탁 미팅을 너무나 싫어한다”고 말한 인터뷰를 본 적 있어요. 저희도 촬영 몇 주를 앞두고 캐주얼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컨셉트를 잡아가는데, 이것이 나스가 늘 새롭고 에지 있고 동시대적 감성을 잘 담을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스’ 하면 단연 ‘레드’죠. 삶과 죽음, 사랑과 전쟁, 선과 악 등 레드만큼이나 모순되는 의미를 동시에 갖는 색도 없는 것 같아요. 당신에게 레드는 어떤 함의를 갖나요 열정(Passion)이란 단어가 떠오르네요. 강한 힘, 뜨거운 불, 은막의 여배우들이 가장 글래머러스하게 빛나던 할리우드 전성시대, 세련됨, 우아함…. 강한 여성! 전 어릴 때부터 강한 여성에게 늘 매력을 느끼곤 했어요.
72개의 셰이드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컬러가 있다면 브랜드의 시작을 함께한 12가지 컬러겠죠. 지금껏 단 한 컬러도 단종되지 않고 이번에 출시된 아이코닉 립스틱 컬렉션에서도 특별히 무광 레드 패키지로 만날 수 있는! 그중 몇 가지만 꼽아달라고요? 흠, 정말 어려운 질문이지만 상하이 익스프레스, 정글 레드 같은 레드 계열을 빼놓을 수 없겠네요.
당신의 레드 립스틱은 언제나 감탄을 자아낸답니다 오늘 인터뷰 주제가 마치 ‘나스의 레드 스토리’ 같네요. 하하.
그런가요? 고백하건대 벨벳 매트 립 펜슬 드래곤 걸을 만나기 전까지 전 레드 립에 문외한이었답니다 참 듣기 좋은 칭찬이네요. 이제 제가 질문을 던져볼게요. 레드 립을 발랐을 때 어떤 기분이 들던가요?
당신이 언급했듯 결단력 있고 파워플한 여자가 된 기분 맞아요. 레드 립스틱이 좋은 건, 그 자체로도 충분하다는 거예요. 아이라이너, 블러셔 등 다른 메이크업이 필요 없죠.
드래곤 걸을 바르면서 다양한 레드 컬러 립에 도전하게 됐어요. 제 레드 스펙트럼이 확장된 건 모두 당신 덕분입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펼쳐질 또 다른 25년의 나스를 그려본다면 여전히 새롭고 젊은 브랜드로 남아 있을 거예요. 더 많은 나라에 나스라는 브랜드를 소개할 거고, 포뮬러·패키지·성분 등 모든 부문에서 더 나아져야겠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어요! 그러니 여러분도 앞으로 25년 동안, 그 이상 나스를 지켜봐주세요. 우리는 늘 ‘타임리스’한 뷰티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지루하지 않고 새로우면서 에지 있는 아름다움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론칭 25주년을 기념하는 나스 최초의 향수. 티아레 꽃과 샌들우드가 만나 크리미하면서도 스모키한 꽃 향을 느낄 수 있는 어데이셔스 오 드 퍼퓸, 21만원, Nars.

론칭 25주년을 기념하는 나스 최초의 향수. 티아레 꽃과 샌들우드가 만나 크리미하면서도 스모키한 꽃 향을 느낄 수 있는 어데이셔스 오 드 퍼퓸, 21만원, Nars.

아이코닉 립스틱을 바르고 있는 브라질의 뷰티 인플루언서.

아이코닉 립스틱을 바르고 있는 브라질의 뷰티 인플루언서.

갈라 디너의 하이라이트. 72개의 아이코닉 립스틱 셰이드가 72개의 흉상 입술에 하나씩 발려 있었다.

갈라 디너의 하이라이트. 72개의 아이코닉 립스틱 셰이드가 72개의 흉상 입술에 하나씩 발려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 프랑수아 나스가 25주년 이벤트 장소로 피렌체를 선택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13세기 무렵부터 메디치 가문을 중심으로 르네상스 문화 예술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도시, 수백 년간 축적된 역사와 수많은 사람이 함께 숨 쉬는 도시, 바로 피렌체 아니던가. 나스도 피렌체의 문화유산 같은 미래를 그린 게 아닐까? 앞으로도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동시대 여성들의 삶 속에 깊이 녹아들며, 훗날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줄 수 있는 뷰티 유산으로 남고자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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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정윤지
    사진 COURTESY OF NARS
    디자인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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