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남을 허하노라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야수를 선택한 미녀, 변강쇠를 안방에 들인 마님은 옛날 얘기가 아니다. 초식남이 대세라지만 보기 좋게 쫙쫙 갈라진 가슴과 터질 듯한 팔뚝, 거친 수염과 굵은 목소리에 여자들의 마음이 흔들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야수, 미녀, 변강쇠, 마님, 선덕여왕, 초식남, 남녀관계, 엘르, elle.co.kr:: | :: 야수,미녀,변강쇠,마님,선덕여왕

저돌적인 모습에 끌려요연하라면 칠색팔색하던 K양이 어느 날 양심 선언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곱 살이나 어린 ‘남자애’한테 몸과 마음을 홀딱 빼앗겼다는 건데 문제는 결혼까지 약속한 애인이 있다는 거였다. 청중 및 대책위원회를 겸임한, 친구석에 앉아 있는 모두는 화들짝 놀랐다. 모르긴 몰라도 개중엔 ‘그 애인 버릴 거면 나 주지’라는 땅거지 같은 마음을 품은 사람도 여럿 있었을 거다. K의 남자라면 번듯한 직업에, 핸들이 오른쪽에 달린 차에, 물려줄 유산이 꽤 된다고 알려진 부모에, 다정다감한 매너에, 생긴 것도 그 정도면 평균치는 되고도 남는 바로 그 자가 아니던가. 모두들 귀를 의심했다. 새로 만난 놈은 또 얼마나 대단한 작자이길래. 복도 많은 지지배, 신은 늘 쟤만 예뻐한다. “수영장 강사야. 아침잠이 많아 수업에 몇 번 빠졌는데 새벽마다 집으로 데리러 오더라고. 그러지 말라고 해도 귓등으로 듣고, 남자친구가 있대도 막무가내인 거야. 그런데 그런 저돌적인 게 좋더라. 누군가 날 뜨겁게 원하고 있다는 감정, 오랜만이었어. 나도 꽤 괜찮은 여자가 된 것 같고 말야. 니들도 내 남친 알잖아. 뭐 먹을까? 오늘은 뭐할까? 우리 손잡을까? 오늘밤 너랑 함께 있어도 되니? 매너와 배려랍시고 쏟아지는 그런 물음표들 이젠 정말 지긋지긋해.” 호박을 덩굴째 차버린 오늘의 선택을 너 언젠가 후회하며 눈물 흘릴 날 오리라. 그러나 그녀의 눈과 귀는 이미 차돌 같은 식스 팩으로, 돌고래 겨드랑이 지느러미처럼 탄력 넘치는 삼두박근으로 가로막힌 뒤였다. 여자를 사로잡는 짐승남의 미덕은 저돌적인 면모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갈팡질팡 유전자는 때때로 그냥 밀어붙여 주길 원한다. ‘No’라고 선언하고 얼음처럼 버티고 서 있을 때 사실은 너무도 간절히 ‘땡’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남자들은 알아야 한다. 말보단 행동이다. ‘덥썩’ 손을 잡고, ‘와락’ 껴안아주고, ‘힘껏’ 사랑해주는데 대체 어떤 말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짐승남들은 이런 것들을 본능적으로 체득하고 있다. SHE SAYS “요즘 남자들에게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것이 끈기와 박력이다. 끌어주고 땡겨주는 맛이 전적으로 부족하다. 그게 얼마나 여자들에게 섹스어필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28세, 유보희) “열 번 찍어 넘어가는 나무가 돼 보고 싶은 게 진정한 여자의 마음.”(30세, 손미래) “여자들이 이것저것 따지기 좋아하는 것 같아도 판단력을 상실하고 모든 걸 다 내줄 때가 있다. 가만 보면 물질적인 것보다 동물적인 것에 더 약한데 후자 쪽에 감정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동물이 아무리 강하고 난폭하다 한들 그 안에 존재하는 순수함을 여자들은 감지할 수 있다.”(32세, 이경선) 나도 모르게 끌려요아줌마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은 따로 있다. 떡 벌어진 어깨, 튼실한 허벅지, 중저음의 목소리, 강렬한 눈초리. 의 제라드 버틀러나 의 비담이 짐승남의 대표적인 표본이라 할 수 있겠다. 소녀들이 질색하는 전형적인 야수들의 면모다. 여자의 이상형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달라진다. 동료 간의 우애와 공동체의 보존을 우선시 하는 XX의 기본적 성향상 소녀들에게 이런 동물적인 남자들은 공포의 대상이자 적이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미간을 일그러뜨리며 “남자는 하등 동물이야” “더러워” “징그러워”를 남발하는 이 시기 소녀들은 꽃미남에게 빠져든다. 고운 피부, 여리여리한 손가락, 나긋나긋한 말투 등 나와 닮은, 여성성이 많은 남자를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 그러나 여성호르몬이 퐁퐁 분비되기 시작하면 양상은 달라진다. 테니스 라켓을 휘두르는 페더러, 나달 팔뚝의 잔 근육에, 무거운 상자를 들어올리는 박 대리의 풀어진 셔츠 단추에, 역기를 내려놓고 지나가는 헬스 트레이너의 땀 냄새에, 흠잡을 데 없이 쪽 올라붙은 베컴의 작고 단단한 궁둥이에 그만 아찔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건 뭐지? 그것은 뛰어난 유전자를 제공할 나와 완벽히 다른 성, 분명한 XY에 대한 자연적인 끌림이다. 그리고 짐승남이라 일컬어지는 남자들은 무엇보다 이런 동물적 증거들을 닥치는 대로 제공해주고 있다. 30대 중반 싱글녀 H의 증언. “너 아줌마 되는 순간이 언제인지 알아? 첫째, 어린 남자의 향기가 좋아진다. 둘째, 동물적인 남자에게 무조건 끌린다. 셋째, 이거야말로 확실한 건데 그런 남자 옆에 앉았을 때 내 반응이야. 웃고 떠들 때 자연스럽게 터치하게 될 때가 있잖아. 예전엔 팔을 치며 이야기했는데 어느샌가 허벅지를 때리며 웃고 있더라.” 나이든 여자들이 짐승남 앞에서 배시시 흐르는 웃음을 애써 감추지 못하고 생각보다 먼저 나가는 손을 미처 제어할 수 없는 까닭은 종족 보존에 관련된 경험치 때문이다. 농익은 여자일수록 더 잘 알아볼 수 있는 본능적 촉이랄까. 여자들이 짐승남에게 이유 없이 끌리는 까닭은 간단하다. 여자도 동물이라 그렇다.SHE SAYS “짐승돌 2PM의 옥택연이 쇠사슬을 들고 춤출 때 가슴이 뛰고 말았는데 그 이유를 아직도 잘 모르겠다.”(31세, 오세은) “3~5일 정도 깎지 않은 수염이 그렇게 섹시하게 느껴진다. 사포 같은 그의 볼에 온몸을 부비고 싶다.”(30세, 권인아) “며칠 전 한 건장한 남자 고객과 상담을 하는데 이유 없이 흐뭇했다. 그저 더 바라보고 싶은 마음에 상담 내용을 추가하느라 애썼던 기억이 난다.”(29세, 유정) 초식남보다 육식남에게 끌려요한동안은 초식남들이 득세했다. 그것은 교묘하게도 여권 신장의 변화와 맞물린다. 사회 요직을 차지하고 있던 남성의 자리를 재배치하기 위해 여자들은 부단히 노력했다. 쇼트 커트를 하고 어깨에 거대한 뽕을 달고 거리를 누비던 80년대 패션만 봐도 알 수 있다. 더 많은 지위와 권력과 인정을 얻어내기 위해 겉으론 호기롭게 남성의 전유물이라 일컬어지는 것들을 향유하며 뒤로는 남성들의 정신적 거세를 감행해야 했다. 모성이란 이름으로 공략했다. 착한 일을 해야만 얻을 수 있는 엄마의 포도송이를 위해 남자들은 스스로를 변화시켰다. 사실 ‘남자답다’는 말로 당연한 듯 강요되는 과격한 남성성이 자신의 성격에 맞지 않고 책임과 부담에 진저리치던 남자들도 은근히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각종 매체엔 예쁜 남자의 화장법, 남자를 펫으로 기르는 법, 메트로섹슈얼 시대의 도래, 초식남이 좋은 1백 가지 이유 등등의 헤드라인이 난무했다. 자상하고 말 잘 듣고 애교 만점에 여자의 기까지 살려주는 남자들은 온갖 궂은 집안일은 물론이거니와 애까지 잘 돌봐주는 남편들은 온 동네 여자의 사랑과 귀여움을 독차지할 수 있었다. 여자를 잘 알고 이해하는 남자들이 늘어난 건 분명 여자들 입장에선 긍정적인 현상이었다. 허나, 하나를 가지면 늘 다른 하나가 그리워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 대화도 잘 통하고 반듯하게 자신을 치장할 줄 아는 그 남자들이 막상 연애에 있어선 미적미적 애매하고 감질나게 하자 여자들은 다시 거칠고 투박하지만 열렬한 구애를 바쳤던 그때 그 시절의 남자들을 아쉬워하기 시작했다. 웬만한 남자들도 함부로 뛰어넘을 수 없는 못하는 게 없는 XX 종족, 변종 돌연별이의 알파걸들은 이제 다시 ‘센 남자’를 원한다. 이미 여신의 위치에 오른 여자들은 최강의 유전자 정복을 갈망하게 된 것. 나에겐 없는 최고의 것을 탐하는 것이 인간의 역사에 기록된 유혹이라면 이 시대 짐승남들은 그 유혹의 증거다. 강인한 남성으로의 회귀. 재현이라도 하듯 거리엔 좀 더 강하고, 거친 날것 그대로의 남자들이 활보하기 시작했다. 다만 그 옛날과 달라진 게 있다면 사냥꾼의 위치다. 풀숲 뒤에 숨어 그들을 노리는 건 다름 아닌 여자들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SHE SAYS “강한 남자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 그것은 내 능력의 척도 아닐까? 한 마디로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여자와 치타를 데리고 다니는 여자의 차이 같은 것.”(32세, 김연주) “여자에게도 정복욕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남자들을 보면 야생의 것을 길들여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28세, 이호경) “초식남은 결혼하고 싶은 남자, 육식남은 연애해보고 싶은 남자.”(33세, 양효미) 짐승 사냥법1. 정복욕을 자극해라. 남자다운 남자일수록 정복욕이 강하다. 너무 쉬운 여자가 돼서는 안 된다. 적절한 배팅을 즐겨라. 짓밟으면 짓밟을수록 그들의 사랑은 커진다. 흔들리는 갈대가 돼 불안을 가중시키라는 말이지, 자존심을 건드리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들의 헤모글로빈을 더 가열하는 데엔 질투심 유발만한 게 없다. 정복욕에 승부욕을 적절히 배합해 던져놓으면 짐승남이 사랑에 미쳐 날뛰는 모습을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2. 보호 본능을 일으켜라. 내 여자를 지키고 보호하는 것은 마초의 특권이다. 그것을 충족시켜줘야 한다. 뭐든 잘하는 것보다 적당히 실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이 도움을 자처하며 달려올 것이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고 느낄 때 그들은 비로소 안심한다. 칭찬은 최고의 서비스.3. 지적 욕구를 채워줘라. 세상과 치열하게 다투느라 미처 채우지 못한 부분이 그들의 약점이다. 지나친 체력 소비 탓에 놓친 좋은 책과 음악, 영화 등을 소개하라. 휴일 공원에서 그의 머리를 쓸어내리며 읽어주는 책 한 권, 함께 듣는 음악으로 그를 감동시킨다면 그들은 진정으로 당신에게 존경을 표할 것이다.4. 모성애로 감싸라. 매우 강하다는 건 가장 약한 것과 맞닿아 있다. 짐승남은 어디서든 강자 역할을 자처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순간까지 그런 척하면서. 당신이 엄마처럼 안을 때 아이처럼 안긴다면 게임은 끝났다. 이제 당신은 짐승 한 마리의 소유자다.*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1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