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가을을 담은 심플한 액세서리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트렌디한 것과 일상적인 것 사이에서 자신만의 우아한 룩을 찾는 이들을 위한 새로운 미니멀리즘이 도래했다. | 액세서리,가을,가죽 스커트,미니멀리즘,트렌드

70년대 부기 걸 스타일과 과장된 어깨로 위풍당당 우먼 파워를 보여주는 수트의 행렬, 온갖 체크무늬, 커다란 러플과 깃털 장식이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이번 시즌엔 그야말로 강렬한 트렌드가 혼재한다. 눈부신 네온과 반짝이는 메탈릭 컬러는 또 어떤가! 존재감을 내뿜는 맥시멀리즘 스타일의 홍수다. 때론 이런 트렌드가 딴 세상 얘기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옷이 그것을 입은 사람을 압도한다고 느껴질 때, ‘보여주는’ 패션에 염증을 느낄 때. 그럴 때마다 우리에게 안식처를 제공하던 레이블이 있었으니 바로 르메르, 더 로우, 질 샌더 그리고 피비 파일로 시절의 셀린이 그것이다. 일찍이 헬무트 랭, 라프 시몬스 등이 주창한 극단적인 미니멀리즘과는 다른, 지나치게 차갑지도 로맨틱하지도 않은 스타일이다. ‘괴짜’ ‘어글리’ ‘파격’ 등의 단어로 표현되는 패션의 신기루 같은 거품을 걷어내고 남은 심플한 멋. 이 차분하고 일상적인 스타일은 트렌드라는 장막 뒤에 그림자처럼 머문다. <뉴욕 타임스>는 피비 파일로의 셀린 시절, 그녀의 쇼를 리뷰하며 흥미로운 단어를 사용했다. 바로 보이지 않는(Invisible). 그녀의 옷들은 조용하고 주장을 내세우지 않으며 입는 이를 ‘보이지 않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편안함은 럭셔리의 궁극’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피비는 한 인터뷰에서 “남을 위해 차려입는 과정에서 무력화되고 성적 대상화된 여자들의 이미지를 많이 봐왔다”며 “본인이 입었을 때 용감해지고 안심할 수 있으며, 기분이 좋아지는 옷을 입으라”고 조언했다.   올가을에는 자연에서 온 컬러를 택하는 방식으로 ‘용감해지고 안심할 수 있으며, 기분이 좋아지는’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을 것 같다. ‘2019 뉴 미니멀리즘’이라고 불러도 좋을 스타일. 가을의 풍요로운 기운을 담은 심플한 룩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언제나 믿음직하고 안전한 컬러인 캐멀, 사막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샌드 베이지, 비 온 뒤 촉촉하게 젖은 비옥한 흙의 색, 땅을 덮은 이끼의 색, 살구와 포도, 올리브 등 온갖 열매의 색…. 그러나 자연의 색이라고 늘 고요하기만 한 건 아니다. 붉은 꽃과 푸른 잎의 보색 대비, 바다의 검푸른 블루와 모래 컬러의 충돌을 떠올려보라! 한때 ‘놈코어 룩’이라 불리던 스타일과의 차이가 거기에 있다. 모노톤 일색이 아닌 생명력 있는 컬러들의 신선한 조합이라는 것. 이 심플한 룩은 실루엣으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옥죄거나 과장하지 않고 몸의 곡선을 따라 흐르는 단순한 실루엣. 여유롭게 찰랑이는 유연한 옷들은 자신을 봐달라고 아우성치지 않는다. 특히 매일 아침 출근 전 “오늘은 뭐 입지!”라고 소리치는 처지라면 새로운 미니멀리즘이 더욱 반가울 것이다. 바쁜 일상에서 그들에게 필요한 건 예쁜 옷 갈아입기 놀이가 아니라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되고 실용적인 스타일이니까.   올가을 얼시(Earthy) 컬러 드레싱에 도전하고 싶다면, 세퍼레이트 룩을 추천한다. 일명 ‘콤비 수트’로 불리는 세퍼레이트 룩은 상하의 색상이 다른 스타일을 말한다. 보드라운 낙타색 울 재킷에 캐러멜 컬러의 가죽 스커트를 매치하고 같은 컬러의 마이크로 미니 백과 와인 컬러 부츠를 더한 살바토레 페라가모 룩은 만 점짜리 예시. 연두색 코트와 스커트에 황토색 컬러의 재킷과 장갑을 매치한 버버리의 스타일링 또한 주목할 만하다. JW 앤더슨의 스웨터 룩처럼 루스한 스타일의 풀오버에 벨트로 포인트를 줘, 이번 시즌 ‘핫’한 액세서리인 와이드 벨트를 활용하는 새로운 방식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다. 색다른 액세서리를 원한다면 19세기 파리의 예술가와 지식인 사이에서 유행하던 푸시 보(Pussy Bow; 목에 묶는 리본 형태의 여성용 타이)에 눈을 돌려볼 것. 셀린 컬렉션에 반복해서 나온 스타일링처럼 스카프나 리본을 활용하면 좋은 포인트가 될 뿐 아니라 이번 시즌 빅 트렌드인 70년대 무드를 살짝 가미할 수 있다. 캐러멜과 오렌지, 바이올렛, 짙은 브라운 등 다양한 얼시(Earthy) 컬러로 선보인 가죽 부츠 역시 실패 확률 제로 아이템. 자연의 컬러를 조합해 내추럴한 룩을 완성하는 것. 그것은 ‘보이는’ 트렌드에서 자유로워지는 길이기도 하고 자신만의 ‘보이지 않는’ 강인함을 표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패션은 드레스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패션은 하늘과 길거리에도 있으며, 우리의 생각과 삶,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코코 샤넬의 말처럼 우리가 입는 옷과 거기에 매치하는 액세서리는 겉모습뿐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많은 것을 대변해 준다. 풍요로운 대지가 선사하는 에너지를 만끽하기 좋은 날들, 건강한 에너지를 스타일로 흡수하기 좋은 계절이다. 바로 그 신비로운 힘이 우리를 다시 일어나 살게 할 것이다. 뭉텅 잘려버린 나무 둥치가 다시 나무답게 자라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거센 바람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늙은 잎사귀를 떨구고 새로운 잎사귀를 만들며 묵묵히 성장을 거듭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