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경기는 지금부터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스텔라 맥카트니, 피비 파일로, 한나 맥기본. 끌로에 디자인실에서 선후배로 만난 동년배의 세 디자이너. 그녀들이 지난 10월, 파리 컬렉션에 나란히 섰다. 셋의 진짜 경기는 지금부터다.:: 스텔라 맥카트니, 끌로에, 컬렉션, 디자이너, 여성, 파리, 센트럴 세인트 마틴, 런던, 영국,엘르, elle.co.kr:: | :: 스텔라 맥카트니,끌로에,컬렉션,디자이너,여성

여성들이 끌로에나 스텔라 맥카트니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그곳에는 스테파노 필라티의 날카로움도, 니콜라스 게스키에르의 환상도, 리카르도 티시의 도발도 없는데 말이다. 거기에는 부드러운 매력이 있다. 여성의 몸을 과장하거나 옥죄거나 불편하게 하는 대신 곱고 섬세한 감성으로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런웨이 위의 룩을 ‘옷이 예뻐 보이는 옷’과 ‘사람이 예뻐 보이는 옷’으로 양분한다면, 여성 디자이너들이 만드는 옷은 후자에 가깝다. 모델이 걸어나올 때, 그녀(모델)와 그녀의 옷을 번갈아 들여다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여성은 ‘여성을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옷’을 만든다. 여성 소비자들이 여성 디자이너의 브랜드에 열광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지난 10월 초, 파리 컬렉션 현장. 3년 전 끌로에 하우스를 떠났던 피비 파일로가 컴백하면서 젊은 여성 디자이너 3인에게 관심이 집중됐다. 이미 사람들은 피비 파일로의 컴백과 스텔라 맥카트니의 매너리즘과 한나 맥기본의 한계에 대해 떠들어댈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끌로에가 배출해낸 같은 또래의 여성 디자이너 세 명. 그들이 나란히 파리 컬렉션에 등장했으니,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phoebe philo 1973 파리 출생 1996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 미술 디자인 대학 졸업 1997스텔라 맥카트니의 어시스 턴트 디자이너로 끌로에 입사 2001 -2006 끌로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2008- 셀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비 파일로, 화려하게 귀환하다새신 사서 온다던 큰 오라버니가 돌아오신들 이보다 더 반가울까. 이번 시즌 파리 컬렉션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피비의 귀환’이었다. 지난 10월 5일, 방돔 광장으로 몰려든 수백 명의 인파. 그들의 얼굴에 서린 들뜬 기대감. 2010 S/S 셀린 쇼는 과연 “가장 열광적인 기대를 모은 쇼( 영국)”라 할 만했다. 3년 전, 성공과 인기를 모두 거머쥔 후 박수 소리를 뒤로하고 홀연히 떠났던 피비가 돌아왔다는 것, 컴백 무대는 끌로에와 비슷한 ‘연배’의 셀린이라는 것, 그리고 과거의 보스 스텔라 맥카트니와 한날 나란히 쇼를 연다는 것. 이것들 모두 꽤 드라마틱한 요소들이었다. 지난봄 발표된 리조트 컬렉션은 그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나는 셀린의 아이코닉 피스들에 집중했어요. ‘패션’이나 ‘트렌드’ 같은 것들은 배제하고 각각의 아이템과 스타일에 집중했죠. 겉이 번지르르한 것이 아닌 단정하고 수수한 것을 만들었습니다.” 리조트 컬렉션 직후 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말했지만, 그건 겸손, 아니 내숭의 발언이었다. 그녀가 내놓은 결과물은 결코 수수한 데 그치지 않았다. 이전의 소녀적 감성은 절제되고, 사랑스러운 실루엣은 날렵한 테일러링으로 교체됐다. 피비가 제시한 파격적인 조건(셀린 디자인 팀은 파리가 아닌 그녀의 가족이 있는 런던으로 통째로 위치를 옮겼다)을 모두 ‘OK’ 하며 그녀를 맞이한 셀린의 CEO 마르코 고베티는 “2009년은 셀린에게는 변혁의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루즈 룩을 본 관객들 역시 확신했다. 2009년은 셀린뿐 아니라 피비라는 한 사람의 디자이너에게도 변혁의 해가 될 것이라고. 다시 지난 10월 5일, 오후 4시로 돌아가자. 셀린 쇼장으로 들어서는 이들의 궁금증은 단 하나였다. “피비의 성공 공식은 이번에도 유효할 것인가?” 답은 예스! “성숙하고 자신감 있고 섹시한(캐시 호린, )” 그녀의 첫 셀린 컬렉션은 “파워풀하게 성장한( 영국)” 쇼라고 할 만했다. “강한 여성의 이미지를 정돈하고 재조명하고 싶었다.”던 피비의 말처럼 쇼는 분명하고 다이나믹했다. 단호하고 간결했다. 몸의 곡선을 타고 흐르는 가죽 미니드레스와 A라인의 리넨 스커트, 화이트 실크 블라우스, 그리고 날카롭게 재단된 와이드 팬츠까지. 그녀는 전혀 군더더기 없는 변형된 클래식 룩을 선보였다. 지는 “그녀는 여전히 매직 터치를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피비가 처음부터 지금의 피비였던 것은 아니다. 패션계에 진출한 처음 몇 년간 그녀에게는 스텔라 맥카트니라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당시 스텔라는 이미 패션계의 신데렐라였다. 하지만 그녀가 끌로에에서 물러난 후 피비가 수장이 되면서 끌로에는 제2의 도약기를 맞는다(끌로에의 매출은 2004~2005년 두 해 동안 4배 이상, 2006년에는 50% 성장했다). 또한 피비는 여성들이 열광하는 백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된다(2002년, 그녀는 백 라인을 론칭해 모터백 등 ‘잇’백을 등장시킨다). 엉덩이에 로켓 불꽃이라도 붙인 듯 수직 상승하던 그녀는 정점에서 돌연 개인적인 이유로 사임한다. 그로부터 2년 반. 그녀가 돌아왔다. 돌아와 셀린의 디자인을 맡는 일은 그녀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었을 것이다. 끌로에 하우스에서의 성공, 그리고 과도한 기대치. 그 모든 것을 넘어 ‘제2의 도약’이라는 기적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stella mccartney 1972 런던 출생 1995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 미술 디자인 대학 졸업1997 끌로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2001 구찌 그룹과 손을 잡고 스텔라 맥카트니 론칭 2004 Adidas by Stella McCartney 론칭 2005 H&M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2007 CARE by Stella McCartney 론칭 스텔라 맥카트니, 멈추지 않는다1997년 3월, 파리 전역에 충격적인 뉴스가 전해졌다. 런던 출신의 20대 초반 여성이 칼 라거펠트의 뒤를 잇는 끌로에 하우스의 수장으로 낙점됐다는 소식. 사람들은 일순간 혼란에 빠졌다. 스텔라 맥카트니? 그게 대체 누구야! 대학을 졸업한 지 이제 겨우 2년된 아가씨를 향한 우려의 말들이 넘쳐났다. “끌로에는 더 큰 인물을 구했어야 합니다!” 길 떠나던 칼 라거펠트마저 비난을 퍼부었다. 그리고 반 년 뒤인 1997년 10월. 그녀는 끌로에 특유의 클린한 시그너처 룩에 로맨틱한 요소를 더한 컬렉션을 선보인다. 평가는 엇갈렸다. 소비자들은 그녀의 감성에 열광했지만 저널리스트들은 ‘그다지 새롭지도, 용기 있지도 않은 선택’이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 후, 어떤 이는 그녀를 가리켜 ‘비로소 날개를 달았다()’고 했고, 어떤 이는 “스텔라로 인해 끌로에는 단지 조금 나아진 것이 아니다. 완전히 새로워졌다()’ 라고 평했다. 그녀의 가장 큰 과제였던 ‘의심을 불식시키는 일’은 생각보다 쉬웠다. 사실, 그녀는 처음부터 옷을 잘 만드는 사람이었으니까. 스텔라는 12세에 처음으로 재킷을 만들었고, 15세에 크리스챤 라크르와의 오트쿠튀르 컬렉션을 도왔으며, 그후 영국 새빌 로의 장인 에드워드 섹스턴(Edward Sexton)에게 테일러링을 배웠다. 이후 4년간 끌로에 하우스를 이끄는 동안 그녀의 행보는 그야말로 승승장구. 당시의 그녀는 말 그대로 멈추지 않는 스텔라 스틸(Stella Steel, 그녀의 별명)이었다. 끌로에를 떠나 구찌 그룹과 함께 ‘스텔라 맥카트니’를 론칭한 후 그녀는 스포츠웨어 라인, 스킨케어 라인, 란제리 라인을 론칭 했다. 지난 10월 5일, 그녀는 빅 러플 드레스와 컬러풀한 플라워 프린트 드레스 등 건강한 이미지로 2010 S/S 쇼를 가득 채웠다. 이 젊은 디자이너를 계속 기대해도 좋을지 묻는 이들에게, 무대에 있는 트레이 스피글(Trey Speegle)의 작품이 대신 대답한다. “Yes!” hannah macgibbon 1972 출생 1996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 미술 디자인 대학 졸업1996 -2001 어시스턴트 디자이너로 발렌티노 입사 2001 -2006 피비 파일로의 어시스턴트 디자이너로 끌로에 입사 2006 -2008 끌로에 향수 라인 론칭 2008- 끌로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한나 맥기본, 도전하다한나 맥기본이 끌로에의 수석 디자이너 자리를 차지하는 일은 말 그대로 ‘도전’이었다. 6년간 피비 파일로를 도왔던 그녀지만 한 브랜드의 수장이 된다는 건 상사의 자리를 채우는 ‘승진’과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앞선 선배들은 ‘극찬’과 ‘칭송’을 받으며 다음 단계로 나아갔고, 그 뒤를 이은 파울로 멜림 앤더슨은 엇갈린 평가를 받다가 결국 1년 반 만에 물러났다. 기대치는 높아질대로 높아져 있었다. 오랜 시간 끌로에 하우스를 지켰고 향수 라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한 그녀를 가리켜 끌로에 하우스는 “진짜 끌로에 DNA를 가진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한나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에게 스며 있는 피비의 그림자를 찾는 것이 아니냐고. 2008년 가을. 한나 맥기본은 끌로에의 2009 S/S 컬렉션에서 가리비를 연상시키는 물결 모양의 디테일과 리본 매듭으로 사랑스러우면서도 현대적인 룩을 선보였다. 혹자들은 피비 파일로의 2005년 가을 컬렉션에 영향을 받았다고 비아냥거렸지만 이전의 끌로에 쇼보다 밝고 가볍고 긍정적이었다. 무엇보다 끌로에 하우스의 이미지를 놓치지 않는 동시에 한나 자신의 감성을 섞었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을 만했다. 이번 시즌 그녀는 ‘로맨틱한 여행자’와 ‘유목 정신’을 주제로 세 번째 컬렉션을 내놓았다. 그녀는 로맨틱한 러플과 리본(이번 시즌 4개 도시에서 지겹게 쏟아져나온)에서 잠시 벗어나 리넨 수트 등 매니시한 테일러링에 조심스레 손을 댔다. 러블리한 그녀의 감성에 쿨한 느낌이 더해졌다. 아직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불만과 의심 속에서 그녀는 조용히 자라나고 있다. 이번 쇼 직후 한 인터뷰에서의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녀에 대한 기대를 차마 버릴 수 없다. “첫 쇼는 정말이지 미쳐버릴 것 같은 경험이었죠. 하지만 두 번째 쇼를 지나니, 비로소 길이 조금 보이더군요. 이번엔 옷에 대한 열정이 더욱 커졌어요. 다음 번엔 아마도 더 커지겠죠.” stella mccartney●인기도 ★★★★ H&M과 아디다스 등과의 협업이 뜨는 이유? 순전히 그녀의 이름 덕분! ●스타성 ★★★★★ 스타들과의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던 그녀, 이제는 자신도 별이 됐다.●친절도 ★★★☆ 크리스마스 파티 등 다양한 이벤트로 팬들 곁에 다가서려고 노력한다. ●주관력 ★★★★★ 채식주의와 동물 보호, 자연 사랑. 그녀는 자신의 신념을 지켜내는 옹고집 여사. hannah macgibbon●유머 감각 ★★★★★ 매 시즌 쇼 초대장으로 장난감을 보내는 그녀!●인기도 ★★☆ 왕년의 언니들(?)에 비하면 아직 모자란 점수. 하지만 그녀는 지금 장족의 발전 중. ●스타성 ★ 늘 뒤에 숨어 있는 한나. 이름값 치고는 그녀 자신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친절도 ★ 쉽게 나타나지 않는 그녀. 늘 추측만 무성하다. 팬들 곁으로 한 걸음 다가와주길.●주관력 ★★★★ 처음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는 건 그녀의 줏대 있는 쇼.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유머 감각 ★ 피날레 때 수줍게 굳어 있는 얼굴. 웃어봐요, 한나!phoebe philo●인기도 ★★★★★ 이번 시즌 지구촌 곳곳에 도배될 문장 하나, “Phoebe is Back!” ●스타성 ★★★★ 이제, 사람들은 브랜드보다 ‘그녀’에게 집중한다. ●친절도 ★☆ 홀연히 떠났다가 갑작스레 돌아온 당신은, ‘밀땅(밀고 당기기)’의 고수? ●주관력 ★★★★★ 가족과 개인의 삶을 최우선으로 하는 심플한 주관, 과연 아름답다. ●유머 감각 ★★★ 그녀의 위트와 유머 감각은 인터뷰가 아니라 런웨이에서 발현된다.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1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