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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비통의 열 번째 향수 '쾨르 바텅'이 모습을 드러냈다. | 루이비통,향수,이탈리아,나폴리,조향사

  두근두근, 사랑의 감정을 후각으로 표현한 10번째 여성 향수 쾨르 바텅. 여성 향수를 만들 때 ‘삶의 기운’을 담는다는 루이 비통의 수석 조향사 자크 카발리에 벨투뤼. 그의 긍정적이며 우아한 감성 또한 향기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  향이 지닌 감성 지도   이탈리아 나폴리를 말할 때 누군가는 안데르센의 소설 <즉흥 시인>을 떠올릴 테고, 누군가는 <나의 눈부신 친구>로 시작되는 엘레나 페란테의 이른바 ‘나폴리 4부작’ 소설을 생각할 것이다. 또 어떤 이는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피자를 입 안 가득 넣고 우물거리며 행복해하던 장면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당신이 무엇을 먼저 떠올렸든,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는 이 이야기 속에는 같은 것이 숨어 있다. 사랑! 루이 비통의 수석 조향사 자크 카발리에 벨투뤼(Jacques Cavallier Belletrud)에 따르면 루이 비통의 열 번째 여성 향수 ‘쾨르 바텅(Cœur Battant; 심장 박동)’의 이야기도 사랑에서 시작된다. “이 향수를 한 문장으로 소개하라면,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할 때 느끼는 감정이라고 말하겠어요. 사랑을 표현하기 좋은 곳은 역시 이탈리아일 거예요. 이탈리아는 우아하고 로맨틱하니까요. 로마, 베네치아…. 모든 도시가 그래요. 물론 밀란은 빼고요(웃음). 세계적인 러브 스토리들이 왜 이곳에서 쓰였는지 알 수 있죠.” 쾨르 바텅이 공개된 것은 나폴리의 유서 깊은 빌라 그로타 마리나(Villa Grotta Marina)에서였다. 절벽 아래에 자리 잡은 이곳에 들어섰을 때 귓가를 스친 것은 심장 박동 소리였다. 둥, 둥, 둥, 둥. 우리가 태초에 들었던 바로 그 소리가 향수의 톱 노트처럼 다가오고, 그 뒤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마침내 바깥 절벽의 파도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부딪히고 물러가고 이내 다시 달려와 부딪히는 소리. 이윽고 바람 소리가 베이스 노트처럼 묵직하게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저는 여성 향수를 만들 때 삶의 기운을 담고 싶어요. 신선한 꽃향기, 과일 향, 머스크 등 다채로운 향이 응축된 향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번 작업에는 수많은 꽃으로 둘러싸인 광경을 상상했죠. 새로우면서도 시크한 향을 만들고 싶었어요. 프랑스인들이 지닌 고유한 멋도 느껴지길 바랐습니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그들의 우아하고 풍부하고 모던한 느낌요.” 자크 카발리에 벨투뤼의 말처럼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 소리를 후각으로 표현한 쾨르 바텅은 싱그러운 향으로 시작된다. 톱 노트의 시원하고 사각거리는 배의 향기는 암브레트 씨를 통해 우아하게 지속되고, 이집트 재스민의 신선함으로 이어지다가 진한 향기를 풍기는 야생 수선화의 등장으로 더욱 풍성해진다. 폭발하던 생명의 에너지가 차차 물러나면서, 그 끝에 순수 파촐리와 이끼로 이뤄진 키프레(Chypre)가 베이스로 등장한다. 베이스 노트의 묵직한 느낌은 대비되는 것들의 협주를 아름답게 마무리하며 아슴아슴 사라진다.     10번째 향수가 공개된 나폴리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관통하는 쾨르 바텅의 감성과 연결된 도시다. 마크 뉴슨이 디자인한 보틀에 담긴 10개의 루이 비통 오 드 퍼퓸 컬렉션.  ━  향기를 찾아 떠나는 여행   우아하면서도 실용적인 여행 가방과 액세서리를 통해 여행 예술(Art of Travel)을 구현하려 했던 설립자의 정신을 떠올려보면  루이 비통 향수의 등장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멀리 떠난 곳에서 오롯이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이 향기이고, 떠나지 않고도 먼 이국을 느끼는 방법 역시 향기니까. 루이 비통은 2012년, 후각을 탐험하는 새로운 여정을 위해 자크 카발리에 벨투뤼의 손을 잡았다. 향수의 본고장으로 알려진 프랑스 그라스에서 나고 자라 여덟 살에 이미 아버지를 따라 조향사가 되기로 결심했던 소년. 18세에 자신의 향수에 첫 공식을 만들어낸 청년. 그리고 향료 회사 피르메니히(Firmenich)에서 22년 동안 일하며 장 폴 고티에 클래식, 로디세이, 이브 생 로랑의 남성 향수 오피움 등의 향수를 탄생시킨 전문가. 루이 비통의 수석 조향사로 발탁된 이후 그는 독점적인 재료를 찾아 세계를 여행하기 시작했고, 세계 각지에서 발견한 이국적이고 독창적인 재료로 자신의 아카이브를 만들고 있다. “저는 수많은 나라와 다양한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요. 인종의 유니크한 매력을 포착하는 것도 즐기죠. 사람은 다양한 문화권 아래에서 독특한 애티튜드를 체화하며 성장하잖아요. 예를 들어 한국 여성으로 살아갈 때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문화가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엘레강스는 그 사람에게서 묻어나는 자연스러운 태도예요. 재미있는 건 문화적 다양성과는 별개로 사랑과 같은 인간의 감정은 보편적이라는 사실이죠. 표현하는 방식이나 정도는 다르지만 느낌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보편적인 감정이 제가 이 작은 병에 담으려는 것이고요.” 전 세계의 꽃과 잎, 열매와 나무를 탐구하는 그는 재료 출처가 완벽하게 투명하기를  원한다. 자신이 나고 자란 그라스에 공방을 두고 일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주위엔 나와 함께, 또 나를 위해, 루이 비통을 위해 기꺼이 일하는 사람이 많아요. 우리가 어떤 원재료를 구하려 할 때는 그만큼의 대가를 충분히 지불할 용의가 있기 때문에 그들도 기쁘게 일할 수 있고, 일도 수월하게 진행되죠.” 이탈리아와 중국, 방글라데시, 과테말라 등 광대한 지역에 퍼져 있는 이들 농장은 대부분 가족 경영으로 150~200년 가까운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만드는 것.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 그것이 그가 미래를 보는 방식이다.     쾨르 바텅은 시원하고 사각거리는 배의 향을 탑 노트로 이집트 자스민의 신선함, 야생 수선화를 거쳐 파촐리와 이끼로 이루어진 키프레 베이스를 느낄 수 있는 우아한 플로럴 향으로 완성됐다. 미니 사이즈로 구성된 쾨르 바텅 트레블 스프레이.  ━  그리고 탐험은 계속된다   루이 비통은 2016년 9월, 여성을 위한 첫 향수 컬렉션을 선보였다. 마치 일곱 개의 챕터로 이뤄진 한 편의 여행기와 같은 오 드 퍼퓸 컬렉션 7종이 그것. 로즈 데 벙(Rose des Vents), 튜뷸렁스 (Turbulences), 덩 라 포(Dans La Peau), 아포제(Apogee), 꽁트르 무아(Contre Moi), 마티에르 누아르(Matiere Noire), 밀 푸(Mille Feux)의 탄생은 루이 비통이 1927년 첫 향수를 공개한 이후 90년 만의 일이었다. 그렇게 후각이라는 새로운 여행을 시작한 루이 비통은 2018년 3월에는 새로운 여성 향수 르 주르 스레브(Le Jour Se Leve)를, 같은 해 8월에는 아트레프 레브(Attrapes-Reves)를 선보이며 9개의 라인업을 갖췄다. 지난해 발표한 5개의 남성 향수, 올해 선보인 3개의 유니섹스 향수 ‘레 콜로뉴’ 컬렉션을 포함한 이 모든 컬렉션의 공통점은 미니멀리즘의 거장으로 불리는 산업디자이너 마크 뉴슨이 디자인한 병에 담겼다는 것이다. 긴 여정 끝 마침내 탄생시킨 향이 담긴, 최신 테크놀로지(독자적인 CO2 추출법, 눈에 거의 보이지 않는 스프레이 등)로 둘러쌓인 병이라고 하기엔 놀랄 정도로 단조롭고 가볍다. 그 어떤 장식적 요소도 허락하지 않은 극도의 단순함은 디자인으로 거들먹거리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단호하다. 견고한 자신감이다. 루이 비통의 열 번째 여성 향수 오 드 퍼퓸 쾨르 바텅 역시 다른 향수 컬렉션과 동일하게 디자인됐다. 개인 맞춤형으로 이니셜을 새길 수 있는 100ml와 200ml 보틀 형태로 선보이며, 자석 뚜껑 케이스와 함께 4개의 7.5ml 리필 제품으로 구성된 휴대용 스프레이 세트를 구매할 수도 있다. 기존 9개의 여성 향수와 똑같은 형태로, 그 곁에 나란히 자리하게 된 것이다. 마치 연작 소설처럼, 잊을 만하면 도착하는 편지처럼 이 이야기는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자연은 계절마다 소생하고, 우리의 여행은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이며, 사랑 또한 끝이 없을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