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클래식 아이템의 대차대조표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클랙식은 소멸되지 않는다. 세월의 흔적도 그 아름다움을 묽게 만들지 못한다. 그러나 세월은 또 다른 클래식을 만들어낸다. 패션가 대중의 암묵적 동의를 거쳐 영속의 반열에 한 걸은 내디딘 뉴 클래식 아이템. 그 대차대조표를 공개한다.::랑방, 마르니, 리바이스, 어그, 헌터, 진주, 알렉산더 맥퀸, 이효리, 비욘세, 엘르, elle.co.kr:: | ::랑방,마르니,리바이스,어그,헌터

1. boots on street 어그 → 헌터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환경을 정복하고야마는 인간의 의지가 클래식을 만들어낸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잡지 책에 등장하는 트렌치코트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본래 의도를 무색케 기능성 아이템도 존재한다. ‘어그’가 남긴 훈장인 땀띠를 고무장화의 대명사인 ‘헌터’가 대신할 모양이다. 바라고 바라던 비가 좀처럼 오지 않는다면 록 페스티벌이나 저 멀리 갯벌에라도 나가야 할 판이다. 2. on your neck 진주 목걸이 → 랑방, 마르니 목걸이랑방과 마르니의 업적 중 8할은 목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화점 여성의류 매장 반 바퀴만 돌아도 금세 체감할 수 있다. 실에 구슬 꿰는 듯 아날로그 정서가 담긴 패브릭 스트랩 목걸이는 이미 진주의 견고한 자리를 침범하기 시작했다. 토스트와 계란 프라이를 얹은 아침 식판 같은 모양이 끊임없이 복제되고 있다. ‘나 지루하고 빈틈없는 여자예요.’라고 말하는 클래식의 대안인 것이다. 목 늘어난 티셔츠 위에도, 빈틈없이 꼭 맞는 입체 제단 원피스에도 매달 수 있는 신여성의 표식. 뒷목 뻐근한 것 쯤이야 웃어 넘길 수 있다.3. around your neck 에르메스 스카프 → 루이 비통, 알렉산더 맥퀸 스카프엔 프라다가 없다. 편집장 미란다가 애타게 찾는 건 에르메스의 스카프다. 원작자 로렌 와인스버거의 탈고가 조금만 늦었다면? 그 주인공은 루이 비통의 레오퍼드 숄이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언더그라운드 감성을 가진 패션지 수장이었다면 알렉산더 맥퀸의 해골 프린트 스카프였을 테고. 이리 휘감고 저리 휘감아도 말이 되는 이 아이템은 매는 법 따윈 필요없으며, 경제 불황의 골이 깊어진 마당에 종류별 수집해야 하는 부담도 덜어준다. 당신이 프린트포비아만 아니라면 클래식, 조금 비뚫어져도 괜찮은 셈이다.4. key accessory 후프 이어링 → 브레이슬릿버스손잡이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후프 이어링. 리어카에서 파는 머리끈만큼이나 사재기를 했던 키 아이템이다. 이효리와 비욘세에게서 비춰졌던 후광은 유전자 탓이기도 하지만 손바닥만한 후프 이어링의 매운맛이기도 하다. 그 ‘주렁주렁’이 이제는 얼굴 한참 아래인 손목에서 멈췄다. 가죽끈, 머리끈, 브레이슬릿, 손목시계 등 너나 할 것 없이 그 빈틈을 채운다. 매서운 겨울바람에도 아랑곳 않는 단출한 소매 덕에 브레이슬릿의 ‘짤랑짤랑’은 계속 귓가를 맴돌 예정. 에르메스의 H로고 뱅글과 까르띠에의 러브 뱅글은 여자들이 애인의 지갑을 등에 업지 않고도 기꺼이 구매하는 아이템이 돼버렸다. 5. logomania 비비안 웨스트우드 → 꼼 데 가르송 로고 마니아의 변칙적 해법. 어깨에 힘 들어간 자아도취형 브랜드를 과감히 포기한다.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ORB 로고가 그 삐딱한 의도를 간파했다면 이제는 꼼 데 가르송의 눈 달린 하트가 역할을 대신한다. 하지만 동네방네 입소문이 무서운 법. 변칙이 금세 주류가 돼 급기야는 안티까지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혜성같이 등장한 새 얼굴이 클래식이 되는 길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법. 이미테이션의 딴지를 극복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6. timeless rolex real → fake 요거 참 감쪽같다. 롤렉스의 진중함에 앙증맞은 애교를 더했지만 우스워 보이지 않는다. ‘창의적 카피’가 클래식이 돼버린 아이러니다. 버킨백을 모방한 응큼함은 참을 수 없어도 유머와 조소를 더한 가짜 롤렉스 앞에서라면 너그러워진다. 비틀기의 묘미다. 게다가 가격은 반의 반이니 더 이상 중국 땅에서 진짜 같은 가짜를 찾을 이유가 없다.7. one and only LBD → 그런지 티셔츠 “(리틀 블랙 드레스) 하나면 충분해요!”란 대사는 지금도 유효하다. 그 괄호에 다음의 단어를 넣어도 물론 유효하다(세탁기에 몇 번 넣어 돌린 듯한 알렉산더 왕 티셔츠). 인류 최고의 발명품에 넣어도 좋을 만한 레깅스와 그 힘을 합치면 아랫도리는 생략해도 좋다. 여성의 다리 아래를 자유롭게 한 건 치마가 아니다. 이리저리 늘어나도 꽤 폼나는 그런지 티셔츠다.8. jean 부츠 컷 → 스키니좀처럼 옷장 속으로 들어갈 일이 없다. 짧고 굵게 수명을 다할 줄 알았던 스키니 진의 약발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엉성한 각선미를 폼나게 잡아주는 ‘부츠 컷’이 있음에도 사람들은 치부를 드러내는 스키니에 열광한다. 루부탱 힐, 실크 소재의 톱과 매치되는 화려함, ‘엿 먹으라’는 문구의 티셔츠와도 어울리는 ‘똥배짱’까지. 극과 극을 아우르기 때문이다.9. scent 향수 → 향초마릴린 먼로는 클래식을 뿌렸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잠들 수 있었다. 2000년대의 여성들은 클래식을 태운다. 그래야 베개맡에 얼굴을 묻는다. 나 아니고서 그 누구에게도 어필할 수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향기가 여성들의 침실 속을 파고들고 있다. 너도 입고, 나도 입고, 쟤도 입는 스타일의 공유를 참다 못해 찾아 나선 신대륙이다. 심지를 태우고 나면 인테리어 용품으로도 손색 없다. 그게 모이면 마치 내 자식처럼 뿌듯해진다.10. classic of classic 루이 비통 스피디 백 → 루이 비통 네버풀 백 매일매일 반복되는 소지품과의 전쟁. 지갑과 열쇠 외에도 챙길 것이 많아진 현대인의 짐이자 욕망이다. 스테판 스프라우즈의 그래피티, 금박, 은박을 덧입으며 환골탈태하고 있는 스피디 백의 뒤를 잇는 건 네버풀 백이다. 가방은 이제 더 이상 무대의 주인공이 아니다. 타협하는 수밖에 없다. 넣어도 넣어도 차지 않는다는 이름이 그 절박함을 말해준다.*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1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