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왜 안 벗고 자요?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한 번도 안 벗고 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벗고 잔 사람은 없다. | 수면,잠,건강,숙면,만성피로

  “난 원래 알몸으로 자.” 남자 사람 친구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속옷도 안 입고 잔다고?” 대답은 어김없이 “예스!”였다. 우리 가족 중 그 누구도 알몸으로 자는 건 본 적이 없고 평생 보고 배운(!) 적 없으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기억을 되짚어보면 남동생도, 아빠도 트렁크 팬티만 입고 잔 적은 있는 것도 같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 중 여성이 속옷만 입고 잔 일은 전무했다. 무더운 여름에도 속옷을 감출 잠옷을 반드시 챙겨 입었으니까. 심지어 브라를 벗고 팬티에 잠옷만 걸쳐도 혹시나 유두가 비칠까 전전긍긍하며 방문을 꼭꼭 닫았다. 그런데 알몸으로 자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독립해서 혼자 산 지 2년 차. 알몸 수면이 건강에 좋고, 훨씬 편안하다는 지인의 알몸 수면 예찬론을 들은 이후 침대에 누워 말똥말똥 천장을 바라보다 결심했다. ‘그래, 혼자 사는데 뭐 어때? 여자라고 못할 건 없지.’ 이내 잠옷과 속옷을 벗어 던졌다. 이상했다. 발가벗은 느낌. 정말 발가벗은 느낌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어쩐지 나쁜 짓을 한 기분. 내가 별걸 다 해보는구나 싶어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내 보드라운 이불의 감촉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배 위에 올린 팔과 배의 맞닿은 살에서, 옆으로 누운 다리와 다리의 맞닿은 살에서 부드러운 온기가 맴돌았다. 알몸으로 인해 급작스럽게 바뀐 수면 환경. 본래 불면증이 심해서 예상대로 쉬이 잠들지 못했지만 다음 날 아침, 상쾌하게 눈을 떴다. 어라? 잠이 부족해 늘 힘겹게 몸을 일으켰는데 눈이 총총한 걸 보니 깊이 잠든 게 확실했다. 놀라웠다. 이에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알몸으로 잠을 청했고 딥 슬립을 경험하며 매일매일 알몸 수면을 취하는 날이 이어졌다.   초록색 검색 창에 알몸 수면을 검색해 봤다. 본래 인체는 체온이 떨어지면서 잠이 들기 때문에 알몸으로 자면 체온이 더 빨리 떨어져 잠이 잘 들고 질 좋은 수면을 취할 수 있다. 잠이 들고 난 뒤에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열로 바꾸며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팬티를 입지 않으니 공기흐름이 원활해져 생식기 청결과 건강에 좋다. 피부 전체로 호흡하며 노폐물이 잘 배출되는 일종의 디톡스 효과로 피부도 맑아지고 노화를 예방한다. 고혈압이나 두통, 신경통, 코골이가 치유되고 심리적 안정감을 불러와 우울증과 만성피로를 개선한다 등등. 이 정도로 장점이 수두룩한데 계속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나! 단점은? 아무래도 잠자며 흘리는 땀이 이불에 고스란히 흡수돼 이를 자주 세탁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다. 확실히 잠도 잘 오고 그래서인지 피부도 보들보들해져 단점은 단번에 상쇄됐다. 무엇보다 쾌적하고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하는 것. ‘프로불면러’에게는 꿈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알몸 자체가 주는 행복감도 빠트릴 수 없다. 우리는 자연이 주는 평화로움을 익히 알고 있다. 거추장스러운 옷을 벗어 던짐과 동시에 세속에서 벗어나 ‘자연인’이 된 기분. 잘 때마다 일탈하는 듯한 황홀한 해방감은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더욱 놀라운 건 어색했던 알몸과 친해지며 내 몸을 더욱 아끼고 사랑하게 됐다는 것이다. 작은 가슴과 알몸을 수치심이나 창피함과 연관시키지 않고 나의 일부로 온전히 받아들이게 됐으니까.     알몸 수면을 배로 즐기기 위한 첫 번째 슬리핑 메이트는 단연 침구다. 알몸으로 자며 공기가 잘 통하는 풍기 인견과 가벼운 구스다운으로 수면 감촉에 더욱 신경 쓰게 됐고, 삼중으로 씌운 순면 베개 커버도 수시로 바꾸고 있다. 두 번째는 향수. 무엇을 입고 자느냐는 질문에 “샤넬 N°5”라고 재치 있게 답했던 마릴린 먼로를 따라 샤넬 N°5를 뿌려봤다. 정말이지 세상 섹시해진 기분이다. 자연에 흠뻑 취하고 싶을 땐 숲 속에 있는 듯 청량한 시트러스 우디 향의 분더샵 버베니트를, 기분 좋은 살 냄새를 맡고 싶을 땐 머스키한 딥티크의 플레르 드 뽀를 사용한다. 타인을 위함이 아니라 지극히 나를 위한 행위이기에 혹시 향이 너무 강하진 않을지, 상대방의 취향에 거슬리지는 않는지 눈치 볼 필요도 없다. 피로를 풀고 싶은 날엔 롤온 타입의 아로마 오일을 코밑 인중에 살짝 묻혀 깊은 호흡을 유도한다. 들숨과 날숨이 길어지면서 긴장이 풀리고 몸과 마음이 이완되기 때문이다. 후각에 이어 청각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자연인이 된 김에 유튜브에서 자연의 소리를 찾아 틀어보자. 금세 마음이 차분해진다. 생리 기간에는? 생리컵을 사용하니 속옷을 입지 않아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더라! 내게 알몸을 허락하는 유일한 시간. 앞으로도 이 홀가분함을 충분히 만끽할 예정이다. 그러니 불면증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 싶다면, 시원한 해방감을 제대로 맛보고 싶다면, 홀라당 벗고 침대에 뛰어들기 바란다. ‘꿀잠’ 후 행복한 표정으로 아침을 맞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