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향을 즐기라고 말하는 듯한 딥티크의 감각적인 광고 비주얼.
인류의 첫 번째 향수 형태는 기원전 8000년 전, 종교 의식을 치를 때 고무 수지나 나무를 태워 향을 피운 데서 연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원전 3000년경 이집트인은 미라를 만들거나 목욕할 때 아이리스, 재스민, 히아신스 등을 식물성 혹은 동물성 오일에 첨가해 사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원뿔 모양의 밀랍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있는 이집트인의 모습을 고대 벽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꽃과 허브, 향신료를 넣어 만든 밀랍이 녹으면 향기 혼합물이 함께 흘러내림으로써 온몸을 향으로 뒤덮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로마시대 검투사들은 향이 다른 오일을 각기 다른 신체 부위에 바르는 것이 시합 전의 루틴이었고, 클레오파트라가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 사향노루의 향낭을 늘 몸에 지니고 다녔다는 얘기는 널리 알려진 바. 왜 갑자기 향수의 역사를 읊는지 의아하다고? 여기서 주목한 건 향수 사용법의 ‘원형’이다. 무언가를 태워 주변 공기를 그 향으로 채우거나, 오일 형태로 몸에 바르거나, 발향하는 원료 자체를 몸에 지니는 형태의 향. 향수의 나라, 프랑스의 대표 소설가 에밀 졸라의 책을 읽다 보면 모자에 달린 깃털과 페티코트, 손수건 등에 향수를 묻히는 장면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우리야 향수를 ‘뿌린다’고 표현하지만, 영미권에서는 ‘Apply’나 ‘Wear’라는 단어를 쓰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Spray’라는 단어는 “정확히 몸 어느 부위에 뿌려야 돼?”와 같은 맥락에서 사용된다). 말 그대로 향을 ‘뿌리기’ 시작한 계기는 16~17세기에 유럽의 도시들이 번잡해지면서 그에 따른 각종 오물 냄새를 덮기 위해서였다고. 이는 향수를 좀 더 본능적이고 개인적이며 친밀한 방법으로 즐기는 애티튜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나만의 고유한 체취를 덮어버릴 작정이 아니라면 향수를 샤워하듯 마구 뿌려댈 것이 아니라(그럴 거면 페브리즈를 추천한다), 본능에 이끌려 선택한 향을 좀 더 섬세하고 세련된 방법으로, 나만의 체취와 어우러지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향을 즐기는 방법이 아닐까. 이런 의미에서 이달 딥티크에서 선보인 ‘레디 투 퍼퓸(Ready to Perfume)’ 컬렉션에 마음이 동한다. 손목 안쪽이나 목덜미, 어깨 등 원하는 부위에 스티커처럼 붙이고 기분에 따라 다시 떼어낼 수도 있는 ‘퍼퓸드 패치’, 실 팔찌처럼 손목에 감아 묶는 ‘퍼퓸드 브레이슬렛’, 옷깃에 액세서리처럼 달 수 있는 ‘퍼퓸드 브로치’까지, 대놓고 ‘나 향수 뿌렸어’라고 광고하는 대신 지극히 세련되면서도 은유적인 방법으로 향을 가까이 지닐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인 것. 에디터가 애정하는 프렌치 레이블 ‘르메르’에서도 향수를 덜어 휴대할 수 있는 펜던트 목걸이를 선보였다. 처음에는 ‘누가 이 손톱만한 용기에 향수를 담아 다닐까’ 싶었지만 이 또한 향을 즐기는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은밀하면서 시적(詩的)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바로 통장 잔고를 확인했다.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향수를 직관적으로 찾아냈다면, 같은 라인에서 나온 보디로션이나 헤어 미스트를 사용하거나 무향의 보디로션에 향수를 믹스해 바르는 것도 좋은 방법. 이제 기존의 뿌리는 습관에서 벗어나 한층 자신과 밀접한 방법으로 향을 입어보는 건 어떨까? 나를 위한 향이 타인의 후각을 공격하지 않도록.




에디터의 위시 리스트 0순위. 퍼퓸 보틀 펜던트 목걸이, Lemai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