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년'의 새로운 시작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새로운 '새소년'은 아직 모호하다. 그러나 명확한 것들도 있다. | 새소년,인터뷰,밴드,뮤지션,황소윤

  유수가 입은 이너 터틀넥은 H&M. 레이어드한 셔츠는 Daejoongso. 오버핏의 트렌치코트는 Musée. 팬츠는 Roliat. 현진이 입은 블랙 셔츠는 Zplish. 트렌치코트는 Maxxij. 화이트 데님 팬츠는 Voiebit. 소윤이 입은 이너 터틀넥은 H&M. 화이트 셔츠는 Off-White™. 가죽 팬츠는 Low Classic. 슈즈는 Zara. 바다에 파도가 치는 게 당연한 일인 것처럼 새소년의 존재는 2016년 등장과 함께 자연스럽게 밀려들었다.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루키’로 선정되고 커다란 록 페스티벌의 무대에 올랐으며, 첫 번째 EP <여름깃>은 한국대중음악상에서 두 개의 상을 거머쥐었으니까. ‘록 밴드’라는 단어가 사어처럼 느껴질 무렵에 나타난 이 놀라운 밴드의 음악적 성취와는 별개로 곡을 쓰고 기타도 치는 밴드의 보컬, 황소윤의 매력은 조금 더 자주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그리고 2019년 현재, 지금의 새소년은 황소윤(보컬&기타)과 유수(드럼), 박현진(베이스)으로 이뤄져 있다. 소윤을 제외한 기존 멤버 두 사람이 지난 연말 공연 ‘SSN#009’을 마지막으로 군 입대를 결심한 뒤 벌어진 일이다.     “저희는 역사가 짧아요. 셋이 서로 알고 지낸 지 4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니까요. 현진이와는 같은 과 선후배 사이지만 얼굴만 알았고요.” “맞아요. 처음 셋이 같이 밥 먹을 때 정말 숨 막힐 정도로 어색했어요.” 유수가 먼저 말하고 현진이 여기에 말을 보탰다. “처음으로 단체 채팅방을 만들었을 때 채팅방 이름이 ‘새소년?’이었어요. 모두 ‘우리가 새소년이 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를 갖고 있었거든요.” 이어지는 소윤의 깔끔한 설명대로 세 사람에게 음악 팬들이 으레 밴드에 기대하는 끈끈한 과거나 비밀스러운 결성 과정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새로운 새소년이 함께 선 공기에는 설렘과 적당한 긴장감, 호기심 같은 게 떠다닌다. 좋은 친구를 찾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주변을 열심히 두리번거리는 새 학기와 비슷한 풍경이다. 새로운 새소년은 어떤 밴드가 되고 싶을까? “밴드는 가족도 아니고, 연인도 친구도 아닌 완전히 새로운 관계잖아요. 지금 세 사람의 상태를 표현하면 작고 예쁜 돌멩이 같아요. 모난 데도 있고, 깨진 부분도 있는 돌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 형태가 달라지면서 한 사람 한 사람 깊은 관계를 맺게 되길 바라요. 물론 같이하면서 즐거운 게 ‘짱’이겠지만요.” 소윤의 말이다. 바람대로 소윤과 유수, 현진의 새소년은 얼마 전 ‘Hello! World’라는 제목의 기획 공연으로 함께 무대에 섰고, 첫 번째 해외 투어를 앞두고 있으며, 곧 두 장의 EP도 세상에 내놓을 예정이다. 더 이상 물음표를 붙일 이유가 사라진 세 사람의 채팅방 이름은 이제 그냥 ‘새소년’이다. 앞으로도 많은 ‘처음’을 함께 헤쳐 나갈 새소년과 이야기를 나눌 첫 번째 기회는 <엘르>가 차지했다.   첫 인터뷰를 함께하게 돼서 기쁘다. 새롭게 합류한 두 사람의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유수 오토바이 타는 것과 가요 듣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다. 대학교를 조금 늦게 들어갔는데 그 전에는 혼자 드럼을 쳤고, 서울 생활을 한 지는 2~3년 정도 됐다. 세션으로 활동하면서 올렸던 연주 영상이 소윤의 눈에 띄었다. 현진 나는 반대로 검정고시를 보고 조금 일찍 대학에 갔다. 교회에서 음악을 처음 배웠기 때문에 그전에는 CCM이나 가스펠같이 형태가 정해진 음악을 연주했고, 대중음악도 ‘멜론 차트 100’같이 관습적으로만 들었으니 밴드 음악에 대해 상당히 무심한 편이었다. 나 역시 소윤의 간택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밴드 활동은 처음인데 소윤은 둘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소윤 그러게. 왜 그랬을까(웃음). 길지는 않지만 2년 6개월 가량 새소년으로 활동하면서 호흡을 맞추고 밴드를 한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생각했다.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에너지, 그걸 흡수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더라. 두 사람은 그 노선에 함께 올라탈 수 있는 사람들이다. ‘군필자’라서 뽑았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한 적도 있는데 정말 열심히 찾아다녔다. 인터넷이 있어서 다행이다.   전혀 몰랐던 사이라는 점도 의외다 소윤 서로 오가며 데면데면 인사를 나누던 관계조차도 아니었다. 유수의 경우에는 주변에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듣긴 했다. 같은 배에 타서 움직이는 일에 적합한 사람이라던 평가처럼, 지금도 맏형 자리에 걸맞은 좋은 캐릭터인 것 같다. 현진은 얼굴을 잔뜩 구긴 채로 몰두해서 베이스를 치는 영상이 인상적이었다. 악기는 무조건 몸으로, 얼굴로 치는 거라고 평소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목석처럼 연주하는 사람이 많거든. 현진 정작 나는 표정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소윤 올린 영상 섬네일을 보면 항상 찡그린 표정이던데 알고 있었던 것 아닌가. 유수 완전 의도적이네(웃음).   반대로 두 사람이 새소년에 승선을 결심한 이유도 궁금하다 현진 한참 음악이 재미있다가도 학교를 졸업하고 현실적인 이유로 음악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때쯤 이런 기회가 있다는 걸 알았다. 음악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해보자, 뭘 해도 내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사람들도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했다. 유수 음악적으로 정착해야겠다고 느낄 무렵이었다. 무엇보다 직접 소윤을 만났을 때 생각보다 유연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동안 세션으로서 맞춰주고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왔다면 이제는 앞에 나서서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는 게 같은 배에 탄 가장 큰 이유다.   황소윤이라는 아티스트에 대한 이미지는 없었나? 5월에 이라는 근사한 솔로 앨범을 냈고, 여러 아티스트와 협업했으며, 인기도 엄청나게 많은데 현진 솔로 활동할 때 라이브를 보러 가서 진짜 놀랐다. “얘 연예인이야? 완전 아이돌인데!?” 싶더라. 그냥 옆에서 보면 황소윤인데 기타 칠 때나 콘서트에서 멘트 할 때 보면 정말 프로다. 유수 당연히 호감을 갖고 있었다. 공연도 직접 보러 갔고, 밴드 활동은 물론 솔로 활동까지 복합적으로 해내는 모습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걸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성격일 뿐이다. 본인도 우리가 이렇게 생각하는 걸 알고 있을걸? 소윤 알고 있다. 당연한 것 아닌가(웃음). 나도 멤버들이 다른 무대에 선다면 당연히 보러 갈 거다. 궁금하니까.   이쯤 되니 처음 세 사람이 만났을 때의 분위기가 상상되는데 소윤 정말 ‘물음표’ 그 자체였다. 현진 서로 존댓말로 조용조용 대화하면서 밥을 먹는데 숨이 막히더라. 유수 현진이가 학교 선배인 나를 어려워하는 게 느껴져서 결국 내가 먼저 말을 놓자고 했다. 소윤 그때와 비교하면 정말 빠르게 서로를 알아가고 있다. 서로에 대해 무지했던 사람들이 죽어라 합을 맞추고 활동하고 있는 것에 감사하다. 아무리 리더로서 멱살 잡고 끌고 가야 하는 부분이 있어도 같이 가려면 결국 혼자만의 에너지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7월에 열렸던 공연 ‘Hello! World’를 기분 좋게 관람했다. 당사자들은 어땠나 유수 아무리 나름의 음악 활동을 했다 해도 새소년으로 등장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다 보니 좀 막연한 느낌으로 소윤을 따라갔던 것 같다. 이 정도 연습하면 밴드로서 이만큼 할 수 있구나, 감이 생겼다. 현진 두 달 정도 합을 맞추며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었다. 세션을 할 때는 한두 번 합주해 보고 무대에 올라가는 게 일반적이니까. 서로 연구하고 맞춰가는 과정이 머리가 아프기도 했는데, 결과물을 보고 깨달았다. 아, 원래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구나. 소윤 위험한 일을 즐기는 성향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걷고 달리는 것보다 편히 누워 있고 싶지 않나. ‘Hello! World’도 그런 장치 중 하나였다. 우리가 이날 사람들을 초대해서 공연할 것이라고 미리 선포하고 그에 맞춰 달려온 거다. 마음을 열고 합을 맞추는 과정, 밴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짜증 나지만 재미있는 점들을 오랜만에 느꼈다.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현진이 입은 하운즈투스 재킷은 T.I for Men. 그레이 팬츠는 Acne Studios. 이너 웨어로 입은 티셔츠와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네크리스와 링은 모두 2dello. 소윤이 입은 벨티드 체크 재킷과 스커트는 모두 Kye. 유수가 입은 오버핏 블레이저와 팬츠, 스트라이프 셔츠는 모두 Musée. ‘같이하면서 짜증 나지만 재미있다’는 표현이 와닿는다. 밴드뿐 아니라 일상의 많은 부분에 적용되는 표현이다 유수 어떻게 보면 사서 고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서 짜증이라는 것도 서로를 향한 것이라기보다 상황과 관련한 것이 대부분이다. 현진이나 나나 실용음악과에서 음악을 기능적으로 배우는 데 익숙한데 밴드 연주는 그것과 다르더라. 나는 괜찮아도 두 사람이 만족할 수 없는 부분이 있고, 그럼 그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 현진 내가 모르는 두 사람의 뭔가가 있다고 느꼈다. ‘내가 지금 느끼는 걸 말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을 때도 그 감정까지 공유하는 게 결국 도움이 됐다.   요즘 같은 시기에 밴드라는 형태를 이어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어떤 각오처럼 보이기도 한다. 밴드로서 공유하는 목표 의식이 있다면 소윤 새소년이 모난 데도 있고, 깨진 곳도 있는 돌이 되면 좋겠다. 형태가 달라지는 과정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깊고 반짝이는 관계를 맺길 바란다. 사실 그냥 즐거우면 좋겠다. 지향점, 목표는 차치하고 즐거운 게 최고다. 유수 지금은 각자 키워온 취향들을 쏟아내듯 이야기하고 나누는 상황이다. 각자 재미있게 여기는 부분들이 섞이며 그게 새로운 새소년이 되지 않을까. 현진 오래 하고 싶다. 접점을 찾아가면서 꾸준히, 오래 함께하고 싶다는 게 가장 솔직한 바람이다. 소윤 오! 나도 간절히 바라면서도 평소에는 어디에서도 꺼내지 못했던 말인데 이렇게 들으니까 좋다. 밴드는 한 가지 감정이 ‘펑’ 터지며 끝나기도 하고, 한 명의 실수로 공중분해되는 경우도 많지 않나. 완전 <위기탈출 넘버원>인데 이 번거로운 일을 같이 오래 하자는 이야기 자체가 의미 깊다.   이제 한 팀이 돼가는 것 같다고 느낀 시점이 있나 유수 리허설도 아니고 본공연인데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났다. 순간 다들 눈이 ‘탁탁탁’ 마주치면서 각자 대처하는데 그때 유대감을 느꼈다. 현진 콘서트 때도 소윤이가 기타를 튜닝해야 할 때 나를 바라본다. ‘너 빨리 멘트 해, 임마’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소윤 정답이다(웃음).   주변 사람들은 세 사람이 같이 있는 걸 보고 어떻게 이야기하나 소윤 생각보다 서로 잘 묻어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기본적으로 셋 다 ‘덕후’ 기질이 있다. 내가 보기에 현진은 자동차에 관심이 좀 있는 것을 제외하면 베이스가 전부다. 현진 인스타그램에도 악기와 장비 사진만 올린다. 그래서 언팔로를 많이 당하는 걸까. 소윤 유수는 정말로 다양한 분야에 심취해 있는데 뷰티에도 일가견 있다. 내 생일에 처음 보는 뷰티 브랜드 제품을 선물해 줬는데 완전 ‘꿀템’이었다. 이런 건 대체 어디서 어떻게 찾는 건지. 유수 슬쩍 봤는데 피부 트러블이 생겼길래 바로 선물했다. 뿌듯하다.   최근 각자의 기억에 소중하게 남은 경험은 유수 얼마 전 공연 때문에 울란우데(Ulan-Ude)에 일주일 정도 다녀왔다. 러시아 바이칼 호수 근방에 자리한 작은 동네다. 한 시간 동안 2차선 도로를 달려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대지를 보면서 광활하다는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현진 오래된 차들이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니고 사람들도 편안해 보이는 곳이었다. 여기서 살 수 있겠냐고 유수가 묻기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유수 나는 살기에는 뭔가 재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물어본 거였는데 현진은 좋아하더라. 겨울에는 영하 수십 도까지 내려가니까 사람들이 남은 계절을 겨울을 대비하며 사는 느낌이었다. 소윤 생활비가 월 500만원씩 들어오면 여기서 살겠냐고 물어봤으니까 그런 것 아니야?(웃음)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나오는 장점이 있긴 하다. 서울, 그중에서도 홍대에 있다 보니까 가끔 도시가 버겁게 느껴진다. 어디에 있어도 나만의 자유를 찾는 방법을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요즘 하고 있다.   러시아 공연에 이어 8월 12일 아시아 투어를 떠난다. 함께하는 첫 해외 투어를 앞둔 각오는 현진 처음이지만 걱정보다 기대가 크다. 해외까지 가서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누구나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니까. 유수 꽤 길게 셋이서 떨어지지 않고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기대된다. 과연 이번엔 어떤 ‘꼴’이 날지(웃음). 소윤 죽음의 일정이다! 내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대단한 철학이나 음악적 정의처럼 보이지 않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오늘 인터뷰도 그렇게 받아들여지면 좋겠다. 우리는 계속 변할 거고, 새로운 새소년도 그럴 테니까. 그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