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발레 제너레이션의 뉴 발레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이제 발레를 눈여겨볼 시간이다. 좀 더 쉽고 재미있는 발레에 매혹당할 테니. 우아하게, 치열하게, 자유롭게 발레를 하고 무대를 즐기는 뉴발레 제너레이션의 뉴 발레가 있기 때문이다. |

이사도라 던컨의 자유를 사랑했다. 멋드러진 드레이프의 튜닉은 인위적으로 몸을 조이지 않았지만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우아함을 그렸다. 그녀가 사진 안에 머무는 꿈이라면, 눈앞에서 만날 수 있는 궁극의 프리마돈나는 최태지와 문훈숙이었다. 그리고 강수진이 나타났다. 이들을 좇아 조르륵 발레교습소를 향하던 소녀들은 어른이 됐다. 소수가 남아 발레를 계속했고, 직업 무용수가 됐다. 그리고 발레는 어느새 비일상적인 것이 됐다. 그래서일까? 김용걸(그는 남자 무용수의 존재를 새로이 일깨워줬다), 김주원, 황혜민, 강예나, 김지영. 무용을 ‘하는’ 이가 아니라 ‘보는’ 이라면 무용수에 대한 업데이트도 이쯤에서 중단됐을 거다. 하지만 문화 각 분야에서 새로운 세대가 출현하며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발레계에도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을 젊은 무용수들이 존재한다. 다만, 아직 대중에게는 상대적으로 낯선 이름일 뿐. 리허설과 공연이 이어지던 가을 밤, 김현웅과 박귀섭, 김리회, 이동훈, 정영재, 박슬기, 박세은 등이 한자리에 모인 건 그 때문이다. 모두 국립발레단의 무용수들이다. 이제 수석 무용수가 돼 선배들과 막내들을 연결해주는 위치가 된 김현웅(입단 때부터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인 무용수로, 지난해 부상으로 슬럼프를 겪다가 올해 재기했다)을 제외하면 모두 비슷한 연차의 또래들이다. flashObject2('winTop','/elle/svc/elle_admin/etc/Sub_Video_Player.swf', '100%', '320', 'flvpath=rtmp://movie.atzine.com/vod/REPOSITORY/2009/12/28/MOV/SRC/01AST022009122826096016231.FLV',','transparent'); 시작은 다들 비슷하다. 엄마 아빠 손에 이끌려, 선생님 권유로, 주변에 이쪽 분야의 사람이 있어서 입문하게 된다. 박슬기는 언니를 따라 시작한 케이스다. “여섯 살 때였어요. 먼저 발레를 시작한 언니가 나한텐 우상이었죠.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같이 발레를 하고 있네요. 언니는 지금 싱가포르 발레단에 있어요.” 김리회와 박세은은 발레 공연을 보고 나서 부모님과 함께 발레 학원을 찾았다. 김현웅은 뮤지컬 배우인 가족이 있어 춤에 대한 자의식이 일찍 싹텄고, 정영재도 무용을 하는 가족이 있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무용을 배우게 된 이 둘을 제외하면 남자들은 대개 느지막히 시작한다. 이동훈은 원래 비보이였다. “중학교 때 활동했어요. 그런데 새로 오신 선생님이 제대로 된 무용을 배워 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중학교 3학년 마칠 무렵 발레 학원엘 갔어요. 사실은 대학 다닐 때까지도 비보이 공연을 몰래몰래 다녔죠.” 박귀섭은 고등학교 때 진로를 바꿨다. “원래 예술고등학교에서 미술 전공하다가 2학년 때 무용으로 바꿨어요. 학교 선배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가는 걸 보고 꼭 그 학교에 가고 싶어졌어요. 그때는 학교가 목표였던 셈이죠.” 그리고 이들은 살아남았다. 자의 반 타의 반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도 많고, 하고 싶어도 더 이상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어차피 발레는 일인극으로 꾸며질 수 없다. 어딘가 소속돼야 한다는 뜻. 무용 전공자 수에 비해 발레단 수가 적은 상황에서 국립발레단은 그 자체로 꿈의 무대다. “해마다 채용 인원도 편차가 있죠. 준단원을 몇 년씩 해도 정식 단원 자리가 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대가 맞아야 돼요.” 박슬기의 얘기다. 지난해 특채로 입단한 이동훈은 출근 첫날을 기억했다. “지금까지 무용만 알고, 무용만 해온 사람들인데도 여전히 지치지 않고 이렇게 열심히 열정적으로 하다니! 감동으로 다가왔죠.” 그럼 이들의 발레단 생활은 어떨까? “오전에는 기본 스트레칭 클래스가 있어요. 여기서 다 같이 얼굴을 보고, 그 다음부터는 내가 포함돼 있는 리허설에 따라 연습실을 옮겨다녀요. 보통 하루 일정을 마치면 6시에요. 공연이 있는 날이면 10시, 11시를 넘기기 일쑤죠. 특별한 일정이 없더라도 개인 연습을 위해 남는 경우도 많이 있어요.” 김현웅의 설명이다. “단원은 마흔 명이 넘어요. 잘 뭉치고 가족 같은 분위기지만 그 안에 위계질서도 있죠. 안 그러면 통제가 되지 않을 것 같은데요? 하하.” “막내들은 뭐든지 마지막이에요. 의상 정하는 것, 씻는 것…. 찜질용 얼음도 준비해야 하고요.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죠.” 박귀섭과 박슬기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입단 연도나 직급에 따라 순차적으로 작품을 맡는 건 아니다. “작품에 따라 오디션을 보기도 하고, 안무가가 지목하기도 해요. 연차가 낮아도 역할과 잘 맞으면 주역이 되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 군무에 포함되기도 하죠.” 프로 무용단은 다 그렇다는 게 정영재의 설명이다. 지난해 에서 파드되(2인무)로 깊은 인상을 주고 같은 해 에서 주역으로 데뷔한 박슬기도 초반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래도 학교 다닐 때는 항상 주역을 맡곤 했는데 군무부터 하려니까 좀 심리적으로 위축되더라고요. 지금은 잘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일찍 주역을 맡는 것도 약간 눈치가 보일 수도 있겠다. 이동훈과 박세은의 얘기처럼. “입단하고 얼마 후에 바로 주역을 맡아서 부담스러웠죠. 다른 사람 눈도 있고, 내가 잘 소화할지 걱정도 됐어요.” “지난 9월 에서 군무를 해야 하는데 막판에 부상을 입어서 빠졌어요. 그리고 11월에 에서 주역으로 무대에 오르죠. 단장님도 군무 경험을 하지 못하고 바로 주역을 하는 게 많이 아쉽다고 말씀하세요.”될성 부른 떡잎에 큰 기회를 주는 건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단지 안무와 음악을 외우는 것, 동작을 행하는 것 외에 스스로 채워야 할 부분이 많을 테니까. 이들도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선배들은 그냥 무대 위에서 걷기만 해도 달라 보이죠. 사실 걷고 뛰는 가장 기초적인 스텝을 자연스럽게 하는 게 제일 어려워요.” (김리회) “발이나 손끝 처리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계속 걸리는 부분이죠.” (박세은) “밝은 캐릭터를 좋아하는데 내면의 갈등이나 고뇌를 연기해야 할 때는 어려워요. 아직은 스스로 어색한 거죠.” (박귀섭) “감정 표현이 너무 약했어요. 이제 방법을 좀 찾은 것 같아요. 인물 자료를 찾기도 하고, 예전 공연 영상을 구해 보기도 하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감정을 연기해야 한다면 유사한 상황이 있는 영화를 보면서 감정을 가져 가려고 해요.” (이동훈) 촬영 중에도 이들은 끊임없이 서로의 동작을 교정해줬다. “얼굴 좀 더 가까워도 될 것 같아!” “발끝 모아서 해봐!”라고 말하면서. 쁠리에, 쥬떼, 그랑 쥬떼, 아라베스크, 발롱…. 스튜디오에는 모든 발레 동작이 등장했다. 김현웅이 이마와 무릎을 맞댄 채로 정지한 순간, 박슬기의 몸이 완전한 아라베스크를 이뤘을 때, 이동훈이 자유자재로 허리와 등을 웅크리고 펼 때 스태프들은 탄성을 내뱉었다. 정영재가 아무런 도약대 없이 사람 어깨춤까지 뛰어오르거나 박귀섭이 허리를 활처럼 젖히고, 김리회와 박세은이 다리를 바꾸어가며 연속으로 솜털처럼 걷고 뛸 때도 마찬가지.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꼬르 드 발레를 이뤘을 때는 전율마저 흘렀다. 진정성이 있는 사진 촬영이 되면 좋겠다며 의기투합하긴 했다. 하지만 시계는 벌써 자정을 넘겼다. 스튜디오 공기를 달뜨게 하는 이들의 에너지는 무엇 때문일까? 역시 발레에 대한 애정이지 싶다. “무용 없이 못산다? 그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만큼 발레를 좋아해요. 발레를 하면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고, 발레를 하면서 사는 게 좋아요.” 이동훈은 말을 아끼는 편이었지만 이 얘기만큼은 정확히 했다. “얼른 무대에 올라가고 싶은데 해설이 너무 길어져서 안달이 난 적도 있다니까요.” 박세은의 투정도 비슷한 맥락. 무대와 발레에 대한 애착을 가장 절절히 느끼는 사람은 김현웅일 거다. “지난 한 해 부상 때문에 사실상 시즌을 접으면서 무대에 대해 강렬한 감정을 경험했어요. 다시 무용을 하는 지금은 너무 행복하죠.” 언젠가 ‘발레, 그 이후’를 생각해야 할 때가 올 거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 앞으로 한참 동안은 이들이 우리 발레를 책임져줄 거란 생각이 든다. 손가락 걸고 약속하진 않았지만 이들이 입을 모아 하는 얘기엔 믿음이 있다. “발레는 어려운 것, 비싼 것, 발레 하는 사람들끼리만 보는 게 아녜요. 무용에 대한 접근을 쉽게 만들고, 대중화하는 일을 우리 세대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현웅?1981년 생?2002년 프라하 국제콩쿠르 장려상?2003년 룩셈부르크 국제콩쿠르 은상?2004년 러시아 바가노바 발레아카데미 졸업?2004년 국립발레단 입단?2006년 러시아 브누아 드 라 당스 노미네이트?2006년 한국발레협회 신인상?2007년 한국발레협회 노브르상?무대에 대한 애착과 뛰어난 신체 조건이 가장 큰 장점인 수석 무용수박귀섭?1984년 생?2004년 상하이 국제콩쿠르 베스트 커플상?2007년 뉴욕 인터내셔널 발레컴퍼티션 동상?2007년 국립발레단 입단?2009년 모스크바국제콩쿠르 세미파이널?2009년 서울국제무용콩쿠르 2등?깨끗하고 완벽한 테크닉, 유연함과 체공력 높은 점프가 강점인 솔리스트 김리회?1987년 생?1999년 일본 후쿠오카 콩쿠르 5위?2004년 불가리아 바르나 콩쿠르 평론가상 3위?2005년 서울국제무용콩쿠르 주니어 부문 1위?2006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중 국립발레단 입단?신체 조건이 완벽하고 표현력이 깔끔함 이동훈?1986년 생?2006년 러시아 페름 아라베스크 국제 발레 콩쿠르 동상?2008년 바르나 국제 발레 콩쿠르 세미 파이널리스트?2008년 세종대 재학 중 특채 입단?2009년 모스크바국제발레콩쿠르 은상?달콤한 마스크에 우아하면서도 남성적인 힘이 넘치는 발레를 구사 정영재 ?1984년 생?2003년 러시아 울란우데 국립발레학교 졸업?2005년 영국 국립발레단 솔리스트?2005년 나고야 콩쿠르 파이널리스트?2007년 뉴욕 국제발레콩쿠르 특별상?2009년 국립발레단 특채 입단?남성다운 표현력과 점프가 특기 박슬기?1986년 생?2006년 바르나 국제발레콩쿠르 동상?2007년 한국국제무용콩쿠르 금상?2007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조기 졸업 후 국립발레단 입단?2009년 서울국제무용콩쿠르 우승?아름다운 라인과 뛰어난 탄력, 타고난 감성이 특징박세은?1989년 생?2006년 잭슨콩쿠르 은상?2007년 제35회 스위스 로잔 국제 콩쿠르 우승?2007년 한국예술종합교 재학 중 ABT 2 입단?2009년 국립발레단 특채 입단?도약과 회전 등에 강하며 섬세한 연기가 특징*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1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