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IFE

부암댁 김소이가 살아가는 법

노래하고 연기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김소이를 부암동에서 만났다.

BYELLE2019.08.13
 
잔잔한 체크 패턴의 블라우스와 스커트는 모두 Wnderkammer.

잔잔한 체크 패턴의 블라우스와 스커트는 모두 Wnderkammer.

맥시 드레스는 Wnderkammer. 스니커즈는 컨버스. 재킷은 김소이 개인 소장품.

맥시 드레스는 Wnderkammer. 스니커즈는 컨버스. 재킷은 김소이 개인 소장품.

부암동에 살고 있다. 이곳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2016년, 옥수동에 살다가 이사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1순위 조건이 ‘옛 동네의 정취가 남아 있는 곳’이었다. 사실 처음부터 부암동이 떠오른 건 아니다.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 우연히 부암동에 사는 친구(분더캄머 디자이너 신혜영)와 점심을 먹다가 “우리 동네 좋아”라는 말에 퍼뜩 ‘부암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날 저녁 무작정 부동산에 전화를 걸어 두 번째로 본 집을 계약했다.
운명처럼 다가온 부암동은 어떤 동네인가
아침 산책길부터 저녁 노을이 질 때까지 소소한 낭만이 가득한 곳이다. 역사적으로는 오성과 한음이 우정을 나누고, 윤동주 시인이 시를 쓰던 곳이기도 하다. 아버지한테 “저 부암동으로 이사 가요”라고 했더니, “예부터 부암동은 문인들이 살던 곳”이라고 알려주셨다. 시상과 영감이 떠오르는 동네이고, 어딜 가더라도 예술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3년간 살아본 느낌은 어떤가? 본인에게 어울리는 공간인가
일단 나와 성향이 잘 맞는 것 같다. ‘Alone Together’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부암동이 딱 그런 분위기를 형성한다. 조용한 동네지만 그 안에는 개성 강한 사람들이 많이 산다. 함께 어울리면서도 또 각자의 생활이 존중된다. 아침에 머리만 질끈 묶고 산책을 나서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다닐 수 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아하는 내게 잘 어울린다.
이곳에서의 삶이 창작 활동에 영향을 준 부분이 있나
어느 순간부터 초록 나무와 숲에서 많은 영감을 받게 된 것 같다. 옥수동에 있는 오래된 아파트에 살 때도 집 앞에 숲이 있어서 자연이 주는 것에 감동받곤 했는데, 부암동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자연에 둘러싸여 있다. 예전에는 주로 날이 서 있는 것에 끌렸는데, 30대 후반부터 안정감 있는 것에서 영감을 얻게 되더라. 강남이나 다른 곳에서 일하고 지친 마음으로 돌아올 때, 인왕산 초입에 들어서는 순간,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는 느낌이 든다.
노래하고 연기하고 글 쓰고…. 평소 재능이 참 많은 아티스트라고 생각했다
재능이라 말하기엔 부끄럽고, 다만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큰 것 같다. 그런데 말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나는 말을 청산유수로 잘하는 것도 아니라, 편하게 할 수 있는 다른 도구를 찾은 것이 노래와 연기, 글이 됐다.
라즈베리필드는 뮤지션으로서 김소이를 다시 보게 한 이름이다
라즈베리필드는 내가 일기장 같은 음악을 하는 필명이다. 가장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도구이기도. ‘난 음악을 해요’라는 것보다 그냥 ‘내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어요’에 가깝다.
그럼 앞으로 더 열중하고 싶은 작업은
가장 목말라 있는 것은 연기이고, 가장 잘하고 싶은 것도 연기다. 모든 배우가 그러겠지만, 연기는 애증의 느낌이 있다. 너무 좋고 사랑하는데, 선택을 받아야 하는 일이고, 또 막상 선택을 받아도 작품을 할 때면 너무 힘들고 괴롭다. 어떤 분들은 연기하다가 권태기가 오고 매너리즘에 빠진다는데, 나는 아직 그게 상상이 안될 정도로 연기에 대한 마음이 크다.
연예계에 데뷔한 지 20주년을 맞았다. 어떤 느낌이 드나
‘차근차근 더디게 느껴질 정도로 하고 싶은 것을 해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기특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20년 전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뭘 좋아하는지 몰랐다. 그때의 나를 떠올려보면 ‘어떻게 지금 내 모습에 다다랐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자신을 많이 칭찬해 주기 시작했다. 그것도 부암동에 온 이후의 변화라 할 수 있다.
SNS를 보면 취향과 관심사가 다채롭더라. 김애란 작가의 신간과 새 영화 <조>도 벌써 봤던데! 요즘 빠져 있는 아티스트나 창작물을 꼽자면
여름에는 에릭 로메르! 여름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계절이다. 항상 여름을 기다리면서 보는 영화나 읽는 글이 에릭 로메르의 것이다. 올해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상영되더라. 영화 <조>의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은 <라이크 크레이지> 때부터 좋아했다. 공상과학 장르이면서도 그가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진정한 사랑에 대한 것이다. 벽돌 사이에 낀 작은 이끼, 한밤중 빌딩에서 새어 나오는 빛처럼 꿈과 사랑을 아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작품에 끌린다.
오늘 함께 만난 부암동 친구들과 정말 가까워 보이더라. 도모하고 있는 일이 있나
자유롭고 독특한 감성을 지닌 이 친구들을 만나면서 시야가 좀 더 넓어진 기분이다. 부암동 친구들의 단결을 위해서 매달 ‘이달의 부암인’을 선정하고 있다. 지난 6월 결혼한 신혜영 디자이너가 6월에 부암인이 됐고, 7월의 부암인은 을지로에 두 번째 가게를 내는 김지연 대표다. 5월의 부암인은 전주국제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한 바로 나였다(웃음)! 사소한 일이라도 서로 칭찬해 주고 격려해 주면 좋으니까.
언제까지 부암동에 머물 계획인가
이사 오면서 옛 다이어리를 봤는데, 2010년에 영화 <옥희>를 보고 ‘아, 부암동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썼더라. 예전에 내가 너무 좋아하는 동네를 아픈 기억에 빼앗긴 경험이 있다. 부암동은 절대 빼앗기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일단 집을 사버린 바람에, 오래 있을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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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사진 장엽
  • 에디터 김아름
  • 디자인 오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