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멋진 D라인을 위하여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진화하고 있는 '요즘' 임부복에 대한 이야기. | 임신,임산부,임부복,패션,트렌드

  1 헨리 왕자와 데이트 중인 메건 마클. 2 뉴트럴 컬러의 저지 드레스와 재킷으로 D라인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킴 카다시언.   3 니트 드레스와 레더 팬츠로 활동적인 룩을 완성한 나탈리 보디아노바.   4 드레시한 룩으로 왕실 행사에 참석한 메건 마클.   5 점프수트와 플랫폼 부츠로 밀리터리 룩을 완성한 키아라 페라그니.   6 스트리트 무드의 셔츠 드레스를 입은 카디 B.   아주 오래전의 어느 날부터, 사회와 여성은 늘 임신한 체형에 집착해 왔다. 가톨릭의 성모마리아와 <그리스 신화> 속 칼리스토조차 임신 사실을 드러내는 것에는 묘한 사회적 분위기와 시선을 감당해야 했지만, 위키피디아만 클릭해 봐도 임신부에 대한 분위기가 항상 조심스럽고 예민했던 건 아니다. 1400년대에는 임신부의 D라인을 그린 초상화가 크게 유행했고 클림트와 피카소, 프리다 칼로 등 당대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작품에서도 D라인은 사랑받던 소재였다. 90년대에는 <베니티 페어>를 장식한 데미 무어의 임신 누드 화보가 있었고, 30여 년 후 비욘세는 쌍둥이 출산을 앞두고 만삭의 몸으로 ‘쿨’하게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코스메틱 론칭 이후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카일리 제너는 9개월간 행적을 감췄다가 출산 후 그간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온갖 비밀스러운 소문과 악성 루머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녀의 몸, D라인을 담아낸 11분짜리 영상을 보기 위해 유튜브를 클릭했다. 임신을 축하하는 환호성부터 초음파 검사, 아기 옷과 신발 쇼핑, 진통과 출산 과정 등 모든 걸 담은 영상은 순식간에 그녀의 컴백을 증명했다. 비록 카일리 제너가 멋지게 소화한 임부복 스타일을 볼 순 없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린 임신과 관련해 집단적으로 반응한다. 특히 스타일에서! 패션은 자신의 개성과 자아를 표출하는 가장 독립적이고 사적인 수단이고, 임신은 개인의 일임에도 유니폼처럼 비슷한 형태의 임부복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임신부 본인마저 선입견에 사로잡혀 암묵적인 부담을 감수한 건 아닐는지. 그러나 최근에는 임신을 이유로 자신의 스타일을 변화하거나 포기하면서까지 삶의 폭을 좁히고 싶지 않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패션 하우스들도 신선한 방식으로 임신과 출산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지난 뉴욕 패션위크에서 모델 슬릭 우즈는 임신 9개월의 몸으로 리한나의 란제리 라인 새비지×펜티(Savage×Fenty) 런웨이에 등장했다. 마찬가지로 모델 릴리 앨드리지도 임신 5개월 차에 브랜던 맥스웰(Brandon Maxwell) 런웨이를 걸었고, 에카우스 라타(Eckhaus Latta) 쇼에선 임신 8개월의 아티스트 마이아 루스 리가 배꼽을 드러낸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슈퍼모델 비앙카 발티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럭셔리 임부복 라인을 론칭했고, 출산 후에도 착용 가능한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었다. 슬릭 우즈가 입었던 란제리도 임신부만 타깃으로 삼은 것이 아니었다.     영국 왕실의 며느리 메건 마클의 로열 스타일 역시 임부복에 대한 흐름을 바꿔놓았는데, 캘빈 클라인의 화이트 드레스, 디올의 케이프 가운, 캐서린 케네디를 연상시키는 지방시의 화이트 셔츠와 블랙 스커트 룩 부터 찢어진 스키니 진과 애비에이터 재킷,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의 ‘오프 듀티’ 룩은 편견을 뒤집었다는 평으로 연일 화제가 됐다.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 엘리자베스 2세의 경우나 스타일 아이콘이자 그녀의 시어머니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경우에도 만삭의 사진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데 비해, 메건은 자신의 스타 파워로 D라인의 아름다움과 임신부를 향한 사회적 인식을 환기시키고 있다.     ‘다양성’ 이슈의 영향으로 구성된 다채롭고 풍부한 실루엣도 한몫했다. 여유로운 실루엣이 특징인 발렌티노 컬렉션, 마토(Matteau)의 티어드 드레스, 슬리퍼(Sleeper)의 빅토리언 스타일 나이트 가운, 가니(Ganni)의 경쾌한 미니드레스가 등장했다. 임부복의 대표 주자인 간편한 저지 랩 드레스도 로테이트 바이 비르거 크리스텐센(Rotate by Birger Christensen)의 새틴 랩 드레스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안나 콴(Anna Quan)의 사파리 스타일 셔츠 드레스, 생 로랑의 로 라이즈 진 역시 출산 전후와 관계없이 근사한 대안이 된다. 액세서리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셀린의 오버사이즈 펄 이어링이나 시몬 로샤의 펄 헤어 클립은 스타일리시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임신부들도 편안하게 신을 수 있는 신축성이 뛰어난 발렌시아가의 뮬이나 더 로우의 슈즈, 멋과 실용성을 둘 다 갖춘 유틸리티 부츠로 분위기를 바꾸는 것도 좋다. 한마디로 임부복은 스타일링에 부담을 갖기보다 오히려 약간의 모험을 즐기기 좋은 기회라는 것. 임신 기간은 사회적 시선과 상관없이, 무엇이든 쉽게 이해받을 수 있다. 임신부이기 때문에 어렵다는 편견을 넘어 좀 더 도전적으로 자신의 다양한 스타일링을 즐길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