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일간의 유쾌하고 짜릿한 악몽 | 엘르코리아 (ELLE KOREA)

3시간에 가까운 살인적인 러닝타임. 자막은 한국어임에도 해독 불가능했고, 객석에서는 한숨과 비명이 번갈아 터져 나왔다. ::몰리에르 단막극 시리즈,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드망, 쇼윈도, 고골의 꿈, 엘라서울,엘르,엣진,elle.co.kr:: | ::몰리에르 단막극 시리즈,서울국제공연예술제,드망,쇼윈도,고골의 꿈

1 드망2 쇼윈도3 고골의 꿈3시간에 가까운 살인적인 러닝타임. 자막은 한국어임에도 해독 불가능했고, 객석에서는 한숨과 비명이 번갈아 터져 나왔다. 100킬로그램이 넘는 여자는 나체 상태로 뛰어다녔고, 50킬로그램도 안되어 보이는 남자는 난데없이 목을 맸다. 두 번째 인터미션을 알리는 방송이 나오자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를 떴다. 27살에 자살한 천재 극작가의 작품을 끝까지 견뎌내는 관객은 많지 않았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 4년 전 처음 국내 무대에 올랐던 사라 케인의 연극 . 당시에는 그저 불쾌하고 찜찜한 작품이라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어떤 아방가르드한 공연을 봤다는 뿌듯함이 있었는지 그날 이후 이 계절만 되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극장 근처를 서성이곤 한다. 올해로 10돌을 맞은 서울국제공연예술제(Seoul Performing Arts Festival, 이하 ‘SPAF’)의 이야기다. 매년 느끼는 거지만 SPAF의 취향은 사실 좀 마니아적이다. 흔히 SPAF를 두고 공연계의 부산국제영화제라 말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장르 성격이 강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쪽에 가깝지 않나 싶다. 서울국제무용축제, 서울연극올림픽 등 다른 축제들과 시기적으로 겹치면서도 SPAF에는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있다. 그것은 아마도 해외 연극 중 상당수가 동유럽 작품이고, 무용 또한 프랑스나 벨기에의 실험적인 작품이 많은데서 기인하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SPAF의 작품을 볼 때면 늘 악몽에 시달리면서도 ‘이미지’보다는 ‘본질’이 더 기억에 남고, 어떨 때는 심지어 생의 이면을 본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올해 SPAF는 한국과 러시아, 리투아니아, 프랑스, 폴란드 등 총 8개국 28개 단체의 28개 작품을 선보인다. 그중 무용이 18편, 연극이 7편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40여개의 작품을 선보였던 예년과 달리 작품 수는 다소 줄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도입된 ‘국내·외 공동제작’에 많은 지원을 쏟다 보니 생긴 결과로 보인다. 개막작은 얼마 전 아비뇽페스티벌 무대를 뜨겁게 달구었던 한·불 공동제작 작품 . 이오네스코의 대표작을 연출가 알랭 티마르와 국내 배우들이 약 2개월에 걸쳐 준비했다. 프랑스 국립민중극장의 17세기 고전극 도 흥미롭다. 이 작품을 위해 연출가는 17세기 연극 환경 그대로 배우들에게 세트부터 분장까지 직접 맡아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 몰리에르가 13년간 지방을 돌며 공연을 했던 경험 그 자체를 예술로 간주한 것이다. 미셸 누아레의 최신 안무작 은 4명의 어시스턴트와 1명의 카메라맨 그리고 1명의 무용수가 출연하는 실험적인 작품. 불가리아 스푸마토 극단의 은 ‘결혼’과 ‘실패’라는 주제로 고골의 네 작품을 연달아 보여준다. 모두 세계 공연의 최신 경향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사실 해외에서 공연을 ‘모셔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극단 측의 까다로운 요구조건도 수용해야 하고, 무대에 필요한 소품도 성심성의껏 마련해줘야 한다. 비용 문제도 만만찮다. 주최 측이 아무리 일정 비용을 지원한다 해도 생활수준이 서로 다른 각국의 배우와 스태프를 모두 만족시키기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SPAF는 벌써 10년째 이 같은 노가다를 계속하고 있다. 공연 좀 본다는 고수들이야 두말할 것도 없고, 공연 초보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은 축제다. 10월 2일부터 11월 14일까지, 장소는 홈페이지(www.spaf.or.kr) 참고.*자세한 내용은 엘라서울 본지 10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