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구달의 위대한 모험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는 세상을 관찰하고 탐험하는 중이다. | 제인 구달,모험,야생동물 연구,동물애호가,침팬치 연구

전문가가 아닌 동물애호가, 비서학교 졸업생, 다리가 훤히 드러나는 반바지를 입은 금발의 백인 여성. 59년 전 제인 구달이 침팬지 연구를 위해 탄자니아 곰베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의 시선은 냉소적이기 짝이 없었다. 모두 그녀가 곧 영국으로 돌아갈 것이라 확신했다. 당시 침팬지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모두 남성이었다. 그들에게 제인 구달은 학위 하나 없이 연구를 하겠다고 무작정 밀림에 온 철없는 여성일 뿐이었다. 제인 구달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매일 같이 밀림을 오가며 침팬지를 관찰했고, 당시 학계의 금기 중 하나였던 침팬지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행위를 과감히 저지르기도 했다. 그 후의 일은 모두 아는 대로다. “아프리카로 가서 동물들과 함께 사는 것. 내게는 그 생각뿐이었어요”라고 말하던 26세의 여성은 지금 ‘침팬지의 어머니’라는 수식어로 불린다. 지금이야 침팬지가 인간과 가장 비슷한 동물로 꼽히지만, 제인 구달의 연구 이전엔 그 누구도 동물이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녀가 침팬지가 나뭇가지를 구멍에 넣어 흰개미를 잡아먹는, 즉 동물이 도구를 사용해 사냥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 학계는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제인 구달은 계속해서 침팬지를 관찰하면서 인간과의 유사성을 발견해 냈다. 그들도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가족과 사회를 이루며 살았고, 때로는 원시적인 형태의 전쟁을 했으며, 부모를 잃은 새끼 침팬지를 입양하기도 한다는 사실들을 포착했다. 바꿔 말해 침팬지 역시 인간처럼 상황을 감지하고 기쁨과 슬픔, 분노, 우울함 그리고 아픔 같은 감정을 느낄 줄 아는 존재라는 뜻이었다. 제인 구달의 동물과 자연에 대한 애정은 밀림 밖으로 점점 확장돼 갔다. 무분별한 개발로 ‘사라져 가는’ 지구(실제 200만 마리였던 침팬지는 50년 만에 15만 마리로 줄어들었다)를 보존하고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과 생명 존중 인식을 널리 알리기 위해 본격적으로 환경운동에 나선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충격적이고 무책임해요. 모든 건 돈을 벌기 위해서지요. 살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돈 때문에 산다는 건 잘못된 것이죠.” 올해로 85세인 그녀는 여전히 1년 중 300일이 넘는 시간을 전 세계를 다니며 보낸다. 야생동물 연구와 교육, 보전을 위한 ‘제인 구달 연구소’와 국제 청소년 환경단체인 ‘뿌리와 새싹(Roots & Shoots)’ 설립자로서 생태계 보존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함이다. 제인 구달은 매 순간 사소한 선택이 우리의 삶과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녀의 수많은 저서 중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희망’인 것처럼 말이다.   당신은 오랜 시간 천천히 대상을 관찰하는 연구방식을 추구해 왔어요. 반면 세상은 더욱 기술적이고 즉각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죠. 이런 시대에도 당신의 방식이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물론 세상의 많은 부분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꾸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상상력이 부재한 시대입니다. 수많은 영상 매체와 스크린이 우리의 상상력을 질식시키고 있어요. 열 살 때 소설 <타잔>을 처음으로 읽었는데, 즉시 사랑에 빠졌어요. 아프리카에 대한 꿈을 꾸게 됐고 야생동물과 함께 살고 싶었죠. 하지만 어머니가 조니 와이즈뮬러가 출연한 영화 <타잔>을 보여줬을 때는 10분 만에 울음을 터트렸어요. “이건 내가 생각했던 타잔이 아니야!” 책을 읽으면서 내가 머릿속으로 그려왔던 타잔과 많이 달랐으니까요. 현대사회에서는 이렇게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방해하는 것들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죠. 사람들은 당신이 동물학자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정식 교육과 훈련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해요. 오히려 새로운 시선으로 대상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요 내가 당시의 학문적인 이론, 행동과학의 환원주의적 원칙에 얽매여 있지 않다는 점에서 루이스 리키(영국의 인류학자로 반대를 무릅쓰고 제인 구달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가 특히 만족했던 건 맞아요. 하지만 현장 연구를 할 때면 난 밀림에서 몇 시간이고 동물을 관찰하면서 보내곤 했어요. 그러니까 경험이 부족했다고 말하긴 어렵죠. ‘경험 부족으로 인한 신선한 시각’은 지금 미국의 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논리이기도 해요 정치인의 경우에는 당연히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들에겐 삶의 경험, 타인의 필요성에 대한 경험, 세상의 특별한 상황과 면면에 대해 풍부한 경험이 필요하죠. 야생동물을 관찰한 경험이 정치적 입장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됐나요 여러 시간 동안 동물을 관찰하던 습관 때문에 지금도 사람을 관찰하곤 해요. 하지만 인간 사회는 야생동물의 세계와는 너무나 달라서, 지난 경험이 큰 도움이 되진 않아요. 당시에는 당신의 연구 이상으로 여성 동물학자라는 점과 외모가 화제였어요. 모든 언론에서 당신이 다리를 드러낸 반바지를 입고 있는 사진이라든가 금발의 백인 여성이라는 것에 주목했죠. <타임>을 통해 “만일 내 두 다리가 침팬지 연구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면, 유용한 일”이라고 말했는데, 그때의 상황이 힘들진 않았나요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는 침팬지와 함께 있는 젊은 여성의 이미지를 좋아했어요. 일종의 ‘미녀와 야수’ 같은 거였죠. 우리는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만일 내 다리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호감을 얻는 데 도움이 됐다면, 그것도 괜찮은 일이었어요. 내가 반바지를 입고 있는 사진을 보세요. 뭐, 꽤 근사한 다리 아닌가요(웃음)? 난 전혀 부끄럽지 않았어요. 당신은 동물과 환경, 사람을 위해 채식을 한다고 말해왔어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방법으로 채식을 장려하는 <희망의 밥상>을 쓰기도 했죠. 언제 채식주의자가 되겠다고 결심했나요 공장식 축산 농장을 묘사한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을 읽은 후부터요. 접시에 담긴 고기를 보고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건 두려움과 고통, 죽음을 상징한다고…. 사람들이 동물의 인지능력에 대해 많이 알게 되면 육식을 멈출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우리가 채식을 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동물이 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에요. 그들은 상황을 감지하고 사고하는 것뿐 아니라 행복과 슬픔, 절망 같은 감정을 느끼는 존재예요. 또 채식은 생명을 존중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방법이에요. 육류를 생산하기 위해 숲을 무분별하게 개간해 가축에게 먹일 곡식을 기르고, 집약 농업이나 공장식 축산을 통해 엄청난 화석 연료와 온실 가스를 배출하니까요. ‘임파서블 버거’ 같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대체 육류를 먹어본 적 있나요 시도해 본 적 있어요. 하지만 고기 맛이 나서 견딜 수 없었어요. 이제 그 맛을 싫어하니까요. 다음 세대가 살아갈 세상을 예측해 볼 때, 가장 큰 두려움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면, 사고방식을 새롭게 정립하지 않는다면, 그러니까 자연에서 필요한 것을 채취하는 것을 넘어 경제 발전만 우선시하는 걸 멈추지 않는다면, 그들의 세상은 끔찍하도록 암울할 거예요. 우리가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죠. 기본적으로 산소를 내뿜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숲과 바다에 의존해 숨을 쉬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자연은 점점 이 능력을 잃어가고 있어요. 환경 분야에 대한 투자 활성화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자는 ‘그린 뉴 딜(Green New Deal) 정책’에서는 어떤 희망이 보이나요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모든 움직임은 무엇이든 도움이 된다고 믿어요. 하지만 우린 좀 더 많은 변화가 절실하다고 생각해요. 1년에 300일 이상 여행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인가요 맞아요. 생태계 보존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동시에 청소년들의 환경보호운동인 ‘뿌리와 새싹’을 더욱 발전시키고 싶어요. 전 세계 젊은이들이 사람과 동물 그리고 환경을 도울 프로젝트를 선택할 수 있었으면 해요. 사람과 동물, 환경은 모두 연결돼 있고 젊은 세대야말로 세상을 바꿀 힘을 지니고 있어요. 그들이 변하면 세상도 변하니까요. “어릴 때 나는 꿈속에서 남자였다. 남자가 돼서 모험을 하곤 했다. 그때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은 남자들만 하고 여자들은 안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 있어요. 지금 당신의 꿈속에서 당신은 여성인가요 네, 그럼요. 지금의 꿈속에서 나는 여성이자 나 자신으로 모험을 하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