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은 연기가 하고 싶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내 깡패 같은 애인>의 세진은 취직을 하지 못하는 88만원 세대다. <옥희의 영화>에서 옥희는 자유분방한 연애를 즐기는 청춘이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은희는 헤어진 남자친구를 잊지 못해 다시 돌아와 심하게 떼를 쓰는 사랑병에 걸렸다. 정유미가 모두 그녀들을 연기했다. 정유미는 진솔하고 대담하게 대한민국 20대 여성들의 삶을 파고들었다. 어느새 그녀는 우리 시대의 초상이 되었다. |

오랜만이다. 촬영할 때 현장에서 만났다. 그때 세진 캐릭터에 대해서 질문했더니, 연기 중이라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얘기를 했다. 시간이 좀 지났으니 지금은 어떤 생각이 드나?영화를 봤지 않나? 세진은 그런 아이다.시사회에서 울던 게 기억이 난다.(웃음)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나쁜 의미로 묻는 건 아니다. 여러 가지로 만감이 교차하리란 생각이 들었다.그렇기도 했다. 너무 감정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나서는 정말 바보 같다는.(웃음)그게 어쩌면 세진이의 모습일 수도 있지 않을까?아니다.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에서 내 연기가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다. 어쨌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서 캐릭터의 느낌을 표현하려고 노력하지만, 내 마음처럼 연기가 그렇게 쉽지가 않다. 어쨌든 완성이 된 영화에서는 좋게 나왔다. 우리 영화를 좋게 봐주신 관객 분들께 감사 드리는 게, 내가 한 것보다 더 공감을 많이 해주었다는 점이다. 영화라는 게 그렇다. 음악이나 다른 요소들이 섞이면서 더 풍부해진다. 그런 것에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다. 그래서 반응이 의외였다. 88만원 세대라고 하는 또래 분들이 더 좋아하고, 더 공감하니까. 처음에는 놀라웠고, 그 다음에는 진심으로 고마웠고.20대 여성의 삶을 리얼하게 표현하거나 20대 여자 주인공을 내세우는 한국 영화가 없다.맞다. 그래서 고마웠다. 정말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촬영 현장에서는 그 상황만 생각하며 치열할 수밖에 없다. 다른 생각을 못한다. 현장에서 세진에 대해 질문을 했더니, 자세한 설명 없이 어떤 얘기인지 알죠?라고 말했다. 물론 무슨 의미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당시 같이 대화를 나누던 박중훈 씨가 정유미는 확신이 들지 않으면 말하지 않는다. 꾸며서 말하지 않는 배우다라고 언급했다. 그런 편이다. 뭔가 오해가 생길 수도 있고. 우리는 지금 이렇게 눈을 마주 보며 얘기를 나누지만, 글로 쓰여질 때는 어떻게 나갈지 모르니. 지금은 이렇게 솔직히 대화한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책에 나온 걸 보면 어, 뭐야! 이해하는 것 같더니, 치!(웃음)배우가 연기를 할 때는 끊임없이 캐릭터를 찾아나가기 마련이다. 솔직히 그렇다고 말하면, 듣는 기자 입장에 따라서 이상한 식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럼 속상하겠다. 두렵기도 하니 차라리 입을 다무는 게 낫다. 아직 내가 요령이 없다. 지금은 몇 년이 지나서, 조금씩 해나가고 있지만, 공개적인 자리에서 내가 가진 생각을 능숙하게 표현하질 못한다. 사실 이제는 잘할 줄 알았다. 그때 운 것도 그런 게 포함된 거다. 정말 잘할 줄 알았다.그전 영화와 달리 은 주연에 대한 부담이 컸을 것 같다.아무래도 그랬다. 어쨌든 상업영화는 와 을 했는데, 다들 의자 개수가 많았다. 테이블도 길었다. 이번에는 시사회장에 들어갔는데 감독님과 박중훈 선배님밖에 없었다. 갑자기 순간 당황했다. 어쨌거나 내 몫이 있는 건데, 잘하고 싶은데, 그 역을 못한다고 생각하니 좀 더 노력해야 겠다. 선배님한테만 너무 의지했던 것 같고.지나보니 또 다른 생각이 드나 궁금하다.아직은 많이 안 지났다.(웃음) 몇 달 안 됐다. 그건 캐릭터에 벗어나지 못했다. 캐릭터에 몰입해서 버릴 수가 없다는 게 아니다. 작품을 하는 시간 동안, 어떤 캐릭터에 몰입하는 건 아직 잘 모르겠다. 예전에 인터뷰할 때,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닌데, 어떤 기자 분들은 연기에 너무 몰입해서 그 캐릭터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고 쓰더라. 정말 마치 비범한 아이인 것마냥. 사실 지금보다 그때는 뭔가를 표현하는 방법이 부족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그러니 그렇게 들릴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 내가 영화를 시작한 후, 처한 모든 상황과 주변 사람들에게서 벗어나는 게 조금 힘들다. 잊어버리는 게 힘들다고 말한 건데, 확대해석이 된 것 같다. 그 말만 보면 무슨 말인지 알겠지만, 아직까지 그렇게 연기를 못한다. 하고는 싶지만. 에 이어서 또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다. 홍상수 감독의 연출 방식이 낯설지는 않았나?가 처음이었다. 첫날은 아주 부담스러웠다. 텍스트가 주어지지 않아서.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뭘 준비해야 하냐고 물어봐도, 어~ 시간 맞춰서 와라고만 하셨다. 네, 알겠습니다 하면서도 부담이 컸다. 그런데 그날 이후로는 그런 생각을 안 했다. 에라, 모르겠다. 현장에서 뭐가 주어질지 모른다. 우리는 그 짧은 시간 안에 표현해야 하고. 그게 이상하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뭔가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현장에서 바로 받아서 연기를 한다는 게. 초반에는 헤맸다. 내 대사가 너무 길어서. 나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에게도 많은 대사들이 주어진다. 이걸 어떻게 외워서 하지 싶다가도 촬영을 하면 외워진다. 연습을 하고 간다고 해도, 영화 현장에 가면 공기가 틀려진다. 다른 화학반응이 나와서 되는 것처럼. 준비를 아예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를 항상 열어두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순간 집중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열심히 준비를 해도 상대 배우가 어떻게 할지 모르고, 갑자기 어떤 돌변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매일 매일 순탄하지는 않다. 그럴 때도 연기를 하려면 감정을 컨트롤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똑같이 겪는 거지만 선배님들 보면 이걸 다 아울러서, 그 안에서 밀도있게 표현해낸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껏 경험한 영화 중에 가장 잘 닿아 있는 게 홍 감독님 영화다.옥희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갔나?만들어갈 수가 없다. 준비를 못하니. 이번에는 뭘 찍는지 더 몰랐던 것 같다. 도 그랬지만, 가 이렇게 빨리 개봉할지도 몰랐다. 스케치 형식으로 찍는다고 해서 갔는데 사실 너무 추웠던 것만 기억에 난다. 그리고 정말 영화 속 시간처럼 12월 25일 크리스마스와 12월 31일, 1월 1일에 찍었다. 관객들은 알 수가 없지만 우리는 정말 그날의 기운을 느껴서 촬영을 한 거다. 그런 게 아무 영화에서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 경험이 묘하고 재미있었다.옥희는 교수와 남친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친다. 그녀의 연애가 공감이 되었나?난 사실 옥희 같은 애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해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해를 해야 하지 않나? 내 실제는 매우 좁다. 주변도 그렇고. 하지만 이게 사람들이라고 하더라. 남자던 여자던. 난 영화를 하면서 사람을 이해하고 세상을 좀 알아가는 것 같다. 내가 언제 어떤 역할을 맡을지 모른다.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도 없고. 반복적인 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테고. 계속 변화하려면 내가 열려있어야 하는데, 난 닫힌 사람이었다. 일을 하면서, 잘하고 싶은데 이해는 안 되고, 연기를 하려면 이해를 해야 하는 상황이고. 도, 드라마도 그렇고,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고, 찍을 때는 잘 모른다. 나중에 영화로 볼 때야 이해를 하는 것 같다. 그런 식으로 본다면 의 은희는 정말 생각도 못해본 캐릭터였을 텐데.그렇다. 아니, 감독님, 의 소녀가 어떡하다 이렇게 되었죠?, 왜 이렇게 망가졌냐고 물었다.김종관 감독도 만나서 에서 정유미 분량만 살짝 봤다. 김종관 감독과 유미 씨 너무 좋다고 같이 칭찬했다.다 보면 내가 안 보일지도 모른다.(웃음)김종관 감독한테 왜 미친 년 만들었냐?고 했다던데.맞다. 진상이다. 정말 괜찮았나?검은 매니큐어에 스모키 화장이 색달랐다. 감독님과 클로즈업 느낌 좋다고 수다를 떨었다. 적은 분량이지만 정말 센 이미지였다.만약에 의 소수의 팬들이 있다면 놀라서 악하고 소리 지를 거다. 하지만 좋아해줄 거라고 믿는다. 이후 7년이 흘렀다. 은희는 남자에게 넌 벌 받아야 해!라고 강렬하게 외친다.망가졌다. 아니 강해졌다. 짝사랑만 하다가 강해졌다. 많이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어떡하든 난 조금씩 작업을 하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캐릭터를 맡았다고 생각한다. 보다 더 열리게 되고.어쨌든 정유미가 나오는 세 편의 영화가 올해 개봉을 한다.너무 아깝다. 진짜 이제 찍어놓은 게 없는데. 정말 한 편씩만 상영했으면 좋겠다. 적금 깬 거 같다.(웃음) 진짜다. 또 적금을 부으면 되는 거 아닌가?없다. 이제 돈이 없다. 로 베니스 영화제에도 가는 데 요즘 기분은 어떤가?잘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조금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일과 관련되지 않은, 혼자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 그렇다고 일이 눈덩이처럼 많았던 건 아니지만. 일이 정해져 있으면 신경이 쓰여서 딴 것을 잘 못한다. 나름 리프레시하는 시간인데, 또 개봉한단다. 쉬고 싶다고 했지만, 개봉을 하는 건 좋은 일이니까.이제 당분간 옥희다!내 입장에서는 그 시간이 너무 빠르다. 좀 더 내버려두면 잘 지나가는데, 얘가 갑자기 툭 튀어 나왔다. 그리고 다음에 에서는 날 안 찾을 것 같다. 사람이 많이 나오는 영화고, 올해 자주 보니까. 옥희도 좋았지만, 김종관 감독님의 때문에 내가 일을 하게 된 거니까, 나한테는 도 의미가 있었다. 비중은 작았지만. 나한테는 너무 고마운 분이지 않나. 성큼성큼은 아니지만, 한 발 한 발 감독과 배우로서 같이 커 나가는 느낌도 들고. 이십대 후반이 되니까 내가 갖는 느낌도 다르고. 을 자주 보는데, 요즘 보면 이게, 나야? 하면서 놀란다. 몇 년 지나 진짜 고맙다고 문자를 보낸 적도 있다.에선 뽀뽀를 많이 했던데.(웃음)그건 내가 아니라 옥희다. 얘는 뽀뽀를 참 좋아하더라.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는 정말 신기하다. 하면 할수록 신이 난다. 난 참 행운아인 것 같다.노 개런티는 괜찮나?이런 사이즈면 그렇게 해야 한다. 더 큰 사이즈인데 안 주시면 싸워야지.(웃음) 사이즈가 작다 보니 정말 같이 하는 느낌이 든다. 스태프들도 없으니까.는 과 같다고 생각하거나 이어지는 걸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더라.그런 생각 미리 하지 마시고, 그냥 편하게 영화에 집중하면 될 것 같다. 얼마나 촬영을 했나?6회차 촬영을 했다. 원래는 하루만 나가면 되는 줄 알았다. 감독님이 더 나오지 말라고 얘기하는 꿈까지 꿀 정도였다. 더 이상 찍을 게 없다는 전화를 받고 꿈속에서 너무 좋아했다. 그런데 꿈이었던 거다. 사실 촬영과 조금 겹쳤다. 그러니까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너무 에너지가 없으니까.앗, 그건 옥희의 영화가 아니라, 유미의 영화다!첫날 촬영하고 나서 꾼 꿈이었다. 너무 신기했다. 일단 현장에 가면 좋지만, 기운이 안 나니까. 어떡하든 기분을 좋게 하려고 를 보았다. 아무 생각 없이 봤는데 영화가 너무 재미있었다. 그러다 메이킹을 봤는데, 맷 데이먼이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같은 배우들이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라면 무조건 오겠다고 하더라. 감독에게 엄청난 신뢰를 갖고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든 오겠다고 하는 걸 봤다. 나도 모르게, ‘이런 마음으로 영화 찍으러 가야 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촬영을 가야 하니, 홍상수 감독님은 당분간 마틴 스콜세지다.(웃음) 그런 꿈이 너무 황당해서 일기를 쓸 정도였다. 아차산에 촬영을 했는데, 스태프가 거의 없었다. 그렇게도 영화가 나온다는 게 신기했다. 홍 감독님이니까 가능한 일이겠지만. 직접 장비 들고 올라가는 모습 보니까 감동적이고 좋았다. 딴 생각만 하지 말고 열심히 하자는 마음이었다. 만약 첫날 마음으로 계속 지냈다면 지금 엄청나게 후회를 했을 거다. 재밌게 잘 찍었다. 촬영이 빨리 끝나서 쫑 파티도 했는데, PD 언니가 혹시 모른다고 하더니. 아니나다를까, 하루 더 나오라고 했다.관객의 입장에서 를 보니 어떤가?이상하게 연기하고 나서 많은 걸 잊어버렸다. 내가 한 연기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낯설다. 옥희의 영화 부문에서 그렇게 많은 내레이션을 했는지 몰랐다. 그날 찍은 거, 그날 바로 내레이션을 딴다. 화장실 장면을 찍은 후에 잊어버린 탓에, 영화 속 옥희처럼 나도 놀랐다. 오랜만에 영화를 본 느낌이었다. 영화 속에 내가 있는 게 신기하다. 홍 감독님과 이렇게 빨리 만나서 영화 찍을 거라고 생각을 못했다. 홍 감독님 영화에 나올 거라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세진, 옥희, 은희를 연기하면서 변화 같은 것은 없었나?그들은 알아서 잘 살 거다. 복잡하게 생각 안 하고 싶다. 요즘은 나한테 집중하고 있다. 똑바로 잘 살고 싶은 게 우선이다. 그냥 건강도 안 좋아진 것 같고, 나 자신을 챙기고 싶은 거다. 가볍게 하면 된다고 하지만, 일은 일인 거다. 어떤 인터뷰를 했는데, ‘나를 잘 지켜주라’고 썼더라. 나를 잘 지켜달라! 물론 내가 잘해야겠지? (녹음기에다 외치면서) 열심히 할게요. 나를 지켜주세요! 앞으로 더 잘할 겁니다.욕심은 없나?욕심? 그런 거 없다. 지금은 잘 사는 게 중요하다.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다.연기에 대한 욕심 말이다. 이제 한 단계 올라섰다. 더 잘하려는 욕심이 생길 만도 하다.그런 생각하면 너무 피곤하다. 연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내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건강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으니 조금 쉬고 싶은 것 같다. 이 일을 너무 잘하고 싶으니까.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날지 알 수가 없다.자신이 부족함을 느끼는 것도 연기에 목마르다는 반증이 아닐까?완성된 영화야 매끄럽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연기에 대한 부족함이 있기 때문에 그런 간극을 조금씩 줄여나가고 싶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해서, 다음 영화에 완벽해질 수는 없겠지만. 지난번 촬영을 했을 때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느낌을 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