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 솔대드 브라비의 한국 방문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엘르>의 오랜 친구, 일러스트레이터 솔대드가 보고 느낀 한국. | 솔대드 브라비,일러스트레이터,인터뷰,아티스트

한국에서 인상적이었던 출근길 지하철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즐겨 그리는 ‘파리지엔’, 강아지 캐릭터, 존경하는 여성인 시몬 베유 등의 모습을 사진 위에 담았다. ‘ELLE’라 부르는 우아하고 자유롭고 유머러스한 여성들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하는 아티스트는 없을 것이다. &lt;엘르&gt;를 통해 파리지엔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칼럼을 선보이는 프랑스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솔대드 브라비(Soledad Bravi)가 &lt;엘르&gt; 라이선싱과 함께 협업한 에디션을 선보이는 글로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5월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이틀간의 짧은 여정 후 다시 파리로 돌아간 그녀와 반가운 서신을 주고받았다. &nbsp; 얼마 전 다녀간 한국에 대한 기억은? 그림으로 담고 싶은 풍경이 있었나 이틀밖에 머물지 못했지만, 다행히 궁궐 한 군데와 롯데월드타워를 다녀올 시간은 있었다. 궁에서 한복을 입고 갓을 쓴 아프리카 관광객을 만나기도! 아주 모던한 도시지만 자신의 뿌리를 존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팝업 스토어 행사에서 순식간에 스케치를 완성하는 모습에 놀랐다. 늘 그렇게 즉흥적으로, 빠르게 작업하는 편인가 나는 아이디어를 담아내는 기초 드로잉을 아주 빠르게 하는 편이다. 그런 다음 내 눈에 완벽해질 때까지 그림을 다듬는데, 이 두 번째 과정은 몇 시간씩 걸리기도 한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 태국, 일본에도 다녀왔다. 이번 프로모션 투어를 진행한 소감은 짧은 일정 동안 4개국을 방문했다는 기쁨 이상으로 내 그림이 각 나라가 지닌 상이한 맥락에서 자리매김하게 되어 기분 좋았다. 고유의 정체성과 스타일이 있는 각각의 나라에 어울리는 컬렉션으로 발표되는 내 작업을 보는 일은 늘 감동적이다.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lt;엘르&gt;와 작업할 때 특별히 유념하는 점이라면 &lt;엘르&gt; 매거진과 함께 일한 지 20년이 됐다. 나 스스로 &lt;엘르&gt; 대사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 그림이 우아하고 자유롭고 유머러스한 프랑스 여성들, 파리지엔을 투사하는 작품이 되도록 늘 신경 쓰고 있다. 파리 테러, 칼 라거펠트 서거 등 주요 이슈가 있을 때 &lt;엘르&gt;의 메시지를 담은 일러스트레이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작업은 2015년 1월 7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프랑스의 한 신문사에 테러범들이 난입해 만화가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을 총으로 쏘아 죽였다. 파리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리라곤 상상해 본 적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끔찍한 일이었다. 이 충격적 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고자 &lt;엘르&gt; 표지에 희망을 상징하는 푸른 비둘기를 그려 넣었다. 매달 &lt;엘르&gt; 코리아의 마지막 페이지에도 당신이 쓰고 그린 칼럼이 실린다. 이야기의 소재는 어디에서 얻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영감을 얻는다. 딸들과 함께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길거리 풍경이나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내가 던진 질문에 하나씩 답을 채워가는 걸 좋아한다. 도로테 베르네르와 함께 펴낸 책 &lt;만화로 보는 성차별의 역사&gt;가 올 초 한국에 발간됐다. 책을 내게 된 계기는 여성과 남성 사이에 왜, 언제부터 불평등이 존재해 왔는지 그 기원을 탐구하고 싶었다. 오랜 시간 이어진 이런 성차별이 얼마나 불합리하고 터무니없는 이유에서 비롯됐는지 말이다. 또 독자들에게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말해주고 싶었다. 존경하거나 영향받은 여성 아이콘을 꼽는다면 프랑스 사상가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시몬 베유. 지적이고 단호하며 우아한 그녀는 가부장적 분위기가 지배적이던 1975년 낙태 합법화 법안을 내놓았고, 의회에 가득한 남성들을 상대로 이 법안이 효력을 얻도록 이끌었다. 여성의 동등한 권리를 위해 노력하는 모든 사람에게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있다. 한국 역시 최근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는 등 성평등 이슈에 대한 관심이 높다 오, 그런가? 한국 여성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대해 결정권을 갖는 것은 너무나 정당하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신 역시 누군가에게 롤 모델 같은 존재일 것이다. 젊은 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운 좋게도 아주 젊은 시절부터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리고 삶에서 어려움을 마주할 때마다 일에 빠져들어 그 속에서 다시금 힘을 얻었다. 일은 내게 가장 중요한 파트너다. 인생 최대의 경험 혹은 최고의 목표는 가족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 아이들과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 그리고 7000km 떨어진 뉴욕에 사는 두 딸과 열정적으로 교감하는 것. 이것이 내 인생의 가장 위대한 모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