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로서의 상상, 허보리 | 엘르코리아 (ELLE KOREA)

그녀의 그림은 단순명쾌하다. 해물우동 국물은 바다가 되고, 새우잠을 자는 사람은 새우가 된다. 그 단순한 상상이 묘한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업이지만 누구도 하지 않았다. ::허보리,멋진,자유로운,매력적인,작업실,집,화방,전시실,작업,예술,그림,취미,상상,명쾌,쾌감,작품,화백,딸,엘라서울,엘르,엣진,elle.co.kr:: | ::허보리,멋진,자유로운,매력적인,작업실

그녀는 , 로 유명한 허영만 화백의 딸이다. ‘화가 허보리’로 먼저 소개하지 않는 건 그녀가 한발 앞서 아버지에 대해 솔직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첫 번째 개인전 때 작품이 대여섯 점 팔렸어요. 제가 잘해서라기보다 아버지가 유명하니까 사주신 것 같아요. 하하.” 보이시한 외모만큼이나 웃음소리도 시원하다. 성질 급한 그녀는 팔레트도 안 쓴다. 그냥 종이에 문지르고 다 쓰면 휙 버리는 게 속 편하다. 그림은 한 번에 두 점씩, 번갈아가면서. 물감이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지루함이 싫어서다. 배가 고플 땐 작업복인 ‘냉장고 원피스’ 차림으로 털레털레 밖으로 나가 끼니를 때우고,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이곳 방배동 작업실에서 보낸다. 직장인처럼 아침에 출근(?)했다가 해질 무렵 퇴근(!)하는 사이클인데, 이유는 집에 두 살짜리 아이가 있기 때문이란다. 만 서른도 채 안 된 그녀에게 왜 그리 일찍 결혼했느냐고 묻자 “너무 사랑해서요!”라는 위풍당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아이고야.서울대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허보리는 얼마 전 ‘생활의 발견’이라는 제목으로 두 번째 개인전을 가졌다. 음식이나 사물을 의인화 하는 것이 그녀의 특기. 좋은 음악을 들었을 때 녹아내릴 듯한 감정은 반쯤 녹은 초코 아이스크림으로, 피곤해서 소파에 누워있는 사람은 소금에 절인 배추로 묘사된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 몸을 꼬는 남편은 꽈배기가 되는 굴욕을 당하기도 한다. 이 같은 ‘은유로서의 상상’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유희적인 풍자로 풀어내는 것이 허보리식 생존법이다. 빡빡한 삶을 유머러스하게 극복한다는 점에서 그의 그림은 어쩔 수 없이 아버지의 만화적 상상력을 떠오르게 한다. “맞아요. 저희 식구가 사물을 의인화 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아버지가 한때 당구에 미쳐 있었는데, 어느 날 사우나탕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 얼굴이 죄다 당구공으로 보였대요. 푸하하. 또 한 번은 제가 설거지를 하는데 어머니가 그러더라고요. 냄비는 엉덩이 부분을 잘 닦아야 한다고. 근데 그때부터 모든 사물의 뒤태가 엉덩이로 보이는 거예요. 생각해보면 가족한테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그녀의 작업실에는 메모가 유난히 많다. 물감 범벅이 된 노트북 위에는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그녀의 아버지가 작품을 위해 전국을 떠돌며 치밀하게 자료를 수집한다면, 그녀는 순간순간 메모하고 스케치하는 것으로 영감을 정리한다. “(휴대폰에 저장된 메모를 보여주며) ‘서울대, 증축, 보따리’라고 적은 거 보이세요? 얼마 전에 오랜만에 학교에 갔는데 오래된 건물 위에 새 건물을 증축하고 있더라고요. 그 건물이 마치 할머니가 개나리 보따리를 짊어진 것처럼 힘들어 보였어요. ‘선장, 아빠, 가족’은 한 가족의 일생을 항해에 비유한 거고요. 여기서 선장은 아빠죠. 그리고 이건…” 처음 볼 땐 몰랐는데 순간순간 스치는 눈빛이 참 명민한 친구다. 1 가시방석 같은 자리를 소파 위의 선인장으로 표현했다. 1 평상시 작업복. 엄마가 사준 잠옷이다.2 포스트잇에 함락 당한 누더기 노트북 3 아버지에게 생일선물로 받은 미니 팔레트*자세한 내용은 엘라서울 본지 10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