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마스터 오늘은?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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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사가야란 동네에 가면, 전철역 주변으로 미로 같은 골목길들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해가 지면, 여닫이문들이 술꾼들을 맞는다. 기껏해야 대여섯 명의 손님이 앉으면 꽉 차는 사케 집들. 겨울, 오뎅국물의 더운 기운이 모락모락 피어올라 여닫이문의 유리창에 내려앉으면, 거기에 눈까지 내리면, 골목길 풍경이 완성된다. 이 사케 집들의 매력은 주인장들이다. 인생을 푹 묵힌 듯한 표정, 묵직한 말수에, 정갈하고 넉넉한 손 맛. 그 '포스'가 한 잔 술에 고단한 일상을 털어버리려 이 곳을 찾는 술꾼들의 어깨를 끌어안는다. 일본의 인기 만화 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요즘 '심야식당' '필'이 물씬한 술집을 종종 찾는다. 논현동 강남 YMCA 뒤편의 주택가에 있는 '막집'과 신사동 일명 '세로수길'에 있는 '완소'다. 두 집 모두 '마스터(주인장 아저씨)' 1인이 운영하는 술집. 메뉴는 따로 없다. 그 날 그 날, 마스터 마음이다. 대개는 단골들이 주로 찾기 때문에 '알아서 만들어 주세요' 하면 된다. 가격표는 형식일 뿐이다. 마음 가는대로 만들어 주고, 손 닿는 대로 꺼내 마시면, 대략 '착한' 술값이 나온다. 막집은 그야말로 여섯 명 앉으면 꽉 찬다. 마스터와 마주한 바에 앉으면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기회 있을 때마다 훌쩍 떠나는 마스터의 취향이 가게 곳곳에 배있다. 세계지도, 프라하와 교토에서 만날법한 목각인형, 영국 프리미어리그 리버풀과 맨유의 기념품.... 에어컨(Goldstar 브랜드를 기억하는가)부터 오디오까지, 모든 소품은 마스터의 손길이 닿은 '고물상 빈티지' 콘셉트. 막집의 하이라이트는 컴퓨터로 듣는 음악이다. 하춘화와 남진, 나훈아에서, 심수봉, 김광석과 유재하를 거쳐 서태지와 최신 아이돌까지 다 있다. 흘러간 팝과 엔카도 주문하면 바로 나온다. 얼마 전엔, 음악방송 프로듀서인 선배가 DJ를 자처했다. 선곡은 올리비아 뉴튼존의 히트곡 리사이틀..., 우린 모두, 뒤집어졌다. 마우스를 쥐고 술과 음악, 그리고 인생을 얻은 양 즐거워 하던 선배의 그 개궂은 표정을 잊을 수 없다. 막집에는 아련한 추억과 헛헛한 인생, 삶을 관조하는 이방인의 정서가 진득하게 내려 앉아 있다.완소는 밤 9시가 되어야 문을 연다. 처음엔 초저녁에 열었지만 지금의 아내를 만나 365일 데이트 하다 보니 조금씩 늦어졌다는 게 주인장의 설명이다. 아기가 태어난 후론 더 늦어졌다. 언뜻 바깥에서 보면 불빛도 흐리고 마치 문 닫은 집 같다. 손님도 예약으로만 받는다. 안주는 이른바 '오늘의 마스터 메뉴'다. 기본으로는 초고추장과 멸치, 오뎅탕, 주 메뉴 장르는 일식. 대표 안주는 도미 알프레도. 안주가 나오면 주인장의 설명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런 식이다. "술 한 잔 하신 후, 오뎅 한 입 물고, 국물을 세 번 떠 드세요. 그럼 간장 없이도 맛있게 드실 수 있습니다." 완소의 단골들은 영화, 잡지, 광고, 디자인 등의 일을 하는 사람들. 지금 세 테이블의 손님들을 보니, 영화 두 팀, 잡지 한 팀. 그러다 보니 단골손님들이 이 곳의 묘한 아우라를 스스로 만들어간다. 완소에는 술과 음식을 버무릴 수 있는, 다양한 표정과 이야기들이 있다.내 인생의 드라마가 차곡차곡 쌓이면, 언젠가 술집을 차릴 생각이다. 이야기 있는 술집의 마스터가 될 생각이다. 술집 이름은? 매번 생각해 놓곤 하는데, 아무래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자세한 내용은 엘라서울 본지 10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