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추천작 7편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혀를 내두를 만큼 많은 부산영화제 상영작들. 극장 앞을 서성이며 어떤 영화를 선택해야 할 지 몰라 진땀 흘리는 당신을 위한 플랜을 프리미어가 야심차게 준비했다. 마음 편히 따라만 오시라. |

무엇보다 먼저인 삶 Life, Above AllRepublic of South Africa/Germany 2010 105min 35mm color 감독 올리버 슈미츠 Oliver SCHMITZ 뭇 사람들의 시선이 잘 벼린 칼날보다 무섭게 느껴질 때가 있다. 다수는 소수를, 강자는 약자를, 정상인은 비정상인으로 분류된 사람들을 ‘격리’라는 방법을 이용해 배척한다. 영화는 12살 소녀 찬다(코모트소 만야카)의 갓난 여동생이 죽는 데서 시작한다. 연이어 어머니까지 건강이 눈에 띄게 나빠지자, 이웃 사람들은 안타깝게 여기면서도 의아해하며 수군댄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어머니의 친구 타파 부인(해리엣 레나비)는 찬다에게 소문을 주의해야 한다며 충고한다. 절친한 친구인 에스더(케아오바카 마칸야네)도 저주받은 가족 운운 하며 찬다의 속을 긁는다. 엄마는 아프고 원래 집에서 내 놓은 망나니인 새아빠는 동생의 장례식 후 세 달 이나 들어오질 않으니 웬만한 일은 찬다의 몫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가출한 줄 알았던 새아빠가 사람 아닌 몰골로 수레에 실려 돌아온다. 전염병을 의심해 마을 사람들은 그의 몸에 손도 대지 않는다. 찬다가 의사를 부르러 간 사이, 새아빠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수레는 불타고 있다. 그날 밤 타파 부인은 찬다의 집에 무당을 불러 들인다. 무당은 가족이 저주받았으며 병을 고치려면 고향으로 가야 한다고 엄마에게 말한다. 엄마는 다음날 떠난다. 몇 주 뒤, 찬다는 연락 없는 엄마가 걱정돼 찾아 나선다.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가난한 나라의 현실 그 자체를 드러낸다. 열악한 의료 시설과 인력 부족 탓에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고, 보편적 상식 부족으로 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만 커진다. 낙후된 사회에서 병에 걸리는 건 숨겨야 할 수치스러운 일이거나 가족 전체에 내린 하늘의 저주 따위로 왜곡된다. 병이란 치료해야 할 것이며 병자는 보살핌 받아야 하는 이라는, 아주 당연하고도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건 영화에서 오직 주인공 찬다 하나다. 후반부에 가서야 사람들은 떠밀리듯 변화한다. 광기 어린 배척을 벗어나 ‘그래도 살아내라’는 위로에 간신히 도달할 쯤, 화면에 가득 찬 찬다의 커다랗고 표정 없는 눈을 똑바로 마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은 올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대되었다. 도시의 이방인 Strangers in the City Japan 2010 123min 35mm color감독 사카모토 준지 Junji SAKAMOTO도시인은 외롭다. 외로워서 평등한 도시인은 굳이 고독을 말하지 않는다. 도시의 사람들은 사소한 약속을 하나씩 어기며 나이를 먹고,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되돌아보지 않아 차츰 서로에게 이방인이 되어 간다. 은 과거에 도망쳤던 일과 흡사한 문제를 우연히 다시 마주치게 된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고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학원 선생님 하타노(나카무라 토오루)는 도쿄로 유학간 학생 히로세(미나미사와 나오)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자신을 따르던 학생이라 걱정이 된 하타노는 혈육이라곤 할머니뿐인 히로세의 행방을 직접 찾기로 하고 도쿄로 향한다. 별 수 없이 여기저기에 묻고 다니다 보니 해결사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단순한 실종이 아니라고 여긴 그는 더욱 절박해져 예전 히로세와 한 방을 썼던 친구에게 그녀의 행방을 묻는다. 룸메이트는 히로세가 롯폰기의 클럽에서 일했고, 학교는 그만뒀다는 말을 전한다. 도쿄에서의 새로운 하루를 혼란스레 덮고 홧김에 옛 애인(코니시 마나미)이 운영하는 술집으로 찾아간다. 자신이 근무하던 케이아이 여학교의 경리 과장과 히로세가 연인 사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하타노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학교에 들르지만, 곧 재건축이 시작되는 학교 건물에는 그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만 남아 있다. 로 불편한 진실을 목도하게 했던 사카모토 준지 감독은 에서 이야기 자체의 극적 요소를 강조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긴박감이 강조되고 규모가 커진다. 여학생의 실종에서 개인적 트라우마, 학교의 비리와 살인 사건으로 이어지는 구성은 시미즈 타츠오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헐겁지 않게 진행된다. 주인공 하타노를 사건(Strangers in the City)의 중심부로 이끄는 건 과거의 여자와 현재의 제자의 병치다. 지켜야 했으나 도망치고 말았던 옛 애인에게 가지고 있는 죄책감은 그대로 제자인 히로세에게 옮겨 간다. 생각보다 훨씬 큰 사건에 휘말려버렸음에도 그가 끝내 히로세를 찾아 지키려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과거의 잘못을 사과하는 데는 녹록지 않은 수고가 필요하다. 그러나 고생이 끝나고 난 후의 하타노는 충분한 보답을 받을 것이다. 그는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다. 로 친숙한 배우나 카무라 토오루가 열연을 펼쳤다. 사운드 오브 노이즈 Sound of NoiseSweden / France 2010 98min 35mm color 감독 올라 시몬슨 / 요하네스 슈테르네 닐슨 Ola SIMONSSON / Johannes Stjarne NILSSON 아무 연주 없이 4분 33초 동안 피아노 뚜껑을 열었다 닫는 게 전부인 존 케이지의 는, 완벽히 소리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방음실에서 소리를 들은 경험을 살려 만들어졌다고 한다. 에는 존 케이지 뺨칠 만큼 정적을 사랑하는 사내가 등장한다. 그의 이름은 (놀랍게도) 아마데우스(벵트 닐슨)! 이름답게 대대로 음악적 조예가 깊은 집안의 맏아들이다. 안타깝게도 아마데우스는 선천적으로 음치인데, 우리가 아는 그런 음치가 아니라 제대로 된 음악만 쏙쏙 골라 못 듣는다. 게다가 메트로놈에 각별히 집착하기도 하는데, 의학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이 희귀 질병(?)은 간단히 말하자면 음악 알레르기다. 형사인 아마데우스는 조금 이상한 교통사고 현장을 맡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평범한 교통사고지만 차 안에 놓인 메트로놈 탓에 아마데우스에게는 그냥 넘길 수 없는 사건이다. 사실 차에는 음악 테러리스트들이 타고 있었다. 음악 테러리스트라고 하니 생소하지만, 기존 악기로 연주하는 보통 음악을 거부하고 주변의 것으로 리듬을 만드는 새로운 형태의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 속 방식이 훨씬 과격하고 짜임새 있지만, 대충 뮤지컬 에서 주방 집기들을 두들기는 걸 상상하면 감이 잡힌다. 음악 테러리스트 미란(프레드릭 미르)은 ‘도시와 여섯 명의 드러머를 위한 음악’을 작곡하고, 동료 산나(산나 퍼슨)와 함께 나머지 네 명의 드러머를 모은다. 각 곡들은 병원과 은행 등 예상치 못한 곳에서 환자의 배나 굴삭기 소리처럼 기상천외한 악기들로 연주된다. 지루한 음악이 거리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걸 참지 못했다는 음악 테러리스트들이 저지르는 짓은 엄연한 범죄지만, 어쩐지 귀엽고 자꾸 응원해주고 싶어지는건 왜일까? 처음엔 형사 신분으로 그들을 쫓던 아마데우스도 ‘테러’에 영향을 받는다. 비록 아름다운 선율은 아니지만 똑똑하고 재미난 음악을 듣고 있자니 몸이 들썩여, 드럼이 심장 소리를 본떠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되새기게 된다. 침묵으로 연주하는 마지막 곡, ‘일렉트릭 러브’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참고로 이 영화의 두 감독은 2001년 이란 영화를 만들었다. 한 우물, 끝까지 파면 이 정도는 된다. 하트비트 HeartbeatsCanada 2010 102min D-Cinema color 감독 자비에 돌란 Xavier DOLAN 막역한 친구인 게이 프랑시스와 마리는 파티에 갔다가 아도니스를 닮은 미소년 니콜라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겉으로는 무심한 척 "내 취향이 아니야"라고 해놓고는, 니콜라를 사이에 두고 둘 간의 신경전이 처절하게 벌어진다. 그러나 니콜라의 진심은 이들을 향하고 있지 않으니, 프랑시스와 마리는 불행만이 쌓여간다. 작년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받으며 급부상했던 캐나다의 신예 자비에 돌란의 두 번째 장편이다. 사랑과 우정이라는 영원한 테마를 동성애 및 삼각관계라는 틀 속에서 집어넣었으며, 전편 와 마찬가지로 감독 자신이 배우로 등장해 내성적이며 심지어 찌질하기까지 한 게이를 실감나게 연기했다. 는 쉽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무엇보다 화려한 색채와 감각적인 음악으로 톡톡 튀는 감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프랑시스의 예술적 취향(집)이나 섹스 신을 원색으로 표현한 장면은 너무나 쉽게 고다르와 알모도바르 영화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래서 스물한 살의 이 감독은 장 뤽 고다르, 왕가위, 페드로 알모도바르와 종종 비교당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각 감독의 스타일을 돌란에게서 찾을 필요는 없다. 그의 감성은 분명 거장들과는 또 다른 것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감독들이 그들과 비교하는데, 사실 영화를 본 적도 없다"고 돌란은 말한다. 최근 두 번째 영화 로 토론토 국제 영화제를 찾았던 그는 인터뷰에서 "당황스럽다. 으쓱하기도 하지만 당황스럽다.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다면 내 실수다. 한동안 내가 존경해 마지 않았던 이들이 있지만 나는 내 자신과 가까운 영화를 만들고 싶다. 예술가가 된다는 건 굉장히 이기적인 과정이다. 항상 나, 나, 나, 나를 따지고, 내가 기뻐야 하고. 아마 가족들도 비위를 맞춰야 할 것 같다. 고다르의 슬하에 있다거나 누군가 훌륭한 감독의 영향 아래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 누구도 예술가 누구의 후광을 받은 이로 기억되고 싶진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의 영화는 이제 시작이다. 이브의 시간 Time of EveJapan 2010 106min HD color 감독 요시우라 야스히로 YOSHIURA Yasuhiro ‘로봇은 인간에 해를 가하거나, 혹은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에게 해가 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첫 번째 조항으로 시작하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은 무수한 영화, 소설, 만화에서 다뤄져 왔다. 역시 로봇 3원칙을 기조로 한다. 허황된 외침으로 끝날 줄 알았던 유비쿼터스가 실현되는 세상이니 언젠가는 인간형 로봇(안드로이드)도 등장할 듯하다. 영화는 안드로이드가 상용화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안드로이드는 인간의 친구라는 의견과 인간이 만든 도구에 불과하다는 입장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안드로이드를 그저 성능 좋은 기계라 여기던 고등학생 리쿠오는 상주 안드로이드 사미의 기록을 체크하던 중, 수상한 행동 기록을 발견하게 된다. 친구 마사키와 직접 찾아가 본 그 곳은 이라는 카페였다. 호기심에 들어가 본 ‘이브의 시간’은 인간과 안드로이드가 평등해질 수 있는 장소다. 인간과 안드로이드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머리 위의 링인데, 링을 끄고 ‘인간적으로’ 행동하는 안드로이드는 외견상 인간과 차이가 없다. 리쿠오는 카페에서 안드로이드들과 매일같이 대화를 나누며 사미가 찾아오길 기다린다. 영화 속 안드로이드는 감정을 느낀다. 사랑을 하고 우정과 가족애도 표현하는 걸 보면, 사람과 사람 아닌 것, 생물과 생물 아닌 것을 어찌 구분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리쿠오와 사미의 사랑이 중심일 것 같지만, 영화는 의외로 인간과 로봇 사이의 관계에 대해 폭넓게 고민한다. 특히 마사키와 구형 로봇 텍스의 에피소드에서는, 실제로 로봇이 상용화되는 시대가 오면 생길 법한 갈등을 다루고 있다. 인터넷으로 먼저 공개되어 호평을 불러일으켰던 2008년 작 동명 애니메이션의 극장판으로, 15분씩 6부작으로 나누어 보여주었던 것을 특별한 내용 추가 없이 재편집했다. 인간과 기계 사이의 감정은 이미 활용된 소재이긴 하지만, 비교적 현실에 가까운 문제에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성경에서 신은 아담의 갈비뼈를 빼내 이브를 만들었다. 인간은 머지 않아 안드로이드를 창조할 테지만, 신 아닌 인간이 ‘생명’까지 줄 수 있을까? 댄싱 채플린 Dancing ChaplinJapan 2010 131min 35mm color/b&w감독 수오 마사유키 SUO Masayuki안색이 창백한 남자가 있다. 꽉 끼는 재킷에 빌려 와 헐렁한 바지를 입고 높은 더비 모자를 썼다. 커다란 구두를 신고 몽당한 지팡이를 빙빙 돌리며 엉거주춤 걷는다. 인중 밑에는 먹으로 막 그려 만든 듯한 수염이 또렷하다. 이쯤 되면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전설적인 희극 배우 찰리 채플린이다. 발레 안무가 롤랑 프티는 이 상징적 인물을 자신의 작품으로 되살려내기로 맘먹었다. 영화 의 안무와 등으로 평단의 찬사와 대중적 인기를 한 번에 얻어낸 실력파이니 엉뚱한 시도라 의심을 품을 필요는 없다. 특이한 것은 발레 가 일회적 공연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로 기록된다는 점이다. 그는 의 수오 마사유키 감독이 발레 를 영화로 기록해주길 바랐다. 장르를 한정 짓기 어려운 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Act 1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공연 준비 과정을 담고 있다. 공연 60일 전, 롤랑 프티의 분신으로 불리는 수석 트레이너 루이지 보니노가 채플린 역을 위해 일본으로 입국한다. 상대 역 쿠사카리 타미요는 아직 스텝도 익히지 못한 상태다. 이들은 약 스무 신을 소화해야 한다. 두 달 동안 빠듯하게 진행된 일본에서의 연습 사이사이, 카메라는 롤랑 프티와 수오 마사유키의 은근한 의견 대립을 비춘다. 웬만한 부분에선 이견을 조율했으나 팽팽히 맞서기도 했다. 그렇지만 롤랑 프티는 이후 완성된 필름을 보여주자 감격을 감추지 못한다. 잠시 암전된 후, 바흐의 선율이 흐른다. Act 2의 시작이다. 영화를 위해 만든 스튜디오 세트는 다분히 ‘연극적’이다. 옛 흑백영화 같은 인상을 주기 위해 조명은 푸르고 어둡다. 등 채플린의 대표영화에서 추려낸 잊을 수 없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성별을 넘나드는 쿠사카리 타미요의 소화력도 대단하지만 무엇보다 루이지 보니노의 디테일한 연기가 탄성을 자아낸다. 마지막 장면에서 분장을 지우고 다시 범박해진 채플린의 표정(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만드는 엔딩)이 여태 잊혀지질 않는다. 진짜 채플린의 말이 생각났다. “우리는 자연의 힘 앞에 무력해진 자신의 운명을 대하며 웃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미칠 테니까."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몽상가들 DreamersCzech Republic 2009 97min 35mm color 감독 이트카 루들포바 Jitka RUDOLFOVA 오랫동안 여행하고 돌아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사람 사는 건 어디든 똑같다는 소리를 한다. 저기에도 여기와 비슷한 사람이 산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그 많은 돈을 들어야 하는지, 영 김빠지긴 하지만 동질감의 재확인은 살아가는 데 큰 위안이 된다. 먹고, 자고, 서로 위무하며 권태와 불안을 덮는 것, 그런 게 인류의 평범한 일상일 테다. 프라하의 삼십대도 서울의 삼십대와 다르지 않다. 동향 친구 여섯 명은 각기 다른 이유로 프라하에 살고 있다. 린다는 논문 제출을 앞둔 학생이다. 미모도 출중하고 번듯한 남자친구도 있다. 다그마라는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는 남편과 귀여운 아들 둘을 데리고 사는 가정 주부다. 실비는 자유로운 나이트 라이프에 푹 빠져 살고, 톤다는 빈티지 용품점에서 일하는 귀여운 게이다. 오타카는 부모님이 자랑스러워하는 건축 기술자이며 라딤은 매력적인 여자친구와 동거하는 학구파 인텔리다. 딱히 불만족스러울 것도 없는 삶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린다는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미덥지 않고, 다그마라는 남편 때문에 숨이 막힌다. 실비는 술에 취해 알지도 못하는 남자들과 하룻밤을 보내기 일쑤고 톤다는 가게에서 음악조차 맘대로 틀지 못한다. 건축을 그만둔 지 오래인 오타카는 자신이 게이란 걸 알았고 라딤은 능력이 없다. 고향에서 모이게 된 여섯 친구는 술에 취한 채 야경이 아름다운 언덕에서 잠이 든다. 다음 날, 풀 내음을 맡으며 평화로이 눈을 뜬 그들은 시골로 내려가 함께 생활하는 게 어떻겠냐며 의논한다. 마침 적당한 가격에 조건도 괜찮은 집이 있다. 자신들을 괴롭히던 현실 속 문제를 뒤로 하고, 여섯 친구는 전원 공동체 생활을 시작한다. 이상 속에서 조화롭던 공동 생활이 현실에서는 영 쉽지 않으리란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사정이야 딱하게 되었지만, 이제 몽상에서 깨어나는 일만 남았다. 장르는 코미디로 분류되어 있으나 까불대며 웃기기보다는 현실 풍자가 두드러진다. 입가에 맺히는 웃음이 달지만은 않은 것은 여섯 친구와 자신의 모습이 어느 정도 닮아 있기 때문일 거다. 체코에도, 사람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