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좋으니까 한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입신양명의 목표가 최대한 많은 여자들과 자기위해서이며 독특한 여자라면 껌뻑 죽는, <방자전>의 ‘변학도’는 송새벽을 한국 영화계의 히든 카드로 만들어줬다. 올 하반기 그는 <시라노-연애조작단> 등 네 편의 영화에서 각기 다른 송새벽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

벌써 여섯 편째 영화를 찍고 있다. 이제는 영화 촬영 현장이 좀 편해졌나?연극을 10년 정도 하다가 장편 영화로 처음 데뷔한 것이 였다. 촬영 첫날에 무척 긴장되고, 현장은 막 빠르게 돌아가는데 나 혼자 긴장하고 있었다. 조그마한 소극장에서 연기하다가 굉장히 큰 스케일에서 연기하려니까 왜 긴장이 안 됐겠나. 봉준호 감독님은 나의 그런 점을 배려했고, 다른 점을 끄집어내줬다. 안 지는 얼마 안 됐는데 대화하다 보면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 느낌도 들고(웃음), 그런 친숙함에 금방 매료됐다. 그러다 보니 긴장을 인식할 틈도 없이 어느새 촬영을 마치게 됐다. 다른 작품에서도 현장에서 감독님과 배우들과 친해지다 보니 또 스윽 지나가게 되더라.앞으로 하반기에 개봉할 많은 영화에서 ‘송새벽’을 보게 된다. 은 물론이고 , 그리고 내년 여름 개봉할 까지. 각각 다른 감독들과 작업 스타일을 맞춰가는 과정이 어땠나?처음에는 영화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감독님들과 호흡을 맞춰가야 하는 부분들이 굉장히 걱정스러웠다. 촬영 들어가기 전 가장 많이 걱정한 것도 그런 부분이었다. 하지만 한 작품, 한 작품 할 때마다 느끼게 되는 건 어떤 감독님이든 스타일만 조금 다를 뿐이지 한 분야에서 자기 길을 걷고 있는 분들이란 점이다. 막상 촬영 들어가보니 즐겁고, 서로 얘기를 나누면서 알아가는 즐거움도 크다. 연기자들은 다른 작품 할 때마다 새로운 배우들과 호흡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는 거 같다. 나 역시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행복하다. 개봉 이후 크게 달라진 점이 있나?굉장히 많은 것이 달라졌다. 변학도 역을 하고 나서 일단 인터뷰를 굉장히 많이 했다. 그리고 다른 감독님들과 다른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그래서 김대우 감독님께도 감사드린다. 특히 지난 10여 년 동안 연극을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실감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해보니 내가 또 다른 작품들을 하게 됐다는 것 자체가 정말 감사한 일이다. 에서 변학도의 캐릭터가 워낙 강해서, 이후에도 비슷한 역할을 많이 제의 받았을 것 같은데?사실 나로서는 모두 다른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연기하긴 했지만, 나중에 관객들이 보고 어떻게 평가해줄지 잘 모르겠다. 그것은 순전히 관객들의 몫이라고 생각하니까.변학도는 사실 좀 무섭고 섬뜩한 면도 있어서…변태 같다는 얘기 하려는 거 아닌가?아니다! 내 말은, 새 영화 에서 보여줄 새로운 모습이 기대된다는 거였다. 왠지 이번엔 여자 관객들도 좋아할 만한 귀여운 면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어떤가?아, 그럼 정말 실망하실 텐데! (웃음) 내가 맡은 역할은 연애 쑥맥남 ‘현곤’이다. 극 초반에 좋아하는 여자에게 다가가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몰라 연애 코칭을 의뢰하게 된다. 시나리오도 참 재미있게 읽었지만 무엇보다 캐릭터 자체가 굉장히 명확해서 연기하기 편안했다. 만약 나에게 귀여운 매력을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는데, 일단 개봉한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판단해줬으면 좋겠다.의 김현석 감독이 특별히 연기 톤이라든가, 요구한 사항이 있다면?감독님이 직접 ‘새벽씨가 이렇게 이렇게 해주세요’하는 식의 구체적인 디렉션을 주시진 않았다. 내가 스스로 캐릭터를 찾아가게 열어주셨다. 그래서 더 자연스럽게 ‘송새벽’이란 연기자가 자기 것을 찾아가게 배려해주신 것이 정말 감사했다. 감독님 딱 보면 얼굴에 장난기도 많고, 사람을 되게 편하게 해주시는 스타일이다. 나뿐 아니라 함께 출연한 많은 배우들이 이구동성으로 얘기하는 게 바로 ‘편안함’일 거다.누구나 ‘연애’에 대한 이야기엔 관심이 많다.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결정적 이유도 그냥 단순히 ‘재미있어서’인가?일단 시나리오가 굉장히 재밌고 유쾌했다. 사실은 그게 이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 전부다. 연애라는 게 가슴도 콩닥콩닥 설레고, 남 연애하는 얘기도 들으면 재미있지 않나. 그런 것들이 ‘현곤’이란 캐릭터에도 많이 배어 있다. 그래서 주저 없이 캐스팅만 해준다면 할 의향이 100% 있었다.이건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실제로도 연애 코치가 필요한 타입은 아닌가?에이, 이제 서른두 살인데 이 나이에 연애 코치 받으면 좀…남들이 욕할 거다. 자기 삶 자기가 알아서 개척해야지.(웃음) 송새벽의 20대 인생 대부분이 연극과 연기로 채워졌던 거 같다. 서른두 살의 당신이 돌이켜봤을 때 연기 외에 다른 걸 해보지 않았던 점에 대한 후회나 미련은 없나?연극 했을 때는 경제적으로 힘들 때니까 투잡으로 다른 걸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었다. 하지만 연기 말고 다른 걸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왜냐면, 좋았으니까. 단 한 번이라도 다른 생각을 했다면 그 시간들을 견뎌내지 못했을 거 같다. 좋으니까, 한다. 그렇게 인생을 최대한 단순하게 살려고 노력하면서 하루하루 살다 보니 1년이 가고 5년, 10년이 갔다. 그리고 좋은 인연이 계속 닿아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거다.욕심이 없는 편인가?아니다. 물욕은 없는 편이지만 연기에 관해선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좋은 연기자 되기 위해선 욕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욕심이 내가 발전할 수 있는 시기에 도약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거라고 믿는 편이다. ‘세월아 네월아’ ‘구름에 달 가듯이’, 이런 건 고수들의 태도가 아닐까 싶다.연기에 있어서 가장 냉철한 조언자가 있다면?너무도 많다. 연극 같이 하고 영화 같이 하는 선배님들이 전부 다 조언자라 어느 한 분만 꼽긴 좀 그렇다. 굳이 정하자면 관객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연극할 때는 공연장에서, 영화 할 때는 인터넷 영화평으로 직˙간접적으로 와 닿는 조언들이 있다. 그런 것에 배우로서 고민을 하게 된다.관객들은 의 변학도를 그냥 재미있거나 독특한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말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에게 변학도는 애정과 연민의 대상이었을 것 같다.그건 어찌 보면 연기자로서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태도인 거 같다. 어떤 인물이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해명하고 표현하는 게 연기자의 역할이니까. 의 원작 도 작자 미상의 작품이지 않나.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속 변학도는 극 중에서 가장 큰 갈등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에서 순진무구하게 여자랑 자려고 공부했단 얘기를 몽룡에게 털어놓는 솔직한 남자로 그려진다. 시나리오가 워낙 인물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해놔서 명확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변학도 캐릭터가 살아 숨쉬는 거 같아 특히 더 좋았고.잠깐 지나가는 역할이라도 그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의 입장에선, 캐릭터의 인생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 자신만의 캐릭터를 준비하는 방식이 있다면?일단은 시나리오 상에 나와있는 캐릭터가 입체적이든, 평면적이든, 어떻게 그려지는지에 가장 충실한 편이다. 그 인물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연민을 관객들에게 어떻게 표현할까 많이 고민하고, 생각한다. 스물 대여섯 살 때는 ‘인물분석’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했었다. 내가 연기할 인물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분석하려고 노력했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걸 놓치게 되는 것 같다. 함께 작업하는 감독님들과 더 많은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게 정답에 더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은?보통 그런 질문을 잡지에서 보거나 하면, ‘결혼해서 아이 가진 것’ 뭐 이런 대답들을 많이 하던데. 난 아직 결혼도 안 했고. 사실 그런 고민을 해본 적은 없다. 굳이 대답한다면, 연기를 선택한 게 아닐까 싶다. 난 학창시절에 공부를 잘한 편도 아니고 잘 놀았던 편도 아니었다. 이도저도 아닌 우유부단한 학생이었다가 연극을 처음 시작하면서 인생에 크고 작은 변화들이 많이 생겼다.배우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잠깐 생각해봤는데, 아니 사실 잠깐보다 조금 더 길게 생각했는데(웃음),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독이 될 수도 있을 거 같다. 순간순간 집중해서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다. 앞으로 이런 작품, 이런 커리어를 쌓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득보단 독이 될 수 있는 위험한 생각 같다. 작품 하나하나 맡을 때 마다 올인하다 보면 5년 후나 10년 후에 어떤 큰 그림이 나오겠지. 물론 궁극적으론 좋은 배우가 된다는 게 아주 큰 목표이겠지만.보통 사람들은 30대에 접어들면서 인생을 대하는 여유가 생기는 거 같다. 실제로 서른 살이 되면서 인생을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맡겨보자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건가?서른 살 딱 되고 나서 노래방 가서 광석이 형님의 를 부르면서 생각해봤다. 주변의 선배들 보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서른 살을 맞이하더라. 누군가는 어깨에 더 큰 책임감을 얹기도 하고, 누군가는 더 편안해지기도 하고. 나는 반반이었다. 사실 좀 내가 많이 애매했다.(웃음) 서른 살이 된 나의 인생관이나 내가 하고 있는 작품을 바라보는 시점을 생각해봤더니, 그렇게 크게 달라진 건 없더라. 나이에 구애 받지 않고 살려고 한다. 벌써 십 수년 째 연기를 계속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는지?재미있으니까. 그리고 관객들에게 이야깃거리를 던지고 그걸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좋다. 이를테면 소극장에서 누군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고 누군가는 듣고 있는데, 그걸 같이 울고 웃고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그게 바로 연기를 시작한 계기이기도 하고. 스타가 돼서 돈 많이 벌고 좋은 집, 좋은 차를 사고 싶단 마음으로 시작했다면 1년을 못 버틸 거다. 정말 재미있고 신나니까 하는 거다. 그러다 보니 좋은 작품도 만나게 되는 것 같고.연기자로서 궁극적인 꿈이 있다면?모든 배우들의 로망이지 않을까 싶은데, 이순재 선생님이나 신구 선생님처럼 오랜 시간 훌륭한 배우로 사는 것. 누군가 잭 니콜슨처럼 그 연배에도 섹시한 남자 역할, 멜로 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던데, 나 역시 같은 로망을 가지고 있다.이제는 엉뚱하고 독특한 역할 말고, 좀 멋진 역할을 해볼 의향은 있나?아니, 왜? 난 변학도 멋지던데.(웃음) 왜 그렇게 다들 변태로만 보는지 모르겠다. 변학도, 솔직하고 괜찮지 않나? 숨김 없고 가끔 또 순진하기도 하고. 내 입으로 이런 얘기하려니까 쑥스럽긴 하지만.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