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색을 입힌 일주일의 기록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작품에 영감을 주는 점심 식사를 만들어 먹고, 멈출 수 없는 심야 독서에 열중하며, 장난처럼 만든 세트로 혼자 놀기의 진수를 펼친다. 보통날의 연장선 그 어디쯤, 나만의 색을 입힌 일주일의 기록.::심야식당,티베트 방랑,어느 날 미란다에게 생긴 일,권영호의 카메라,끌림,여행 생활자,해방촌 고양이,너도 떠나보면 알게 될거야,전자책의 충격,하하하,후지와라 신야,레베카 스테드, 황인숙,이병률,유성용,김동영,최승자,사사키 도시나오,양양,요조,김동률,이상순,롤러코스터,홍상수,김강우,엘르걸,엘르,엣진,elle.co.kr:: | ::심야식당,티베트 방랑,어느 날 미란다에게 생긴 일,권영호의 카메라,끌림

making lunch매일의 식사, 그리고 드로잉 1 이라는 만화를 보고 너무나 먹고 싶었던 명란구이. 나만의 ‘명란정식’으로 재탄생했다. 톡톡 소리를 내며 씹히는 명란과 언제나 냉장고를 채우고 있는 밑반찬 몇 가지면 밥 한 그릇 뚝딱이다. 어쩌다 보니 오늘의 ‘처음’이자 ‘마지막’ 끼니가 되어버린 식사.2 계란 프라이에 파슬리를 살짝 뿌리고 ‘브런치는 자고로 햇살 좀 받아가면서 먹어야지’하는 생각에 창가로 접시를 들고 가 따뜻한 볕을 등지고 먹었다.3 몇백 개의 드로잉을 그리다 보니 더 이상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요즘은 먹을 것에서 영감을 많이 얻어 최대한 식사를 만들어 먹으려고 노력 중. 만들기 쉬운 주먹밥에 도전했는데 양념을 너무 맵게 볶았는지 속이 쓰리다. 4 딸기 향 솔솔 나는 시리얼을 흰 그릇에 담아내면 어느새 눈까지 즐거워진다. 나는 우유를 붓고 바로 먹는 딱딱한 시리얼이 좋다. 오후에 큐레이터와의 미팅에 드로잉북과 책 한 권 들고 미리 가 기다려야겠다. 5 버거빵 사이에 무엇을 넣어야 하나 고민하다 ‘내가 그리고 있는 캐릭터를 넣어 한입 베어 물면 맛있겠다’라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난다. 6 전시 오프닝에 쫓겨 풀가동 중인 내 몸에 비타민을 넣어줘야겠다 싶어 냉장고에 있는 채소를 총동원해 한 그릇 담아본다. 그런데 엄마가 챙겨주신 유기농 상추에서 애벌레가 나왔다. 진짜 유기농 맞나 보다. 7 예전에 전시 오프닝 행사에서 먹은 쌈밥이 생각나 만들어본다. 쌈장도 바르고 깻잎도 살짝 데쳐 밥을 싼다. 요리는 빈 그릇에 마음을 담는 일인 것 같다. 나도 작품에 마음을 담아야겠다. 그것도 아주 진하게. 임주리·아티스트 listening to classic매일의 음악, 기억의 습작1 모비(MOBY)의 웹사이트에서 예약 구매한 사람들에게 리믹스 앨범과 프로모션 싱글 세트를 함께 보내주었다. 반가운 선물 세트와 리믹스 앨범을 들으며 잠시나마 클럽 안에 온 듯한 착각에 빠졌다. 2 알반베르그 콰르텟(Albanberg Quartett e) 박스 세트는 항상 책상 위에 놓여 있다. 특히 현악사중주 19번 C장조 ‘불협화음’을 좋아한다. 당시에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지만, 노이즈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이 들으면 ‘이게 뭐 어때서?’ 하는 정도. 3 언젠가 뉴욕 타임스는 그의 쇼팽 음반을 두고 “이렇게 연주하는 것만으로도 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했는데, 나 역시 11월에 있을 그의 콘서트를 재빨리 예약해두었다. 4 고토 류의 리사이틀을 본 후 거의 매일 음반을 들었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은 워낙 유명해 질려버린 유행가처럼 느껴졌었는데 눈물까지 흘리게 될 줄이야.5 작년 ‘글로벌 개더링’에서 발견한 국내 밴드 이디오테입(Idiotape). ‘국산’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모던한 음악들을 들려줘 기억에 남았었다. 일렉트로니카와 록을 섞은 듯한 음악이 특징. 6 얼마 전 페이스북을 통해 에머슨 콰르텟이 연주한 쇼스타코비치 실내악을 듣고 푹 빠져 바로 주문한 것들.7 학교 다닐 때 클래식 FM을 통해 들었던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녹음해두고는 말 그대로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듣고 또 들었다. 이 두 장의 LP는 온라인 중고 LP 숍을 통해 어렵게 구한 나의 보물들. 김성원·KBS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작가 reading books매일의 독서, 끌림의 습관1 후지와라 신야의 을 골랐다. 단골 카페에서 햄버거를 주문하고, 시체를 먹는 개에 대한 글을 읽는다. 나 역시 시체를 먹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아하게. 2 잠들기 전에는 재밌는 책을 읽는다. 레베카 스테드의 을 읽은 후유증으로 를 집어 들었다. 책과 꿈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간. 심야 독서의 매력이다. 3 황인숙 시인의 새 책 의 조촐한 출간 파티에 다녀왔다. 이날의 화제는 책의 한 페이지에 같이 인쇄된 날파리의 흔적. 마치 일러스트처럼 오묘한 느낌마저 주었다. 4 도 절반 정도 읽었다. 이병률의 , 유성용의 , 김동영의 등 남자 작가들의 여행기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잠시 생각한다. 5 도서관에서 원고를 위한 책들을 골랐다. 갑자기 이집트의 신들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상형문자를 배우겠다고 사둔 책도 있었는데 상형문자로 일기를 쓰는 날이 올까? 6 트위터에서 최승자 시인의 최근 시집에 대한 글을 읽고는 사두었던 시집을 꺼냈다. 과연, 변했다. 깨달음인지 치유인지 알 수 없는 언어들이 걸쳐진 페이지들을 넘기다, 문득 천장을 올려다본다.7 을 드디어 끝내고, 사사키 도시나오의 을 집어 들었다. 이제 후지와라 신야의 세계에서 벗어나 명쾌하고 딱 떨어지는 문장들을 읽을 때다. 종이와 잉크로 이루어진 책의 몸을 여전히 사랑하지만, 전자책 또한 죄책감 없이 흥미롭다. 박사·칼럼니스트 meeting people매일의 사람, 그리고 쌤1 매일 정해진 길을 걸어 출근하는데 늘 만나게 되는 녀석. 아마 홍대 주차장길에서 가장 유명한 프렌치 불독일 거다. 이름은 ‘쌤(Sam)’. 누구라도 지나가다 이름을 부르면 꼭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2 선물 받은 로모 카메라로 열심히 찍고 있다는 외국인. 숍에 필름을 사러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함께 찍지 못하는 대신 등장한 나의 ‘브이’. 3 ‘제2의 장필순’이라고 불리는 싱어송라이터 양양(Yangyang). 여행을 가서 찍어온 로모그래피를 보여주러 방문했다. 첫 로모 작품이었지만 멋진 사진들이 많았다. 머지않아 열정적인 로모그래퍼가 될 게 분명하다. 4 최근 김동률과 함께 ‘베란다 프로젝트’로 바쁜 롤러코스터 이상순. 로모그래피 갤러리 스토어에서 로모 사진전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로모그래피 역사를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5 홍대 여신, 요조! 숍에서 전시 중인 이상순의 로모 사진들을 보러 왔는데, 반가운 마음에 한 컷 담았다. 다 필요 없고 나는 요조의 쏙 들어가는 보조개가 좋더라! 6 로모에 푹 빠져서 요즘 자주 숍을 찾고 있는 라이언(오른쪽). 일산에서 영어 선생님을 하고 있다는데, 5년 동안 일본어를 공부했지만 좀처럼 말할 기회가 없다는 이유로 나에게는 일본어로 말을 건넨다. 7 좀처럼 밖을 다니면서 사진 찍을 기회가 생기지 않아 실내에서 사진을 즐기는 방법을 생각해보고 있다. 그중 하나가 숍을 방문한 사람들을 찍는 것. 수줍어하면서도 눈에는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하는 호기심이 담긴 사진. 이게 바로 사진의 재미 아닐까 싶다. 그사람·로모그래퍼 wearing shoes매일의 신발, 나의 안내자1 오늘은 밤 촬영이 있는 날. 장화를 신으면 무릎도 아프고 걷는 모습이 예쁘지 않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사실은 하염없이 길어지는 밤 촬영이 싫은 것일지도 모르겠다.2 나도, 그도 좋아하는 그레이 컬러 운동화. 둥글둥글한 모양새의 이 신발은 어떤 옷에도 적당히 어울리고, 어느 장소에도 무난히 적응한다. 3 오랜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친구와 이태원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행사에 간 날. 선홍색 스커트에 가장 아끼는 구두도 꺼내 신었다. 보는 사람마다 한 마디씩 던지는 ‘사람 잡는 힐’이지만 내겐 사랑할 수밖에 없는 럭키 아이템. 4 뜨거운 태양 아래 펼쳐진 록 페스티벌. 금세 지쳤지만 풀밭 위에 누워 맥주를 마시며 음악에 귀 기울이는 순간엔 다음 여름이 벌써 기다려졌다. 남보라·모델 taking photos매일의 세트, 또는 놀이1 평소 다소 진지한 마음으로 임했던 세트 촬영은 뒤로하고, 친구들과 노는 것 같은 가볍고 즐거운 ‘인스턴트 세트 스타일링’에 도전! 어쩐지 전날 밤 불안하다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출발 전부터 비가 엄청 내렸다. 급한 대로 짐들을 청테이프로 감아 폭풍우를 뚫고 목적지에 도착!2 사람들이 이 세트를 처음 보면 블랙 도트 무늬만 쳐다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첫 번째 인스턴트 세트의 컨셉트는 ‘아이섀도와 삭스의 색깔 맞춤(?)’ 정도라 할 수 있겠다. 워낙 모델이 좋아서 막상 찍어놓고 보니 귀여운 화보가 되었다.3 이렇게 최소한의 스태프로 촬영해본 것은 처음. 사람들이 알면 웃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메이크업은 급한 대로 내가, 의상은 포토그래퍼가 직접 가져왔다.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수줍은 듯 보이는 스타일링이지만 말 그대로 ‘인스턴트’니까! 그래도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작업하니 손발이 척척 맞아 촬영 분위기도 최고. 4 만만하게 봤던 저 무성한 풀에 제대로 한 방 당했다. 난생처음 풀독이 올라 내 팔에 정체 모를 반점들이 생기고 만 것이다. 야외 촬영 때마다 느끼지만 막노동에 근접할 만큼 에너지 소모량이 대단하다는 것! 만약 주변에 세트 스타일링을 하고 싶다는 친구가 있다면 ‘체력장 특급’은 필수라고 자신 있게 말해주겠다. 5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컷이라 보는 내내 기분이 좋다. 준비 단계에서 걱정이 많았던 세트가 막상 찍고 보면 가장 잘 나올 때가 있는데, 그때 느끼는 감동은 이루 다 말할 수도 없다. 사실 촬영 전날 저 치즈 덩어리들을 제작하면서도 내내 반신반의했는데 찍어놓고 보니 굉장히 마음에 든다.6 실력 있는 세트 스타일리스트를 가려내는 중요한 자질은? 바로 5컷 분량의 세트만 준비해왔을지라도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6컷의 세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 그런 상황이 예고 없이 닥쳤을 때 내가 가장 애용하는 아이템 중 하나가 바로 밀가루다. 하지만 만에 하나 협찬 의상에 밀가루가 묻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지. 하하. 7 내가 만든 귀여운 도넛들과 더 귀여운 모델 민호가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너무 흡족해 같이 한 컷 찍어버리고 말았다. ‘언제 또 차에 인스턴트 세트를 싣고 다니며 촬영할 수 있겠어?’라는 아쉬움과 뿌듯한 마음도 함께. ‘혼자 놀기 프로젝트’였는데도 의상 협찬해주신 태용 실장님과 희준 포토그래퍼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김민선·세트 스타일리스트*자세한 내용은 엘르걸 본지 9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