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일이었고 이젠 사랑한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직업으로 시작했다 사랑에 빠졌고, 이제 종교가 되었다. 김희원은 연기를 숭배한다. 악당이든 소시민이든, 보통 사람의 얼굴을 찾아내 제 것으로 만드는 그는 연기의 사제다. 자신이 연기한 공공의 적 '만석'이 악당이 아니라고 변호하는 그에게서 진짜 아저씨의 냄새가 풍겼다.::아저씨 조연,나는 나비,거북이 달린다,김희원,연극배우,지하철 1호선, 원빈,명품조연, 엘르,엣진:: | ::아저씨 조연,나는 나비,거북이 달린다,김희원,연극배우

형사 역할 하다가 에서 악당 연기하기 힘들지 않았나? 나는 형사나 악당이나 별 차이 없다고 본다. 잡느냐 잡히느냐의 차이지. 여러 직업 중 하나인 거지. 어떻게 보면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니까. 요즘 사람들은 자신이나 가족 일 외에는 무관심하다.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나. 눈알로 낚시를 한다거나 드라이기로 살을 지지는 장면은 끔찍하게 잔인했지만 가끔 희한하게 웃음이 나더라. 그러게. 그런 얘길 자주 들었다. 특히 방탄 유리라고 소리치는 장면이나 도끼로 사람 찍을 때. 맨 처음 관객들이 웃을 때는 내 연기가 어색해서인가 싶어 걱정 많이 했다. 물론 지금은 그게 아닌 걸 알지만. (웃음) 만석은 사람을 그렇게 쉽게 죽이면서도 제 동생은 대단히 아끼던데. 그건 의도한 거다. 종석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면 만석은 더 악랄한 캐릭터가 된다. 동생에게 초밥을 주는 장면은 원래 대본에 없었다. 관객들은 주변 사람을 챙길 줄 아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 나쁜 짓을 할 때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인다.만석은 잔인한 캐릭터다. 캐릭터에 개성을 불어넣거나 성격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감독과 마찰은 없었나?전혀 없었다. 캐릭터를 잡기 위해 이정범 감독과 대화를 많이 했다. 생각이 정말 잘 통했다. 내가 뭘 하고 싶다고 하면 감독이 마음껏 해보라며 지지해줬고, 감독이 제안하면 나도 잘 따랐다. 서로 궁극적인 뜻이 맞았던 거지.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또 아역 배우들이 정말로 무서워하지는 않던가?아역 김새론 양은 나를 너무 무서워해서 아예 다가오지도 않더라. (웃음) 다른 배우들과는 호흡이 아주 잘 맞았다. 아직까지도 자주 만나서 밥도 먹고 친하게 지낸다. 워낙 말이 없고 조용해서인지 원빈과 친해지기 쉽지 않다고들 하지만 볼수록 괜찮은 친구다. 관심사가 같으니 말이 통한다. 원빈이 연기욕심이 많다. 열정도 있고. 연기 이야기를 오래 했다. 종석 역할의 김성오와도 형제처럼 지낸다. 이번 현장은 감독, 스태프, 배우들 할 것 없이 유독 분위기가 좋았다. 그런 것 덕분에 가 더 잘 될 수 있었던 듯도 하다. 캐릭터에 만족하나. 원빈의 ‘태식’ 역을 본인이 했더라면 어땠을까? 솔직히 원빈은 아무리해도 아저씨같이 생기진 않았다.에이 만석 역할이 딱 내 옷이다. 누구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역이기도 하고. 태식 역을 내가 했다면 영화가 지금처럼 잘되지 않았을걸? 내가 원빈처럼 웃통 벗고 머리 깎는다고 생각해봐. (웃음) 그리고 사실 우리(만석, 종석)보다 태식이 사람을 더 많이 죽인다. 원빈이니까 멋있는 거지, 내가 했으면 공감을 얻긴커녕 욕만 얻어먹었을 거다.영화를 시작한 지 4년이다. 이제 명품 조연으로 인정받았다. 요새 여기저기서 러브콜이 끊이질 않겠다.에이, 명품까진 아니지만, 기분은 좋다. 정말 시나리오가 예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들어 온다. 오랫동안 연락 없던 사람들에게서 전화도 많이 받고. 보통 어떤 역할이 들어오나? 다양하다. 만석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캐릭터가 들어온다. 이를테면 자식들 데리고 근근이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이라든지. 해보고 싶은 역할은 뭔가?평범해 보이면서도 의외성이 있는 역할들이 탐난다. 최근 에서 송강호 씨 역할 같은 것. 아, 최민식 씨가 연기 했던 의 ‘오대수’처럼 은근 센 것도 매력적이고. 연극을 오래 했다고 들었다. 영화와 연극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나. 연극은 관객들을 직접 만난다. 그래서 더 에너제틱하지. 영화는 카메라라는 다른 매체를 하나 거쳐서 관객의 눈에 가 닿는다. ‘한 컷’이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연극과 영화는 호흡이 다르다. 연극과 영화 중 어떤 게 좋나? 연극은 관객들을 직접 만난다. 그래서 더 에너제틱하지. 영화는 카메라라는 다른 매체를 하나 거쳐서 관객의 눈에 가 닿는다, ‘한 컷’이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연극과 영화는 호흡이 다르다.어떤 게 좋나? 혹은 자신과 맞는가?옛날엔 연극이 좋았다. 요새는 영화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때는 카메라에 적응이 안 돼 어색했다. 그러다 작년쯤 익숙해졌다. 이젠 자연스럽다.연극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처음엔 ‘직업’이라 생각했다. 극단 ‘현대극장’에서 경향신문에 크게 공고를 냈었다. 드물게 고졸이 할 수 있었던 일이라 지원했다. 너무 추운 날이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입던 추리닝 위에 청바지 껴입고 어슬렁어슬렁 갔다. 각 잡고 선 사람들 사이에서 튀었는지 처음부터 별 것 안 해도 웃던데? 달랐던 거지. 그런데 대입 학력고사 중간에 왜 나온 건가. 딱히 품고 있던 뜻이 있었나?큰 뜻은 무슨. (웃음) 시험 시작하기 전 그냥, ‘이건 아니다’ 싶었다. 어차피 떨어질 텐데 취업이나 하자는 생각이었지. 잠시 담배 피우러 나왔는데 문 밖에서 못 들어간 여학생이 울고 있더라. 그래서 수위 아저씨께 나 나가겠다고, 문 열어달라고 해서 그 여학생 몰래 들여보내고 나왔다. 극단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호주로 갔다. 연기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오래 해도 늘지 않는 것 같았고, 연기 한 지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이 갑자기 벼락 인기를 얻는 풍토에도 속이 좀 상했다. 호주에선 안 해 본 일이 없다. 굴뚝 청소, 쓰레기 수거, 벽돌 나르기, 페인트 칠…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하다가 주인에게 잘 보여서 페인트 칠로 정착했다. 페인트 칠이 다른 일보다 편했다. 그냥 앉아 있으면 되거든. 나중엔 눈 감고 쭉쭉 그어도 잘 되던데? (웃음)어떻게 다시 돌아오게 된 건가? 연기가 너무나 하고 싶었다. 가기 전 실망했던 것보다 그리움이 훨씬 더 컸다. 모든 걸 다 겪고 난 후에 천직이 연기라는 걸 다시 확인했다. 돌아와서 뮤지컬 의 제작자가 되었다. 일이 뜸할 때 를 보고 감동 받았다. 좋은 뮤지컬이잖아. 처음엔 제작자가 아니라 직접 참여하고 싶었지. 내가 제작 할 돈이 어디 있나. 그런데 쪽에 자금이 없어서 공연을 쉬고 있었다. 때마침 내게 연기를 배우던 거북이 한의원 원장선생님이 모아놓은 돈 있으니 제작 한번 하라고 권하시더라. (웃음) 새로 뭘 제작하기보다 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현재 준비 중인 작품이 있나?가을쯤에 영화 하나 들어간다. 내년 겨울 개봉 예정이다. 드라마 스페셜도 하나 하기로 했고. 그런데 개봉까지 사이가 많이 떠서 걱정이다. 잊혀지기 전에 중간에 영화 한 편 더 하고 싶은데. 10년 뒤 어떤 ‘아저씨’가 되고 싶은지.글쎄 어려운 질문이다. (잠시 생각한 뒤에) ‘참 괜찮은 아저씨’ 였으면 한다. 누구에게나 ‘김희원 참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인간적으로도 물론이지만 무엇보다 연기로. 10년, 20년 후에도 연기 할건가?당연하지.애정이 대단하다! 힘 닿는 데까지 할 거다. 나한테 연기는 이제 종교 같다. 처음엔 직업처럼 발을 들였지만 하다 보니 이젠 연기뿐이다. 연애하는 것처럼 빠져든다. 자꾸만 욕심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