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 김아람의 10가지 인스피레이션 노트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일러스트레이터 김아람이 그린 여자들은 부드럽지만 뚜렷한 자의식을 지닌 독립적인 소녀의 느낌이다. 콩테로 쓱쓱 그은 듯이 넓게 퍼지는 선, 독창적인 색감, 동양적으로 길게 그어진 눈매가 특히 그렇다. 그리고 김아람이 보내온 글과 소장품 목록을 보니 이 일러스트에 그녀가 녹아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김아람,윤사비,열하일기,아르네,폴 앤 엘리스,엘르걸,엘르,엣진,elle.co.kr:: | ::김아람,윤사비,열하일기,아르네,폴 앤 엘리스

1 차이(chai) 커피와 차를 정말 좋아하는데 그중에도 특히 아끼는 차가 바로 차이(Chai)다. 이 차를 특별하게 여기는 이유는 몽골의 끝없는 초원, 중국의 호탕한 자연경관을 동경하는 탓이다. 그래서 차이를 우유에 넣고 끓여 마실 때마다 꼭 먼 훗날 저 넓은 몽골 초원에서 오리지널 차이를 맛보리라 다짐한다. 꼭 가보고 싶고 꿈꾸는 장소가 있다는 건 멋진 일이다. 요즘의 20대는 일하느라 바쁜 게 사실이지만, 가고 싶은 어딘가를 떠올리고 소망하는 건 바쁜 와중에도 누구든 충분히 누릴 수 있는 호사가 아니던가. 2 작가 윤사비의 사진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들여다보고 그 작가에 대해 알아가는 건 또 하나의 세상이 열리는 순간과 같다. 서사적 바람둥이가 되어 이 작가에서 저 작가로, 거기서 또 다른 작가의 작업으로 몰두하는 행동은 20대인 당신에게 필요한 덕목일 게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잡지에서 오려 벽에 붙여놓거나, 실제 작품을 자신의 공간에 두는 호사를 부릴 줄 아는 20대가 더 멋진 30대가 되고 나아가 더 멋지게 나이 먹는 어른이 되는 것 같다. 3 열하일기 사실 책을 권할 그릇은 아직 안 되지만 는 내 인생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책이다. 를 추천한 박노자는 “결국 이 책은 따뜻한 유머를 잃지 않고 냉정하면서 호의에 찬 시각으로 세상을 보면서 사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치는 귀한 교과서다. 특히 청소년이 이 책을 더 많이 읽어 진정 ‘쿨한 삶?이 뭔지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얼마나 호방한 추천사인가! 결국 나는 20대에 이 책을 읽지 않아 ‘쿨한 삶?을 살지 못했지만 말이다. 4 막 굴려도 걱정 없는 가방 사실 나도 월급의 반을 옷과 백 ,구두에 투자하고 매달 카드 대금 한도를 넘길 때까지 무섭게 돈을 쓰던 20대가 있었다. 자신의 수입이 허락하는 한 좋은 물건을 사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소비에 대해 깨닫게 된 철학은 이러하다. 아무 데나 내려놓거나 막 들어도 걱정 없는 가방 같은 것을 소비하는 방식이 훨씬 근사하다는 것. 만약 당신이 하루라도 조금 더 일찍 비싼 가방을 처분하고 막 굴려도 전혀 걱정 없는 가방의 위대함을 알게 된다면, 그렇게 마련한 자유로운 신발과 옷차림이 조금 더 멋진 세계로 인도해준다는 것 또한 깨닫게 될 것이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월급이 150만원인데 150만원짜리 가방을 드는 게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도. 5 의자 3년 전 단돈 8만원에 이태원 골든가구에서 찾은 이 의자는 내가 찾아낸 최고의 물건이다. 자신이 속한 공간의 이미지가 결국 자신에게 쌓여 자산이 된다. 하여 이것은 자신만의 의자를 찾아야 하는 충분한 이유다. 개인 작업을 하는 20대거나 직장 생활을 하는 20대여도 자신만의 편안한 의자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건 굉장히 재미있고 또 고상한 일일 것이다. 당신도 어디서든 싸고 좋은, 당신만의 의자를 찾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마찬가지로 이것 역시도 당신이 열심히 돌아다녀야 하는 충분한 이유다. 6 아티스트zine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한 잡지, 단행본 등 많은 책을 사는데, 이렇게 ‘zine’ 형식의 책도 사 모으는 편이다. 책을 가지고 있는 것과 서점에서 잠깐 보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다. ‘정말 좋다!’ 고 느끼는 건 가급적이면 곁에 두고 보는 게 좋다. 물론 20대에는 친구와의 커피 한 잔에 돈을 쓰는 것이 자연스러울 테지만, 크리에이티브한 무언가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커피 값은 부자 친구에게 지불하게 해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책 사느라 돈이 없다고 징징거리는 친구를 무시하는 친구라면 만나지 마시라). 7 잡지 남편이 운영하는 카페 ‘SOO:P’ 이야기를 먼저 꺼내자면, 효자동에서 처음 카페를 시작했을 때(지금은 소공동으로 옮겼다) 매거진 편집장이 오픈을 기념하며 잡지를 선물했다. 그 후로도 계속 모으는 중인데, 이 책을 보며 늘 우리도 식물을 키우는 재미, 소박하게 멋 부릴 줄 아는 재미를 잡지 형태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직은 잡지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이 안 되지만 언젠가는 꼭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같은 잡지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다. 20대인 당신도 ‘언젠가 꼭 이런 걸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있으면 잊히지 않게 항상 곁에 둘 일이다. 당장은 행할 수 없는 현실이 힘들겠지만 상상만으로도 얼마나 신이 나는지 경험해보길! 8 폴 앤 엘리스 재킷 사진 속의 재킷은 여름을 제외하고 거의 교복처럼 입고 다니는 옷이다. 디자이너 주효순이 정말 옷을 잘 만들었고 이 재킷이 나에게 정말 잘 어울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옷이 자주 입는 옷과 같고, 또 그 옷이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본인의 이미지와 일치한다면, 바로 그 옷이 당신이 찾아 헤매던 ‘그 옷’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폴 앤 엘리스 재킷은 두고두고 해질 때까지 입어야지 생각하게 만드는 옷이다. 좋은 옷을 찾아내리라는 열정이 있다면 쓸데없는 소비도 줄고, 무언가 열중해서 찾아야 할 것이 생기는 바람에 활력도 생긴다. 옷장에 일회성 옷들이 쌓여가는 게 보기 싫어졌다면 자신의 옷을 찾아 떠나야 하는 순간이 된 것이다. 9 책상 조명 우리 주변 그 어떤 물건이 소중하지 않을까? 그래도 ‘책상, 의자, 조명’은 너무나 중요하고 소중한 물건이다. 사진의 조명도 이태원 골든가구에서 7만원에 찾아낸 물건이다. 형광등이라서 작업할 때 집중도를 발휘할 수 있게 도와준다. 10 외국 헌책방 순례 중 찾아낸 옛날 책들 외국 여행을 가면 역시 백과 구두와 옷에 돈을 아낌없이 내주게 된다. 나도 그랬었다. 잘 고른 패션 아이템은 그 효용이 대단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하지만 나도 그렇고 20대인 당신도 그렇고 늘 우리가 물건을 잘 고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 않나. 그렇지만 빈티지 헌책들은 어떤 선택이든 두고두고 영감을 주는 재산이 된다. 오래갈 물건을 보는 안목은 20대에 길러야 한다.*자세한 내용은 엘르걸 본지 9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