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야의 그림 그리는 아침 | 엘르코리아 (ELLE KOREA)

그리다 만 캔버스와 책상 위에 널브러진 크레용, 작은 소리로 속살대는 초록 식물들 사이로 누군가 기지개를 켠다. 그림 그리는 여자, 홍시야다.::홍시야,Flat.274,엘라서울,엘르,엣진,elle.co.kr:: | ::홍시야,Flat.274,엘라서울,엘르,엣진

자하문 고갯마루 오래된 건물 이층에 자리 잡은 카페 ‘Flat. 274’. 카페 한쪽에 유리벽을 치고 마련한 이 공간이 바로 홍시야의 작업실이다. 맛있는 냄새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그림이라고 해도 믿었을 풍경. 그 안에 있는 사람마저도 정지된 화면처럼 평화롭다. 손으로 꿰맨 솜 인형과 한 줄로 늘어선 초록색 화분들, 나란히 서 있는 엄마 기타와 아기 우클렐레.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저마다의 리듬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마치 그녀의 그림처럼. “그림과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뭐가 닮았다는 건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한편으론 알 것도 같아요. 다른 아티스트의 그림들을 보면 저도 그렇게 느끼니까요.” 아멜리아를 닮은 살짝 삐친 단발머리에 동그란 뿔테 안경, ‘찍찍이’ 스니커즈. 대여섯 살 아이가 삐죽빼죽 그린 그림 속에 등장할 법한 외모다. 가늠할 수 없는 그녀의 나이도 그녀의 그림과 함께 알 수 없는 시공간에 멈춰 섰다. 그림을 그릴 땐 주로 색연필과 크레용을 사용한다. 아무렇게나 그린 것 같은 오늘날의 그림은 수만 장의 스케치와 꼭 그만큼의 시간이 빚어낸 결과물이다.싸이월드 미니홈피 스킨 작업으로 이름을 알린 그녀. 3년간 SK커뮤니케이션에서 기획자로 일하다 독립을 선언한 지 어언 2년째다. 연봉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그만두기 힘들어질 것 같아 멋지게 사표를 내던졌다. 용기 있는 결정은 결국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법.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살게 되었고, 산책 시간이 늘었다. 마음대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고, 배우고 싶은 것들을 언제든 배울 수 있게 됐다.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몇 가지 직업을 더 갖게 됐다. “저는 홍시야가 일러스트레이터 보다는 ‘그림 그리는 사람’ 정도로 불리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계속 여러 가지 사람이 될 거예요. 그림도 그리지만 글도 쓰고, 음악도 만들고, 좋아하는 것들을 소개하고 나누는 사람. 할머니가 되어도 새로운 사람이 되고 싶은 게 장래희망이에요.”작업실 한구석에 세워진 캔버스의 그리다 만 그림은 그녀를 닮았다. 색색가지 크레용으로 채워질 여백이 아직 너무 많다. 규칙이 없는 게 규칙인 홍시야의 작업실. 불현듯 옆에 있는 우클렐레를 집어 들고 딩가딩가 노래를 부르는 걸 보니 오늘 아침은 기분이 좋은가 보다.*자세한 내용은 엘라서울 본지 9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