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편안함, LC2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위대한 편안함, LC2

고등학교 시절 어느 갤러리 아트 숍에서 용돈의 상당 부분을 투자해 ‘손’이란 이름의 르 코르뷔지에 데생 포스터를 구입했다. 그리고 동네 액자집에 들러 4센티미터 두께의 오크 나무 액자에 포스터를 맞춰 침대 위에 걸어놓았는데 왠지 멋져 보이는 대가의 스케치가 내 방의 품격을 높여주는 기분이었다.

ELLE BY ELLE 2010.09.14


어린 눈에도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디자인이 좋았는지 고등학교 시절 어느 갤러리 아트 숍에서 용돈의 상당 부분을 투자해 ‘손’이란 이름의 르 코르뷔지에 데생 포스터를 구입했다. 그리고 동네 액자집에 들러 4센티미터 두께의 오크 나무 액자에 포스터를 맞춰 침대 위에 걸어놓았는데 왠지 멋져 보이는 대가의 스케치가 자그마한 내 방의 품격을 높여주는 기분이었다. 어른이 되어서는 인테리어 에디터라는 직업적 특성상 여러 디자인 서적을 자주 접하면서 마르고 닳도록 눈여겨본 디자인 클래식이 있었으니 이 또한 르 코르뷔지에의 검은 소파 ‘LC2’였다. 언뜻 보면 사장실에나 놓여 있을 법한 이 엄격한 의자. ‘모더니즘을 추구하는 거장 건축가의 디자인 이념이 이처럼 완벽하게 형상화되고 구체화된 의자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부제처럼 따라 다니는 ‘그랑 콩포르(Grand Comfort)’란 이름은 이런 생각을 무색하게 만든다. ‘위대한 편안함’ 쯤으로 해석되는 그랑 콩포르는 완벽한 정육면체를 이루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용납하지 않을 것 같은 이 완고한 소파의 외형과는 분명 상이한 이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습과 달리 앉았을 때의 느낌은? 푸근하다. 마치 사람을 앉혀놓고 프레임을 짜놓은 듯 몸을 편안하게 감싼다. 그랑 콩포르! 그랑 콩포르는 1928년 르 코르뷔지에와 함께 그의 사촌 피에르 잔네레(Pierre Jeanneret)와 샤를로트 페리앙(Charlotte Perriand)이 디자인했다. 그리고 80년 이상 이탈리아의 가구 회사 카시나(Cassina)에서 생산되며 여전히 전 세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스티브 잡스 또한 그랑 콩포르에 앉아 아이패드를 시연했다는 사실!). 형태를 이루는 소파의 구성 요소는 한눈에 알 수 있을 만큼 단순하다. 크롬 도금한 강철 프레임 안에 다섯 개의 검은 가죽 쿠션이 들어간다. 팔걸이 두 개와 등받이, 시트와 밑받침 각 한 개가 그것인데, 어느 방향에서 바라봐도 완벽한 정육면체를 이룬다. 르 코르뷔지에가 건축에서 추구했던 합리성과 표준화 개념을 포용하며 가장 보편적이고도 이상적인 형태를 구현해낸 것이다. 국내에서도 취재차 들른 웬만한 이의 인테리어 사무실에는 그랑 콩포르가 한 점씩 놓여 있다. 물론 진짜도 있고 가짜도 있다. 가구의 합리성과 표준화 개념을 너무 확고히 한 디자이너 덕분에(?) 기술 좋은 국내 가구 시장에선 가짜도 판치는 것이다. 그것의 진위 여부를 떠나 대가의 디자인을 누려보고자 하는 가난한 디자인 마니아들의 씁쓸한 욕구를 어느 정도 채워주고 있는 셈인데, 어마어마한 진품의 가격을 떠올리면 어느 정도 이해는 되지만 대가의 디자인이 가짜 시장에서 헐값에 거래되는 국내 현실은 분명 부끄러운 일이다. 아무튼 시대를 넘나들고 진위를 넘나드는 그랑 콩포르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으로 카시나(Cassina)에서는 2010년 새로운 버전의 그랑 콩포르를 선보였다. 베이지, 옐로, 퍼플, 오렌지, 블루, 스카이 블루, 그린 등 일곱 가지 컬러 변주로 완성된 그랑 콩포르는 이 시대에 걸맞게 한층 컨템퍼러리한 가구로 재탄생한 느낌이다. 엄격한 모더니즘을 추구했던 르 코르뷔지에가 바라보면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지만, 개성 넘치는 현대인들의 입맛을 자극하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형태 또한 1인용인 그랑 콩포르를 비롯해 2인용과 3인용 시트로 구성된다. 그랑 콩포르의 위대한 편안함을 직접 체험해보길 원한다면 최근 오픈한 논현동의 카시나 매장(516-1743)을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OLIVE 4HD 뮤직 서버
매끈한 금속 케이스, 사선으로 기울어진 앞면엔 CD가 들어가는 슬롯이 있고 그 옆엔 버튼 몇 개와 조그만 LCD 스크린도 붙어 있다. 이 녀석의 정체는 멀쑥한 케이스를 들어내야 확실히 알 수 있다. 하드디스크, CD 플레이어와 색색의 기판들. 이건 오디오라기보단 미니 컴퓨터에 가깝다. 오디오 마니아들만을 위한 컴퓨터 말이다. CD를 넣고 LCD 창의 터치스크린을 두어 번 누르면 몇 분 안에 음반을 무손실 파일로 변환해 내장된 하드디스크에 저장시킨다. 2TB의 넉넉한 용량을 갖춘 하드디스크엔 한 장에 60분 기준으로 3000장 이상의 CD를 무손실 파일로 저장할 수 있다. 4HD라는 이름은 CD보다 네 배 더 선명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뜻이다. 마치 최신 블루레이 플레이어에서 DVD 영상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업스케일링’을 지원하는 것처럼 이 녀석도 음질을 ‘업샘플링’ 해준다. 수만 가지 인터넷 라디오 채널을 듣거나 곡을 다운로드할 수도 있다. 내장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물론 가능하다. 더 사소한 것들, 음반 재킷 이미지와 트랙 리스트, 곡의 가사 등도 내려 받을 수 있다. 도쿄 시부야 번화가 한가운데에 상징적으로 세워져 있던 HMV가 곧 문을 닫게 되지만, 대다수의 하이파이 애호가들은 여전히 파일보다는 음반을 신뢰한다. 올리브 4HD 뮤직 서버는 음악 저장 수단이 CD와 LP 등의 음반에서 디지털 파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나온 과도기적인 물건이다. PC 없이 편리하고 빠르게 CD를 넉넉한 용량의 하드디스크로 옮길 수 있고, 그 결과를 신뢰할 만한 음질로 리모컨과 터치스크린을 통해 재생할 수 있다. 그 깔끔한 모양새와 터치스크린, 리모컨의편리함은 두드러지는 장점이다. 하이파이는 소리 그 자체만큼이나 얼마나 ‘우아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 그렇게 본다면 올리브 4HD 뮤직 서버는 확실히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엘라서울 본지 9월호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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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강정원, 정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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