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바퀴로 누빈 코펜하겐 여행의 순간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낡은 자전거에 올라 4시간 만에 페달의 균형을 찾아낸 일곱 살의 뿌듯한 희열. 이후 김민준은 늘 자전거와 함께였다. 사람의 힘이 순수한 동력이 되는 두 개의 바퀴로 누빈 코펜하겐 여행의 순간들.::루이 비통,보테가 베네타,홀릭스,레이벤,닐 바렛,캘빈 클라인,프라다,시스템 옴므,구찌, H&M,리,리바이스,김민준,엘르,엣진,elle.co.kr:: | ::루이 비통,보테가 베네타,홀릭스,레이벤,닐 바렛

1 슬림한 셔츠와 팬츠, 라이딩 부츠는 모두 가격 미정, 루이 비통. 백 팩은 가격 미정, 보테가 베네타, 클래식한 스카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시계는 김민준 소장품. 뿔테 안경은 40만원대, 홀릭스. Uncommon Journeys백야를 보고 싶었다. 지난 6월, 남아공월드컵 원정 응원에서 돌아오던 서른 시간의 힘든 여정 동안 ‘당분간 비행은 없다’고 했던 다짐을 보란 듯이 뒤집고 이 여행에 참여하게 된 이유다. 더구나 일상 소품과 다름없는 나의 자전거와 북유럽의 평지를 달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코펜하겐 자전거 여행, 북유럽은 처음이다. 그리고 백야는 생각보다 이채로웠다. 자연스럽게 그 동안의 생활 리듬을 깨는 낮의 길이라니. 신기했다. 긴긴 겨울을 무사히 빠져 나온 현지인들은 무료함에 대한 보상심리 덕분인지 백야를 자랑하는 코펜하겐의 환한 밤까지 엄청난 스태미나를 발휘하고 있었다. 에너지로 가득 찬 이 도시의 가장 큰 특징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전거 수송 인구가 많다는 점. 네 명의 가족이 레저용, 생활용으로 나눠진 일곱 대의 자전거를 운용하는 집도 있다고 한다. 평지가 대부분이다 보니 자전거 타기에 딱 좋은 환경이다. 일요일 오전, 유유자적한 공간을 슬그머니 파고들어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딱 ‘그림 같은 풍경’이라는 표현에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도시가 눈앞에 나타났다. 한참을 달려 국립극장 앞 바닷가를 지나던 순간, 뭔가 이상했다. 짠 냄새가 나지 않는 바다라니, 판타지 세계에 들어온 게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다시 페달을 밟고 있는데 담 넘어 재즈 세션들의 감성적인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진다. 기분 좋은 우연이 거짓말처럼 계속되는 시간들을 튀지 않고 익숙하게 즐기는 김민준 식 여행의 비법. 왠지 이곳 코펜하겐에서도 통할 것 같았다. 2 클래식한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과 셔츠, 팬츠, 라이딩 부츠는 모두 가격 미정, 루이 비통. 3 스카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시계는 김민준 소장품. 선글라스는 30만원대, 레이밴. 4 자연스럽게 주름이 잡힌 재킷과 화이트 티셔츠는 모두 가격 미정, 닐 바렛. 데님 팬츠는 20만원대, 캘빈 클라인. 5 티셔츠와 짚업 카디건, 백 팩은 가격 미정, 팬츠는 1백17만5천원, 워크 부츠는 1백30만원, 모두 보테가 베네타. 레오퍼드 프린트 스카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6 하늘색 셔츠와 청키한 스웨터, 슬림한 피트의 재킷은 모두 가격 미정, 캐멀 컬러 팬츠는 60만원대, 슈즈는 95만원, 모두 프라다. 7 캐주얼한 티셔츠는 49만원, 니트 카디건은 78만3천원, 팬츠는 69만원, 모두 닐 바렛. 워크 부츠는 가격 미정, 보테가 베네타.Incredible Freedom 일곱 살의 어느 가을. 사촌 형에게 물려받은 빨간색 자전거가 앞마당에 도착했다. 곧 연습을 시작했고, 4시간 후 두 바퀴로 달리는 데 성공했다. 태어나서 처음, 그것도 혼자서 몸으로 익힌 최초의 스킬. 그 짜릿한 경험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어쩌면 남들보다 더 일찍 두발자전거를 탈 수 있었다는 희열도 있었을 거다. 그런 의미에서 코펜하겐 여행에 함께한 픽시 자전거는 ‘남들보다 먼저’에 적당히 집착하는 나의 성향을 충족시키는 자랑거리다. 몇 해 전 일본 최고의 자전거 장인이라 불리는 마츠다 씨에게 주문 제작한 픽시 자전거는 기어가 고정된 가장 기본적인 자전거다.브레이크도 기어 체인지업 박스도 없이 뼈대에 바퀴만 달려 있으니 정비도 간편하다. 원래는 ‘벨로드롬’이라는 나무 경기장에서 위험을 감지한 선수가 자전거를 멈출 경우 이어지는 추돌 사고를 없애기 위해 탄생한 구조. 근육에서 대퇴부까지 전달되는 모든 힘이 자전거에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에 기계와 온전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가졌다. 아, 에디슨도 픽스 마니아였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면 그가 픽시를 타고 묘기를 부리는 영상도 있다. 어쩌다 보니 ‘픽시의 왕초’라 불리던 예전 내 모습이 떠올라 이 자전거의 예찬론자가 됐지만 실제론 편식 없이 모든 종류의 자전거를 즐긴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코펜하겐의 그린 사이클 루트를 둘러보던 프레데릭스보그 공원의 여유로운 시간. 그린의 콘트라스트가 묘하게 안정감을 주던 너른 잔디밭에서 낮잠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만약 그랬다면 에디슨처럼 자전거 묘기를 부리는 꿈을 꿀 수 있었을까? 8 가죽 바이커 재킷은 1백5만원, 톱은 20만원대, 모두 시스템 옴므. 데님 팬츠는 20만원, 캘빈 클라인. 9 네이비 풀오버, 가죽 셔츠, 팬츠, 로퍼는 가격 미정, 모두 구찌.바이커 가죽 재킷은 1백5만원, 시스템 옴므. 체크 스카프는 2만원대, H&M. 10 체크 프린트 크롭트 팬츠는 40만원대, 리. 스니커즈는 70만원대, 닐 바렛. 가죽 재킷과 모자는 김민준 소장품. 11 데님 팬츠는 20만원대, 리바이스. 레이어드한 티셔츠와 장갑, 모자는 모두 김민준 소장품.Magical Music힘차게 페달을 굴리다 땀을 식히는 시간. 차곡차곡 쟁여놓은 MP3 플레이어의 뮤직 라이브러리를 꺼내 듣는 기분은 도저히 말로도, 글로도 표현하기 힘들다. 어린 시절부터 모아온 CD에서 꺼낸 1만2000곡의 히스토리 플레이어 하나와 디제잉을 위해 구입한 신곡 플레이어 하나. 스타일을 포기하더라도 여행할 때 이 두 개의 MP3 플레이어는 반드시 챙긴다. 방대한 음원이지만 듣고 싶은 노래를 찾아내는 건 식은 죽 먹기. 이 손때 묻은 플레이어를 움직이려면 엄지손가락 하나면 충분하다. 엄지가 자동반사적으로 노래를 찾아준다. 아주 어릴 적부터 음악에 대한 관심과 욕심이 남달랐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1987년, 언더월드(Underworld)가 데뷔 한 이후 프로펠러헤즈(Propellerheads), 프로디지(Prodigy) 등의 듣도 보도 못한 파격적인 음악을 접하면서 일렉트로닉 장르에 대한 묘한 쾌감을 느꼈다. 장비와 오디오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탓에 구입한 디제잉 세트로 ‘베드룸 디제잉’을 즐긴 지는 꽤 오래전. 그리고 취미와 커리어를 넘나드는 ‘베스페르 MJ(Vesper MJ)’의 활동은 일렉트로닉 뮤직의 기원인 테크노음악을 찾아내고 즐기는 1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게 만든다. 연기도 그렇고 해야 할 일, 갈 길이 멀다 보니 디제잉으로 정점을 찍어야겠다는 생각보단 이 시기에 할 수 있는 즐거움에 빠져 보는 게 목적이다. 일본의 유명 배우 아사노 타다노부도 디제잉을 즐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같은 시간, 서로 다른 공간에서 디제잉을 즐겼던 그를 만나고 싶다고 한 얘기가 급속하게 발전해 조만간 특별한 놀이를 경험하게 될 것 같다. 12 라이더 재킷과 모자, 백 팩, 스니커즈는 모두 김민준 소장품. 캐멀 컬러 크롭트 팬츠는 30만원대로 리바이스 오리지널.Real Documentary코펜하겐의 외곽, 초지 해안을 내달리다 보니 문득 2년 전 도쿄 여행이 떠오른다. 포스터만한 창문에 도쿄 타워가 사진처럼 떠 있던 레지던스는 2층에 자전거 주차장이 마련되 있었다. 그리고 단돈 200엔에 자전거 대여 서비스까지. 자전거와 함께하는 여행은 꼭 현지인이 된 것 같아 흐뭇하다. 이번 여행도 마찬가지다. 어지간한 자전거 도시에서도 볼 수 없었던, 오직 바이크를 위한 신호등과 자전거 전용도로, ‘이곳에 발을 올리세요’라는 멘트가 쓰여진 발판과 손잡이, 그리고 자전거가 지날 때마다 수치가 올라가는 계수기까지. 이 도시의 세심한 배려는 3만5000여 명이라는 자전거 출퇴근 인구를 만든 저력이었다. 뉘하운(Nyhavn) 운하 거리와 프레데릭스보그 성(Frederiksborg Slot) 공원, 티볼리 가든(Tivoli Garden)과 햄릿의 배경이 되었다는 크론보르 성(Kronborg Castle), 바닷가 국립극장은 물론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가득했던 앙글레테레(D’Angleterre) 호텔까지. 풍경 자체로도 그들의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어 충분히 행복했지만 가장 인상적인 건 자전거로 이곳들을 오갈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이 씁쓸해지는 건 서울과의 비교 포인트 때문이다. 네 바퀴가 달린 자동차가 이륜차를, 이륜차가 동력이 없는 자전거를 보호해야 하는 건 상식인데 내가 사는 도시는 정반대다.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달리다 보면 “어디 자전거가 도로에서 말이야!”라는 얘길 듣기 십상이고, 인도에선 보행자들에게 피해를 주게 마련이다. 순수하게 사람의 힘으로 가장 빠른 스피드를 낼 수 있는 이동수단, 자전거. 안전하게 내달릴 수 있는 이 거리의 자전거 여행이 서울에서도 계속됐으면 한다.*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9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