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your eyes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신선하고 풍요로운 시각적 영감은 창조를 위해 꼭 필요한 재료다. 오래된 동화책, 낯선 화가의 작품집, 우연히 찍은 하늘 사진…. 다섯 명의 크리에이터가 눈으로 보고 가슴에 새겨둔 이미지들. |

yun suk mu포토그래퍼 윤석무의 마음을 사로잡은 사진과 풍경들. 1 10년 전 뉴욕에서 낚시를 하러 갔던 바닷가의 풍경이다. 그날 햇빛은 눈부셨고 바람 역시 쾌적했다. 그리고 마치 바다 위를 걷듯 내 시야에 들어온 한 부자의 모습을 무의식중에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을 볼 때마다 그때의 평화가 찾아오는 듯하다. 2 엘리자베스 여왕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는 화가 루시안 프로이트(Lucian Freud)를 포착한 사진. 여왕의 모습을 자기 식대로 해석하는 그의 자신감은 분명 피사체와의 남다른 교감 혹은 자신만의 단호한 시선에서 나올 수 있다는 아주 단순한 사실이 마치 그 현장에 있듯 생생히 전달된다. 3 시드니의 어느 홈 파티에서 찍은 사진. 당시 그곳에 있었던 많은 사람들 중 이들을 카메라에 담은 이유는 유독 편안하고 친근한 관계가 느껴져서였다. 오래된 친구처럼 말 없이 서로의 여유를 지켜주고있는 듯하다. 4 인물 사진의 대가, 아우구스트 잔더(August Sander)의 작품집. 한 장의 사진이 가진 의미는 비단 사진을 찍은 포토그래퍼만이 소유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른 이들의 사진 너머 그 무언가를 볼 수 있게 하는 힘, 잔더의 사진엔 그런 게 있다.5 존 F. 케네디의 사진집에 실린 이 사진은 케네디 부부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상상하게 한다. 사진 속 그들이 느꼈을 풍요와 여유가 내게도 찾아오길 바란다면, 너무 속물적인가?6 애인과 이유 모를 말다툼을 벌인 남자가 갑자기 일어나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 찰나를 카메라에 담은 사진. 그의 눈빛에서 담배 연기로도 해소되지 않을 답답함이 느껴진다. 꾸미지 않은 라이브한 모습. 내가 이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다. koo e gene아티스트 구이진에게 동화적인 상상력을 불어넣는 이미지들. 1 조르주 드 라 투르(George de La Tour)의 ‘막달라 마리아’. 라 투르의 그림들은 한없이 고요하면서도 격정적이다. 수많은 화가들이 막달라 마리아를 그려왔지만, 이토록 생생하게 마음 속 혼란과 설레임까지 느껴지는 그녀는 만나지 못했다. 2 오래된 동화책은 내게 최고의 영감을 주는 요소다. 어른이 된 후 동화를 다시 읽으니 오히려 그 간결함이 지닌 깊이에 놀라게 된다.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한 세상에서 귀 기울이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우리들의 삶에서 변하지 않는 무엇에 관해 속삭인다. 3 모리스 센닥(Maurice Sendak)의 그림책 .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인 센닥이 장장 5년 동안 틀어 박혀 완성한 이 책은 독특한 호소력을 지녔다. 난해하고 신비롭지만, 굳이 의미를 일일이 물을 필요가 없는 매력. 4 가난했던 예술가이자 초현실주의 성향의 공상가 조셉 코넬(Joseph Cornell). 그는 틈이 날 때나마 동네를 돌아다니며 수집해온 물건들을 가지고 그만의 상상 세계를 엮어 상자 속에 담았다. 그 상자는 거대한 우주도 되고 온 세상도 된다. 5 스코틀랜드 출신의 화가 알리슨 와트(Alison Watt)의 그림을 처음 본 것은 몇 년 전 에든버러 여행에서였다. 오래된 교회의 제단에 걸려 있는 커다란 천 그림을 보고 온몸에 소름이 돋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6 가난하지만 품위 있는 한 흑인 할머니의 소박한 집에서 방 한 칸을 빌려 산 시절이 있었다. 낡고 잡다한 물건이 가득한 할머니의 거실에 필요 없는 것, 의미 없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한 사람에게 가장 친밀하고 사적인 공간과 물건들은 그 사람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엘르걸 11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