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어드바이저’ 릴리 앨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FASHION

‘스타일 어드바이저’ 릴리 앨런

마이크를 내려놓고 패션으로 무대를 옮긴 릴리 앨런. 그리고 그녀는 ‘영국판 <엘르> 스타일 어드바이저’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이 급격한 커리어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다고? 그렇다면 스타일에 관한 질문에 요목조목 명쾌한 답변을 내놓는, 여기 뉴 릴리 앨런의 모습을 보자. 진정한 ‘스타일 어드바이저’로서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LLE BY ELLE 2010.08.31


1 빈티지 오스트리치 페더 숄은 Lucy in Disguise, 실크와 레이스 장식 드레스는 Preen at Selfridges.

“안녕하세요! 잠시 저기 앉아서 기다려주시면, 곧 갈게요.” 로비의 리셉셔니스트가 정중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세상에! 이 친절한 직원은 바로 악동 팝 스타 릴리 앨런이 아닌가! 직설적이고 거침없고 당돌하기로 소문난 영국의 팝 스타, 요란한 파티에 절대 빠지지 않는 그녀가 지금 런던 <엘르> 사무실 책상 앞에서 조용히 서류 작업 중이라니! 이건 마치 버스를 몰고 다니는 마돈나만큼이나 이상했다. 릴리가 최근 벌인 일련의 사업 프로젝트들, 새로운 빈티지 의류 숍에서 독립 레코드 레이블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들이 여기 북적이는 공간에서 이뤄진다. 살바도르 달리의 혼란스러운 그림 속 같은 이곳엔 드레스들을 얹은 레일과 미니 트램플린, 남자용 하이 톱 트레이닝화가 흩어져 있다. 그 옆엔 1m 높이의 청동 야자수 조각상과 블랙 어쿠스틱 샤넬 기타까지!
하지만 이 순간 릴리의 우선 순위는 무엇보다도 ‘루시 인 디스가이즈(Lucy in Disguise)’다. 언니 사라 오웬과 함께 운영하는 빈티지 의류 스토어로, 런던 옥스퍼드 광장 뒤쪽 거리에 올 9월 오픈 예정이다. 결국 음악보다는 패션? 이달 프로페서 그린(Professor Green)과의 컬래버레이션 싱글 앨범 발매로 뮤지션 타이틀은 일단 현재로선 유지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릴리는 당분간 더 이상의 레코드는 없을 거라고 단호히 말해 날 당황케 했다. 어쨌든 25세의 이 팝 스타는 이 날의 컨디션 상황으로 볼 때 촬영보다 잠시 침대에서 쉬어야 할 듯했다. 최근 WWF(World Wildlife Fund) 다큐멘터리 촬영 차 브라질의 열대 우림을 여행하다 식중독에 걸렸기 때문에 몸 상태가 엉망이었다. 하지만 그 어떤 병도 이달 <엘르> UK 스타일 어드바이저로서의 역할을 막을 순 없었다. 릴리는 패션 관련 질문에서만큼은 정말 성심성의껏 답해주었다! 그리고 거의 5분마다 새 담배를 꺼내 물었다. 카오스와 담배 연기와 아마존 식중독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뭔가 화제를 돌릴 만한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루시 인 디스가이즈’(어머니가 갖고 있던 로맨스 소설에서 이름을 땄다)는 자신의 옷장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것인데 릴리의 방대한 옷장 자체가 그녀의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는 공공연한 임대 숍이었기 때문이다. 드레스를 구입할 여유가 없더라도 주말 동안에 원하는 옷들을 빌려 입을 수 있다. 자신이 입었던 옷들과 헤어지기가 섭섭하지 않은지 묻자 그녀는 태연하게 대답한다. “아니, 전혀요! 이 옷들을 그토록 애지중지 여기는 건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도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아요. 생각해보세요. 내 옷장 뒤쪽으로 사람들이 늘어서 있는 게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특별히 소중하게 간직하는 아이템은 분명 있다. 다름 아닌 샤넬 재킷으로 이것은 미래에 태어날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남겨놓은 보물이다. “비싼 걸 살 때마다 이렇게 생각하곤 해요. ‘옙, 이건 타임리스 아이템이니 훗날 내 딸에게 물려줄 수 있겠어!’”
아무래도 릴리 앨런의 건축가인 남자친구 샘 쿠퍼(31세)는 그녀의 인생에 조용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듯하다. 최근 몇 달간 릴리가 스포트라이트를 피해 은둔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얼마 전 커트니 러브와의 시비를 제외하고라도(커트니는 브릿 어워드에서 릴리가 샤넬 드레스들을 혹사한다고 비꼬았다) 직격탄을 날리는 말 많은 입담꾼이자 파티들을 좇아 뛰어다니는 ‘전설의 릴리’는 이제 타블로이드에서 잘 보이질 않는다. 술도 끊었고 사무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에 온갖 사적인 비밀들을 공유했던 그녀가 요즘엔 2백만 팔로어들과 주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만 얘기한다(릴리는 4개월간 트위터를 떠났다 다시 컴백했다). 그녀를 바라보는 끊임없는 대중의 시선과 감시에도 훨씬 편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느덧 이제는 자신만의 패션 비즈니스를 해야 할 시간. 릴리는 담배를 비벼 끈 후 자세를 고쳐 앉았다! 다음은 스타일 어드바이저(Style Advisor)로서의 답변들.



2 드레스처럼 걸친 실크 튤 헤드피스는 Piers Atkinson. 포니스킨 슈즈는 Yves Saint Laurent.

근사한 옷들이 많지만 제대로 조합하기가 어려워요. 아침에 어떻게 하면 쉽게 옷을 입을 수 있나요?
그날의 느낌을 평가하세요. 기분이나 분위기가 아주 중요해요. 그런 다음에는 베이스 아이템을 하나 고른 후, 거기서부터 차츰 쌓아나가는 거죠. 일단은 옷장이 잘 정돈돼 있는 게 커다란 도움을 줘요. 내 경우엔 ‘프랙티컬 프린세스(practicalprincess.com)’에서 구입한 수납 툴들로 정리를 했어요. 시즌 별로 나눈 후, 길이 별로 그리고 티셔츠 별로 분류하세요. 캐주얼 웨어의 경우 컬러 별로 분류해도 좋아요. 슈즈는 박스에 넣어 정면에 사진도 붙여놓고요.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모든 게 못마땅하다면 그냥 드레스를 걸치세요. 원피스 하나만으로도 근사한 스타일이 완성되니까요. 난 자주 그렇게 한답니다!
빈티지 쇼핑이 진짜 힘들어요. 팁을 알려준다면?
일단 사이즈는 무시하세요. 지금의 12사이즈는 1970년대의 12사이즈랑 다르거든요. 좀 크다 싶더라도 마음에 들면 일단 사들이세요. 상점 안의 수선 서비스를 이용해도 좋으니까요. 단 너무 특정한 시대에 얽매여 쇼핑을 결정하진 마세요. 옷을 갖고 논다고 생각하면 돼요. 시대별 특징은 참고할 순 있어요. 1920년대엔 서머 비즈 드레스, 1970년대엔 맥시 플로럴 드레스, 1980년대엔 하드 록 재킷과 진 등이 환상적이죠. 최근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빈티지 쇼핑을 통해서 최신 라인의  힌트를 얻죠. 당신도 어쩌면 빈티지 아이템을 통해서 모던 룩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고요.
너무 가꾼  룩은 싫은데 어떻게 하면  지루하지 않게 룩을 연출할 수 있을까요?
무엇을 입든지 유머 감각이 중요하답니다. 샤넬 광고에 발탁된 이유 중 하나도 아마 이것 때문일 거예요. 칼은 광고 이전부터 이미 내가 입었던 옷들을 살펴봤어요. 난 열아홉 살짜리가 아름다운 샤넬 트위드 재킷에 운동화를 신는다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웠거든요. 레이디라이크에 뭔가 기발한 걸 매치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에요. 어른처럼 차려입는 걸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요. 난 얼마 전엔 눈처럼 하얀 빈티지 발맹 모피 코트를 사들였는데 정말 마음에 들어요.
쇼핑할 때 기운도 빠지고 혼란스러워요.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쇼핑하다 보면 그럴 때가 있어요. 내 사이즈는 변덕스러워서 중력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고 싶지도 않거든요. 일단 쇼핑 타이밍이 아주 중요한데 학생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간이나 퇴근 후 혹은 주말 등 붐비는 시간대는 피하세요. 또 계획을 적당히 세워두는 것도 좋아요.온라인 쇼핑도 추천해요. 네타포르테(Net-a-Porter)는 내가 즐겨 찾는 곳이죠. 엄마도 온라인 쇼핑을 즐기지만 장바구니에만 잔뜩 넣고 별로 구매는 하지 않아요.
굴곡이 있는 편이지만 키가 작아요. 내 몸매엔 어떤 게 가장 잘 어울릴까요?
엠파이어 라인 드레스! 진과 힐에 엉덩이를 가릴 수 있는 톱도 괜찮아요. A라인 커팅은 뭐든지 어울릴 거예요. 나 역시도 모델 몸매가 아니어서 그냥 내게 맞는 것들을 골라야 해요. 5피트 2인치여서 뉴 키튼힐을 따라 하다가는 죽음이죠. 내가 힐을 신는다면 5인치 정도가 적당해요.
매번 비슷한 옷만 사들이고 있어요. 스타일을 업그레이드할 방법이 있을까요?
나도 그래요. 한동안 프라다 프린트 선 드레스에 사로잡혀 있었죠. 핏도 좋고 여름철 베스트 아이템이어서 다섯 개나 사들였어요! 하지만 너무 염려하진 마세요. 디테일에 좀 더 신경을 기울인다면, 남들과 똑같아 보이진 않을 테니까요. ‘자신감’아야 말로  당신을 근사하게 만들어주죠. 뭔가가 정말 마음에 들어서 컬러 별로 사들이고 싶으면 그렇게 하세요. 내가 편안하고 행복하다면 굳이 망설일 필요가 있을까요!
지금껏 얻은 최고의 패션 어드바이스가 있다면?
칼은 내게 좋은 조언들을 해줬어요. 그의 쇼에 이브 생 로랑 스커트에 샤넬 톱과 슈즈 차림으로 등장했던 때가 기억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샤넬로 치장했는데  왠지 불편하게 여겨졌어요. 당황스러워서 칼에게 말했죠. “미안해요, 칼. 나, 이브 생 로랑을 입었어요!” 그가 그런 말은 하지 말아달라고 하더군요. 가장 어리석은 룩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지나친 매치 룩이라고 하면서요. 그가 옳아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슈즈에 관한 어드바이스예요. ‘치명적이지 않으면 아찔해 보이지 않는다!’라는 것이죠. 내가 평소에 말하는 컴포터블 룩과 모순이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가끔은 괜찮아요. 특히 나처럼 키가 작은 경우라면.



실크와 레이스 드레스는 Preen at Selfridges, 깃털 장식은 Annie’s Vintage.

‘다른 어떤 액세서리보다도 자신감이야말로  당신을 근사하게 만들어주죠. 뭔가가 정말 마음에 들어서 색깔 별로 사들이고 싶으면 그렇게 하세요. 내가 편안하고 행복하다면 굳이 그걸 망설일 필요가 있을까요!’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9월호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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