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프리’, 마지막 희망을 걸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김태희와 양동근과 경마라,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러나 너무도 다른 셋은 ‘그랑프리’안에서 조화를 이뤘다. ::김태희, 양동근, 양윤호, 아이리스, 그랑프리, 영화 그랑프리, 승마, 김태희 양동근 키스신, 그랑프리 키스신, 경마, 경마액션, 각설탕, 마초, 엘르, 엣진, elle.co.kr:: | ::김태희,양동근,양윤호,아이리스,그랑프리

스포츠 영화엔 뻔한 장면이 등장한다. 승승장구하던 주인공이 좌절을 겪는다. 동료나 연인, 스승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극복해내고 어렵게 다시 승리를 쟁취한다. 어찌 보면 진부한 이야기임에도 매번 감동하고야 마는 건, 영화 속 이야기가 다소 증폭되어 있을 뿐 실제 보통 사람들의 삶과 닮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역시 평탄하게 살다 급작스런 좌절을 겪고, 기어이 그것을 극복해 낸다. 알면서도 속는 거짓말처럼, 결국 주인공이 좌절을 극복하고 행복을 얻어낼 것을 짐작하면서도, 아니 바로 그 장면을 위해 한 시간 남짓을 기다리는 것이다. 의 미덕 역시 ‘공감’에 있다. 는 사고로 좌절에 빠진 기수 ‘서주희’(김태희)가 여자 최초로 그랑프리 우승에 도전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경마는 여느 스포츠와 달리 혼성으로 경기가 치러지고, 영화 속에서와 마찬가지로 현실에서도 여자 기수가 그랑프리 우승을 한 적이 없다. 는 ‘경마 액션’이라 할 만큼 박력 있는 경주 장면을 보여주는 한편, 부상 위험과 고된 훈련을 감내하는 기수들의 모습을 통해 ‘스포츠’로서의 경마에 중점을 두었다. 의 또 다른 볼거리는 35만평에 달하는 과천 경마공원과 제주도 오름들의 탁 트인 풍광이다. 서울에서 사고를 당하고 기수로서 자신감을 잃은 주희는 해발 300m 제주 아부오름에서 동반자가 될 ‘이우석’(양동근)을 만난다. 우석은 일본 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실력 있는 기수였으나, 실수로 친구를 잃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말을 매개로 서로에게 끌리게 된 둘. 승부의 결과를 떠나 달리는 것 자체의 기쁨을 새삼 느끼고, 다시 도전할 용기를 얻게 된다. 드라마 의 첩보원 역할에 이어 기존의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깨고 털털한 기수로 변신한 김태희와, 본인만의 색채로 극에 엇박을 부여하는 양동근의 조합을 기대해 본다.Q&AQ. 기수로 변신했다. 특별히 어려웠던 점을 말해달라. 또, 앞으로 계속 말 탈 생각이 있는지?김태희: 이번 영화를 통해 말에 대한 매력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 처음엔 말에서 떨어져 크게 다쳤다거나, 말이 예민한 동물이라 주의해야 한다는 등 주변 사고 이야길 많이 들어 겁먹었었다. 다행히 촬영 중 어떤 사고도 나지 않았다. 작은 부상도 당한 적이 없었다. 4~5개월을 말과 가까이 지내다 보니 푹 빠졌다. 가능하면 앞으로도 타고 싶다.Q. 김태희는 투톱 주인공을 많이 해왔다. 이번엔 비중이 좀 더 큰 역할이다. 김태희: 예전 작품을 할 때는 맡은 직업에 대해 적당히 자료 조사만 했다. 분석이 얕았던 것 같다. 이번엔 다르다. 실제로 제 대역 해주신 귀엽고 여성스러운 기수, 터프한 기수 두 분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이야기를 들었다. 두 분의 공통점은 말을 너무나 사랑하고, 말과 달리는 걸 행복해 한다는 거다. 동물과 함께 하며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순수한 것 같다. Q. 데뷔 이후 가장 빛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인생의 ‘그랑프리’는?김태희: 대중들은 cf등에서 화려한 모습을 보였을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때라고 여기겠지만, 나는 스스로 빛난다고 생각한 적 없이 지냈던 것 같다. 그래도 돌이켜 생각하면 행복했던 거라고 느끼게 되는데, 앞으로는 그때그때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지금은 빛나는 순간을 기다리는 중이다. Q. 양동근은 준비기간이 짧았던 걸로 안다. 말 타기는 어떻게 배웠나.양동근: 더미 위에서 많이 찍었다. (웃음)Q. 김태희와 연기궁합은 어땠나.양동근: 감사하다. 저도 왜 미녀배우와 인연이 많은지 궁금하다.(웃음) 김태희 씨와는… 대화를 많이 해야 했다. 자기 것에 고집 있는 친구다. 보통 애드립을 치면 그냥 흘러가면 되는데, 본인 스스로 이해가 되어야 넘어간다. 처음부터 합류해서 갔던 게 아니다. (주. 의 우석 역에는 입대한 이준기가 낙점됐었다.) 제가 들어가며 ‘우석’ 캐릭터가 완전히 바뀌었다. 캐릭터를 만들어 내느라 저도 힘들었고, 감독님이나 다른 배우들도 힘들어 했다. 김태희: 기본적으로 양동근씨가 독특한 점이 있지 않나. 한 번에 알아듣기 힘든 언어를 구사한다. (웃음) 처음엔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웠다. 시간이 촉박하니까 빨리 합을 맞춰야 했다. 제가 상대 배우에게 이렇게 적극적으로 다가간 게 처음이다. 양윤호 감독: 멜로 노선이 바뀌었다. 이준기가 할 수 있는 것과 양동근이 할 수 있는 건 다르다. 그래서 창작을 많이 했다. Q. 군대에서 연기가 그리웠을 것 같다.양동근: 철원 3사단 군악대로 복무했다. 행사나 여러 봉사에 참여했다. 건군 60주년 뮤지컬 한 편을 하고 나니 1년이 지나 있었다. 상병 달고 편해질 쯤, 국방홍보원으로 가게 되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했다. 거기 ‘국방열차’라는 라디오 방송이 있는데, 그걸 맡았다. 군대 안에서 너무나 일하고 싶었다. 밖에서는 투정을 많이 부렸는데, 떨어져 있으니 연기가 너무 하고 싶더라.Q. 의 사탕키스를 능가하는 빗속 키스신이 등장한다고 들었다. 여복이 많다. 지금까지이나영, 한채영, 한가인, 김태희 등과 키스신을 함께했다. 그 중 가장 설렜던 키스신은?양동근: 솔직히 좀 억울하다. 기억이 안 난다. 가끔은 어땠는지 되뇌고 싶을 때가 있는데, 아무리 머리를 기울여봐도 기억이 안 나더라. 여복이 많은 이유가 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Q. 두 배우에게 는 어떤 의미인가.김태희: 그 동안 비중이 비슷하거나 남자 비중이 더 많은 영화를 해 오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내 비중이 많은 작품을 하게 되었다. 내가 책임 지고 가야 한다. 감독님이 처음 ‘하자’고 하셨을 때 쉽게 승낙했다가, 나중에 영화를 찍으며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낀다. 그만큼 나도 성장했을 거다. 남자 배우에게 기대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기회였다. 양동근: 제대 후 살 많이 쪘다. 감독님이 출연 의뢰를 해 오시며 7킬로그램을 빼라는 거다. 나는 짧은 시간에 그렇게 살 뺄 순 없었다. 그래서 화면에 아저씨나 삼촌 스타일로 나오더라. 원래 우석 역할이던 이준기는 테리우스 스타일인데…(웃음) 배우로서 젊고 멋있어 보이고 싶긴 하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나는 무방비 상태다. 꼭 아저씨 연기자 같이 그냥 있는 그대로 나온다. 특히 이마 까진 것…. 태희양 옆에 있으니 더 두드러졌다.Q. 흥행 부담은 없나? 관객 수를 예상해 본다면.김태희: 부담 많다. 작품 끝나고 나서도 순간순간 긴장되고 걱정이 생긴다. 옛날엔 관객 수나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았다. 절실하지 않았다고 할까. 그런데 가 소위 ‘대박’나고 나니 슬슬 욕심이 생기더라. Q. 에는 ‘경마액션’이 등장한다. 드라마 뿐 아니라 영화에서도 액션이 많다. 중점을 두는 이유가 있나.양윤호 감독: 액션이 이야기 속에 어떻게 녹는지가 중요하다. 의 경우, 주인공의 심리가 말과 일치해야 했다.Q. 과 소재가 비슷하다. 무엇이 다른가?양윤호 감독: 내용은 전혀 다르다. 은 말을 사랑하는 이야기지만, 엔 좀 더 드라마가 많고 멜로가 있다. ‘서주희’(김태희)가 좌절을 겪고 일어서는 것, 우석과 함께 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Q. 양윤호 감독 작품은 남성적인 것이 대다수다. 이번엔 여성 중심이다. 어떤 것에 중점을 뒀나.양윤호 감독: 흔히들 ‘마초’라고 하지? 나는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예전엔 영화에 여자가 나오지 않는 게 편했다. 그런데 마흔이 넘으니 바뀌더라. 센 것도 좋지만, 따뜻하고 인간미 있는 게 자꾸 좋아진다.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작업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