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카 드라이빙에 나설 때 유용한 팁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은근한 볕에 선선한 바람, 귀에 착착 감기는 BGM을 틀고 오픈카 운전…. LA에선 몰라도 서울에선 꿈 같은 소리. 교통 체증으로 복작거리고 언제 후두둑 비가 쏟아질지 모르는 8월의 이곳에선 더더욱. 그래도 이왕이면 당당히 잘 열기 위해 에디터가 오픈카 드라이버로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크라이슬러,렉서스,비엠더블유,인피니티,오픈카,보배드림,엘르,엣진,elle.co.kr:: | ::크라이슬러,렉서스,비엠더블유,인피니티,오픈카

여덟, 일곱, 여섯…. 건널목의 초록 불은 아직 절반이나 남았다. 고개를 돌리지 않았지만 옆 차선에 버스가 서 있다는 것쯤은 느낄 수 있었다. 핸들이 비싼 클러치백이라도 되는 듯 두 손을 조심스럽게 포개 올렸다. 시계는 8시 40분을 깜빡이고 있었다. 선글라스 아래 양뺨 온도가 점점 올라가는 건 일찍부터 내리쬐는 햇빛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신호가 바뀌고 드디어 출발하는데 핸드백이 퉁탕거렸다. 원래대로라면 음료수 홀더에 있을 휴대전화도, 조수석에 펼쳐놓았을 종이며 목걸이도 모두 삼켜 가뜩이나 뚱뚱해진 핸드백이었다. 바람이 강할 것 같아 심지어 조수석 목덜미에 걸어놓았건만 바람은 불지 않고…. 15분 만에 회사에 도착해서 다행이었다. ‘용자’로 회자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며칠 더 호기롭게 오픈카 뚜껑을 열고 출근에 나섰다. 그런데 당당함 지수가 0에서 +1로 올라가나 싶다가 -15로 추락한 일이 생겼다. 신호 대기 중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길을 건너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예전에 소개팅한 남자였다. 심장이 쫄깃쫄깃했다. 못 알아봤겠지? 선글라스가 아니라 방독면을 쓰고 있어야 했는데….주말 미사리 드라이브 길은 이렇지 않았다. 못 열 것도 아닌데 온몸이 오그라드는 이유를 찾기 위해 문자 설문조사를 했다. 대상은 25세~35세 남녀 50명, 질문은 “출퇴근길 혹은 교통 정체 속 컨버터블 톱을 열고 운전하는 여자 어때?” “보기 안 좋다”는 반응이 대다수요, 일부만이 “자기 마음인데 무슨 상관?”이란 답을 보내왔다. 구체적인 이유들을 들어보면 이렇다. “허영심 많고 겉멋 들어 보인다.”(남기환, 29세, 증권 컨설턴트) “보는 내가 더 부끄러워진다.” (이선주, 32세, 학원강사) “지나친 자기과시욕 혹은 타인에게 관심을 받고 싶다는 욕구가 너무 뻔하다.” (박선우, 30세, 방송기자) “예쁜가? 사실 중요한 건 늘 이것 하나뿐이다.”(이희재, 29세, 패션 브랜드 마케터) “최근 성형에 성공했나? 딱히 보여줄 데는 없고.”(서수경, 28세, 스타일리스트) “나한테 지금 그 차 안으로 뛰어들어 오라는 건가 싶다.” (박정우, 30세, 회계사) “이른 아침에 그러고 나온다면 외박한 여자 같다.”(송민우, 34세, 광고 AE) “세상 물정 다 아는 닳고 닳은 여자거나 곱게만 자라서 아무것도 모르는 소공녀, 둘 중 하나일 것 같다.” (신성진, 온라인 사업자)답은 이미 나와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저마다 오픈카에 대해 떠올리는 감상은 다르겠지만 ‘도심 한복판’ ‘교통체증’ ‘출퇴근길’을 대입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럼 앞에 열거한 세 가지 조건만 피하면 될까? 일찍이 오픈카에 대한 로망을 심어준 장면들이 다시금 몽실몽실 떠오른다. 마릴린 먼로는 트렌치코트를 입고 머리에 스카프를 두른 채 아서 밀러와 함께 포드의 컨버터블 선더버드를 타고 뉴욕을 누볐다. 히치콕의 영화 에서는 레이스 원피스를 입은 그레이스 켈리가 선빔 컨버터블에 캐리 그랜트를 태우고 리베리아를 달린다. 는 말할 것도 없고. 하지만 멋이 안 난다는 게 문제다. 외모와 옷차림의 차이일까? 아니라곤 못하겠지만 우선 여기는 프랑스 남부의 휴양지 리베리아도, 아스팔트와 모래뿐인 사막도로도 아닌 서울이다. 그럼 도심에서 오픈카를 탄 먼로와 아서 커플은? 아니, 그때는 1950년대였고 지금은 ‘도로=주차장’인 2010년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에 터널은 왜 이리 많고 지하 주차장은 또 왜 이리 많은지. 또, 사계절이 있는 덕에 눈과 비가 잊지 않고 찾아온다. 기후와 도로 사정과 시선까지, 이러니 뚜껑을 열기조차 멋쩍다. 하지만 이런 고난과 역경(?)을 뚫는 것이 바로 오픈카에 대한 애정과 이해다. 초기 자동차는 모두 오픈카라고 봐도 무방하다. 마차와 수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진 아이템이니까. 1910년대 들어 안전성이 강조되면서 캐딜락이 뚜껑 달린 차를 선보였고, 그 이후 세단이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점하게 됐다. 오픈카로는 하늘, 바람, 빛을 보고 느낄 수 있으면 그만이지 대단한 기능을 기대한 것도 아니었다. 슈퍼카 중에 오픈카가 있지만 모든 오픈카가 슈퍼카인 것은 아니다. 물론, 기본적인 기능 업데이트는 다 돼 있다. 요즘 오픈카를 타면 내리는 빗방울도 비켜간다거나 에어컨 바람 기둥이 굳건히 목덜미를 선선하게 해주는 신통방통함을 경험할 수 있다. 한때 ‘비 새는 거 아니냐’는 비아냥을 들었던 소프트톱(수영복 내지 잠수복 천으로 만든다) 역시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가장 많이들 하는 오해가 매연 문제다. 차 내부 공기와 외부 공기가 섞이지 않고 각자 순환하기 때문에 매연이 얼굴에 뒤덮이는 일은 없다. 물론 정지 중에 좌석으로 먼지들이 내려앉을 순 있다.” 자동차 전문지 를 거쳐 에서 자동차 기자로 있는 김준형의 얘기다. 그는 어지간한 오픈카는 모두 섭렵한 오픈카 마니아기도 하다. 어쨌든 오픈카의 아이덴티티는 여전하다. 한마디로 오픈카는 달리기보다 달리는 즐거움에 집중한 차, 낭만 자동차다. 사실 데일리카, 패밀리카로는 적당하지 않다. 그저 디자인이 예뻐 샀다거나 톱을 안 열어도 만족하고 탄다면 상관없지만 오픈카의 원 기능은 주말에 한적한 도로를 달리는 세컨드카에 더 가깝다. 현재 우리나라 오픈카는 사실상 수입차를 의미한다고 볼 때, 수입차 판매 통계에서 컨버터블이 불과 3%를 맴돈다는 것도 그 증거. 지난해 판매가 가장 많이 된 컨버터블은 BMW 328, 크라이슬러 세브링 2.4, BMW Z4 3.5, 렉서스 IS250C, 인피니티 G37 순이다. 외국을 보면 포니카 개념으로 10대들이 작은 오픈카를 타는 걸 많이 보게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오픈카가 비교적 대중에 가까워진 게 불과 10년 사이다. 98년 현대가 티뷰론을, 이듬해 기아가 엘란(영국 로터스의 제조 기술을 들여와 국내에서 제작한 것)을 선보였다. 그래서 우리나라 오픈카의 고객의 다수는 경제력과 포니카에 대한 어릴 적 로망을 동시에 가진 30대 중반 이상이 많다. 오픈카라고 무조건 치기 어린 젊음의 전유물은 아닌 것. 예외는 있다. 워낙 귀엽고 콤팩트한 디자인으로 처음부터 젊은 층을 공략하거나 중고 오픈카의 경우. “신차 가격은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나지만 중고로 오면 격차가 줄어든다. 특히 미니 쿠퍼나 폭스바겐 뉴 비틀, 푸조 206CC 등의 소형 컨버터블은 여성 구매자가 많다. 세컨드카가 아니라 퍼스트카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중고차 거래 전문 웹사이트 ‘보배드림’에서 활동하는 중고차 딜러 신선희의 설명이다.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은 여전히 타인의 시선 때문에 불편하다고? 혹시 여자라서 더 시선을 받는 건가 싶고? 워워~ 특별히 그런 건 아니다. 차에 대한 지식, 취향, 사용 목적은 개인의 차이다. 굳이 남녀를 구분하자면 남자들은 좀 더 넓은 관심(SUV 형태의 오픈카, 일반 도로가 아니라 오지의 자갈길을 내달리는 것에 대한 흥미 등등)이 있다는 것, 여자들은 콤팩트한 사이즈와 실용성(데일리카로 쓸 것을 염두에 두고)을 주로 본다는 것 정도다. 원초적인 두려움이 가시지 않는다면 운전 9년 차, 오픈카 운전 4년 차로 포털 사이트에서 오픈카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는 조문영의 얘기가 힘이 된다. “오픈카 여자 운전자라고 해서 독특한 외모나 성격, 취향이 있다고 느낀 적은 없다. 여행을 좋아하고 활동적이지만 이건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전체적인 특성이다. 타인의 시선도 부수적인 걱정이다. 어차피 어느 정도 감수하고 타니까. 처음 한두 달은 남들이 꽤 신경 쓰이지만 석 달쯤 지나면 무덤덤해진다.”아, 모름지기 요조숙녀라면 한 가지 더 주의할 게 있다. 오픈카는 곧 PVC 백과 같다는 사실이다. 소비심리학자 키트 야로(Kit Yarrow)에 따르면 “온 세상 모든 아이템을 통틀어 개인의 퍼스낼리티를 가장 확실히 설명해주는 것이 자동차”라는데 훤히 보이는 오픈카라면 오죽하랴. 백 안의 아이템들 구성이며 배치까지 신경 써야 하는 PVC 백처럼 오픈카도 꼭 그렇다. 옷가지를 펼쳐두거나 모자(끈을 목에 묶는 형태가 아니라면)를 쓰는 것은 금물. 같이 타는 ‘사람’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여자끼리는 멋있어 보이지만 남자끼리는 피해야 하고, 이왕이면 연령대와 스타일까지 조화로우면 금상첨화”라는 자동차 전문 기자 최기성의 조언도 새겨들으면서.GOOD TO KNOW오픈카 드라이빙에 나설 때 유용한 팁 여덟 가지. 1 톱 개폐 연습부터 철저히! 어림잡아 20초는 걸린다. 정차 후에만 닫을 수 있는 모델도 있다.2 하늘하늘한 옷은 안 돼요. 작은 바람도 오픈카 안에서는 더 크게 분다. 안 보여줘도 될 걸 보여주게 되는 수가 있다. 스카프가 바람에 날려 오픈카 바퀴에 끼는 바람에 세상을 떠나게 된 무용가 이사도라 던컨의 비극도 생각해보길.3 주차할 때 꼭 닫기. 그냥 내렸다가는 차 안에서 휴지 조각이나 껌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재수 없어서’ 혹은 그저 쓰레기통인 줄 알고 버린 것들.4 내 몸만 꾸며서 될 일이 아니다. 오늘 뭐 입을까 고민할 때는 차의 컬러와 내부 인테리어까지 염두에 두고 토털 스타일링을 해야겠다. 5 4인승이라 해도 4인 탑승은 피하는 게 좋다. 거리의 시선을 견디기 힘든 것은 앞자리보다 뒷자리가 더 심하다. 또, 톱을 여닫을 때마다 머리카락이라도 낄까 싶어 식겁할 수 있다.6 BGM은 포기해라. 볼륨을 최대로 키워봤자 ‘쉭쉭’ 거리는 바람 소리만 들린다. 한적한 교외에서라면 속도를 낮추면 되겠지만 도심 한낮이라면 오디오를 끄는 게 낫다. 길거리 사람 모두 다같이 들을 일은 없지 않나.7 자리에 착석해 주세요. 좌석 사이에 걸터앉거나 일어서는 건 저런 화보 속에서나 가능하다. 엉덩이를 떼었다가도 1초만에 용기는 수그러들고 교통경찰에게 안전운전 주의를 받는 것이 현실. 8 차 안은 심플한 것이 최고. 위에서 옆에서 들여다보이므로 평소 가지고 다니던 여벌의 슈즈들은 모두 집에 두고 나오길. 가벼운 아이템은 여차하면 날아가 버리니 빅 백에 우겨넣는 수밖에.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8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