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가 스토킹한 세 사람의 트위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애시턴 커처는 500만 팔로워들에게 환경 보호를 부르짖고, 데미언 허스트는 달라이 라마에게 폭탄 발언을 하고, 이적은 트윗으로 노랫말 대신 소설을 쓴다. 피처 에디터들이 스토킹한 세 사람의 트위터, 보름간의 기록.::애시턴 커처,데미언 허스트,이적,엘르걸,엘르,엣진,elle.co.kr:: | ::애시턴 커처,데미언 허스트,이적,엘르걸,엘르

@aplusk 애시턴 커처의 꿈은 세계 평화?애시턴 커처는 잘 알려진 트위터광이다. 현재 500만 명이 넘는 팔로워 수를 기록하고 있는 그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평균 5~6개의 트윗을 전송한다. 연상 부인과의 결혼생활이 지루해지기라도 한 걸까? 그는 왜 이렇게 트위터에 열중하고, 사람들은 왜 그의 트윗에 열광하는 걸까. 애시턴 커처의 521만584번째 팔로워가 되기로 결심하고 그의 트위터에 접속하니, 가장 먼저 프로필이 눈에 띈다. “I make stuff, actually I makeup stuff, stories mostly, collaborations of thoughts, dreams, and actions. Thats me.” 생각과 꿈과 실천이 결합된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라니, 꽤 창의적인 자기소개다. 더 놀라운 것은, 트위터를 통해 실제로 그의 ‘생각과 꿈과 실천’을 확인할 수 있다는 거다. 애시턴 커처의 트윗은 ‘살이 쪄서 비크람 요가를 해야겠다’는 사적이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환경이나 정치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것까지 모든 것을 아우른다. 트윗을 통해 드러나는 그는 유머 넘치고 에너제틱한 매력남 그 자체인데, 특히 스포츠광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난다. 월드컵 미국 경기가 있는 날에는 어김없이 흥분된 응원의 메시지가 뜨고, 미식축구팀 시카고 베어스의 브라이언 우르랙처와 저녁을 먹었다는 글에는 “이제 나는 13세 소녀들이 저스틴 비버를 만나고 어떤 기분에 빠지는지 안다”는 귀여운 코멘트를 남겼다. 그의 트윗은 이러한 근황 알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여러 사회적 이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시킨다. 최근 그는 멕시코 걸프만 오일 유출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는 트윗을 자주 올렸다. 심지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barakobama)에게 기름 제거법을 담은 추천 동영상과 함께 “많은 사람에게 이 동영상을 보여줘야 한다”는 글을 보내기도. 애시턴 커처는 트위터를 통해 “진짜 남자는 여자를 사지 않습니다”라는 성매매 반대 캠페인 또한 펼치고 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렇다면 진짜 남자는 여자한테 어떻게 하죠?”라는 한 팬의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이다. “They cherish them, they love them, they care for them, they support their dreams and hopes, they respect them.” 진심 어린 답변이 마치 웅변처럼 마음을 스치고 지나간다. 500명이 넘는 그의 팔로잉 리스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아내인 데미 무어다. @mrskuther라는 ‘질투 유발’ 트위터명의 주인공 데미 무어 역시 트위터에 열심이다. 작년에는 자살을 시도하려는 한 여성 팬을 그녀가 트위터로 설득해 목숨을 구한 영화 같은 사건도 있었다. 애시턴 커처는 얼마 전 타블로의 글을 리트윗해 국내 트위터족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그가 어떻게 한글로 쓴 글을 이해하고 리트윗했는지 신기할 뿐이다. 전 세계 사람들의 글을 하나씩 리트윗하는 게 그의 목표라는 소문이 사실인 걸까? 에디터도 할리우드 스타와의 맞팔을 꿈꾸며 몇 차례 리플을 보냈지만, 답은 오지 않았다. 차라리 한 여성 팬처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가 될 수 있도록 제발 생일 축하한다고 말해주세요”라고 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이었을지도(친절한 애시턴 커처는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었다).그는 명언이나 책 구절도 자주 트윗하는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존 던의 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한 구절이었다. “누구든지 죽으면 내가 상처를 입는 것이니, 나 또한 인류의 한 조각이기 때문이다.” 며칠 뒤에는 퀸시 존스의 노랫말 중 한 소절을 남겼다. “우리가 있기 때문에 당신이 있고 내가 있어요.” 트위터를 통해 전방위적인 소통을 실천하고 있는 그와 어울리는 글귀들이다. 다음 번 리플에는 “혹시 당신의 꿈은 세계 평화인가요?”라고 물어봐야겠다. 엄마뻘 되는 여자와 결혼한 멀고 먼 할리우드 스타로 생각했던 그를 ‘신념을 좇는 드리머(Dreamer)’로 기억하게 만든 보름간의 트위터 스토킹. 그러니 애시턴, 나랑 맞팔 좀 해줘요. 당신이 아무리 많이 떠들어대도 절대 언팔하지 않을 테니. 피처 에디터 김아름@hirstdamien 데미언 허스트의 기이한 정신세계 핑크색 하트로 장식한 데미언 허스트의 트위터. 패리스 힐튼의 것이라면 모를까, 아티스트께서 경망스럽다 싶지만 트위터 내용은 더 하다. 2년 전만 해도 미술 전문지 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였던 데미언 허스트다. 그의 고매한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걸까. 그러기엔 추억의 악플러 페레즈 힐튼 못지않은, 유명인 걸고 넘어지기의 끝을 보여준다. 패리스 힐튼이 남아공에서 대마 혐의 소지로 붙잡힌 것을 질책하며 니키 힐튼(@nickyhilton)에게 언니 간수 잘 하라고 충고한 것까진 귀엽다. 그녀는 혼나야 마땅하다. 막말의 최대 희생자는 ‘살아 있는 부처’ 달마이 라마(@dalailama)다. “안타깝게도 행복은 그 사람이 얼마나 착한지, 못됐는지와는 상관없어요. 생각해봐요. 나쁜 사람들이 불행하려고 나쁜 짓 하나요.” 이 정도까진 달마이 라마에게 답을 구하는 무지한 중생의 물음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할 일은 세계를 한 번에 날려버릴 폭탄을 개발하는 거겠죠”라는 트윗에선 이 사람이 제정신인가 싶다. 물론 진심이 아니라 비꼼이겠지만 데미언 허스트에게 정신 상담 좀 받아보라는 리플을 남길 뻔했다. 그러고 보니 프로필 사진은 포스터를 패러디한 건가. 데미언 허스트의 대표작 다이아몬드 해골 시리즈의 차기작쯤 되는 사랑에 빠진 해골(두 눈이 하트다)이 그의 입을 가리고 있다. 자꾸 한니발 렉터가 생각난다. 이건 좀 심하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아티스트였다니까! 다시 마음을 다잡고 트윗을 살펴보니 거의 매일 새로운 작품이 올라와 있다. ‘An Artwork a Day’로 매일 한 작품씩 만드는 것이 컨셉트인 듯하다. 그래 봤자 A4 용지에 볼펜으로 줄 긋는 혹은 구멍 뚫는 수준의,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작품이지만. 신기한 것은 이를 무료로 나눠준다는 것.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 데미언 허스트와 무료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 더더욱 놀랍다. 런던 소더비에서 블록버스터 경매를 실시, 피카소를 누르고 최대 금액을 벌어들인, 자신의 작품을 값싸게 프린트해 서민들의 푼돈까지 노리는 그가 이런 일을 계획하다니. “다른 예술가는 작품을 팔아서 돈을 만들지만, 나는 작품을 무료로 나눠줌으로써 예술을 만든다”란 멋진 트윗에서 그가 청렴한 아티스트로 변모했나 싶었다. 하지만 다들 이 또한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이라는 의견. 하긴 이전 트윗들을 보면 “내 예술의 포인트는 내가 무엇을 창조했느냐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팔았느냐다”라며 ‘예술=돈’이라는 등식을 강조하던 그다. 이것 말고도 이해 불가한 트윗은 넘쳐난다. 자신을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무명작가’라 소개하고, “추상화를 좋아하나? 그렇다면 마약을 시도해라”란 발언을 남발한다. 이 만신창이 트위터 속에서 발견한 단 하나의 희망이라면, 그의 머릿속은 예술로 가득 차 있다는 것. 가끔 다른 이의 트위터에 악플을 달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예술에 대한 단상, 새로운 작품 업로드다. 미술 외의 음악이나 책, 사회 문제 등에 대한 관심은 전무해 보인다. 참으로 열심히 예술가의 길을 전진 중인 그다. 이 정도로 작품 활동과 언론 플레이에 몰두하며 비즈니스 전략을 짠다면 세계 아티스트 영향력 1위에서 48위로 격하한 설문조사에서 새로운 도약을 기대해볼 만하다. 그나저나 열심히 살고 있는 그에게 “당신이 무슨 아티스트야, 비즈니스맨이지”라고 리플한 에디터가 괜스레 미안해진다. 그를 도발해 답장을 얻고 싶었는데, 그는 달마이 라마급의 유명인한테만 트윗한다. 피처 에디터 김나랑@jucklee 이적, 글 쓰고 노래하는 몽상가처음부터 이적을 스토킹하겠다고 맘먹은 건 아니었지만 몇 해 전 읽은 그의 책 때문에라도 그의 트위터가 새삼 궁금하긴 했다. 계정을 만들자마자 처음 접속한 이적의 트위터. 그에겐 이미 3만9000여 명의 팔로워가 있었고, 그 역시 163명을 열심히 팔로잉 중이었다. 그의 팔로잉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라디오헤드, 콜드플레이, 폴 맥카트니, 류이치 사카모토, 데이비드 린치, 코린 베일리 레, 만화가 허영만, 김윤아, 심현보, 타이거 JK, 드라마 작가 김수현, 소설가 은희경, 김영하, 천운영, 김탁환, 엥? 요조…? 뭐 아무튼. ‘뮤지션’과 ‘작가’로 뚜렷하게 양분되는 그의 트위터 인맥이 이적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순간, 스친다. 김동률, 루시드폴, 정재형, 장기하 등은 트위터에서도 그들의 ‘베프 라인’을 굵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장기하(@kihachang)와는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꽤 자주 트윗을 주고받았는데, 이적의 트위터를 스토킹하며 장기하가 최근 시작한 단기간 금주 프로젝트 마감 날짜가 언제인지 알게 됐다. 장기하와 이적이 김소연 시인의 시를 읽는다는 것도. 뮤지션들의 커뮤니티는 비집고 들어갈 틈 없는 ‘그들만의 리그’일 거란 생각을 했지만, 시시콜콜 나누는 대화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한번 끼어들어보고 싶어졌다. 하루 종일 비가 쏟아지던 날, 이적의 트위터엔 그의 노래 ‘Rain’에 대한 글들이 많았다. ‘그 노래라면 나도 추억이 있지’라며 드디어 ‘들이댈’ 기회가 왔구나 싶었다. “요즘은 장마조차도 띄엄띄엄 와서 예전처럼 ‘Rain’이 라디오에 불 내긴 쉽지 않겠네요. 그때 전 학생이었거든요. 한창 장마가 시작됐을 무렵 학원 버스 안에서 워크맨으로 ‘Rain’을 들었어요. 평범한 순간이었을 뿐인데, 라디오에서 ‘Rain’이 흘러나올 때마다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요.” 그저 지나가다 짧은 소회를 털어놓고 갔다 생각한 것일까, 그에게선 답이 없었다. 이적은 2~3일에 한 번꼴로 공연 및 콘서트 정보를 업데이트하는데, 이를 보고 많은 팬들이 “방금 이 트윗 보고 티켓 겨우 구했어요”라는 감사 리플을 남기기도. “영화 를 봤습니다. 에서 엄마가 벌판에서 춤을 추던 장면과 에서 할머니가 남한강가에서 하염없이 비를 맞는 장면은 묘하게 닮았습니다”처럼 복합문화 예술인다운 면모가 드러나는 트윗도 있다. 또 6월의 어느 날에는 이런 트윗을 남겼다. “오늘 밤 MBC에서 ‘런닝, 구’라는 4부작 특집 드라마 첫 회가 방송됩니다. 드라마 PD인 제 동생이 처음으로 단독 연출하는 작품이에요.^^ 혹 시간 되시면 보시고 고견을 들려주시길….” 어머나. 그는 살뜰한 형이기도 했다. 그리고 에디터는 그가 가끔(정말 아주 가끔이다) 올리는 짧은 픽션에 중독되고 말았는데, 여기서 잠깐 68번째 이야기를 전한다. “불면증 환자 J의 말. 언제나 같은 꿈이야. 지루한 학회발표장. 졸음이 쏟아지지. 그때 단상의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며 조롱해. 저기 자는 분이 있다고. 그때부터 난 졸지 않으려고 기를 쓰지. 그러니 말이야. 숙면을 취할 수가 있겠냐고.” 이런 류다. 최근에는 픽션에 대한 공지와 함께 새로운 사실 하나가 폭로됐다. “요즘 음반 모드인 관계로 짧은 픽션을 거의 못 쓰고 있네요. 앨범 내고 활동하면 오히려 이동 중에 자주 쓸 수 있을 듯. 그땐 스마트폰 하나 장만하겠죠.ㅜㅜ” 스마트폰 없이도 이토록 열심히 트윗질하는 마흔 다 된 뮤지션이라니! 마지막으로 그의 트윗을 확인하고 있는데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이럴 수가, 스토킹 리스트의 또 다른 후보였던 오노 요코가 나를 팔로잉한 것이 아닌가. ‘셀렙’이라는 말로도 벅찬 그녀가 나를 팔로잉했다니 괜히 신기하다. 그런데 고백하자면 나는 이적이 ‘유명인’이기 때문에 스토킹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음악도 잘하고 글도 잘 쓰는 천재적 몽상가인 그가 인간적으로 부러웠달까. 기약 없이 69번에 멈춘 140자짜리 짧은 픽션을 기다리는 내 모습, 역시 그는 은근슬쩍 중독성 있는 남자다. 이로써 난 꼼짝없이 이적의 트위터 스토커가 되었다. 적어도 그의 연작이 멈출 때까진 말이다. 피처 에디터 유주희 *자세한 내용은 엘르걸 본지 8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