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우의 유머감각 | 엘르코리아 (ELLE KOREA)

그가 가짜 콧수염을 달고 찍은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밀레의 아낙에게 골프채를, 제리코의 병사에게 청소기를 쥐어주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재미없는 사람이라 말했다. 토끼 머리를 손에서 놓지 않은 채.::박진우,엘라서울,엘르,엣진,elle.co.kr:: | ::박진우,엘라서울,엘르,엣진,elle.co.kr::

규정하고 구분 짓고 분류하려 드는 게 인간의 속성이다. 그건 아트예요. 어머, 아니죠. 넌 아트 하니? 난 디자인한다. 하지만 사실 ‘아트(art)’는 미술은 물론 예술과 기술, 심지어 인문학까지도 포함할 수 있는 단어다. 예술과 기술이 나눠진 게 인류사적으로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고, 인문학 전공자들은 M. A(Master of Arts)나 B. A(Bachelor of Arts)를 받는다. 물론 규정, 구분, 분류는 필요한 작업이다. 문제는 때로 뭔가를 볼 때 그게 가장 중요한 게 되어버린다는 거다. 박진우는 때로는 아티스트로, 때로는 디자이너로 소개된다. 많은 이들은 그가 아트와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든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단 아트와 디자인을 규정할 경우에만. 그에게는 아트와 디자인의 경계랄 게 없다. 구태여 선을 그어놓고 넘나드는 게 무의미하다. 박진우의 아트는 늘 생활과 맞닿아 있다. 그러니 그의 주활동 무대가 ‘디자인’이라 명명되는 걸 부정하지 않는다. 휴대가 가능한 초 ‘5미닛 캔들’, 의자에 앉으면 등 뒤에 날개가 생기는 ‘버블 버블 체어’등을 아트라 해도 좋고 디자인이라 해도 좋다. 샹들리에에 들어가지 않는 재료로만 만든 스파게티 샹들리에를 국수 면발이라 하든 언피니시드 디자인이라 하든 달라지는 건 없다. 축 늘어진 국수 면발같이 생긴 물건인 동시에 사용자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모습과 느낌이 달라지는 언피니시드 디자인 제품이기도 하니까. 국수 면발과 언피니시드 디자인. 그 엄청난 간극 사이를 오가는, 알파와 오메가를 포괄하는 게 그의 힘이다. 영국왕립예술학교(RCA)에서 유학했지만 그 역시 보수적인 한국에서 나고 자랐다. 학교와 미술 학원이 끝나고 집에 와 TV를 켜면 대중문화가 쏟아져 내렸다. 아카데믹하고 틀에 박힌 교육보다 오히려 크리스 커닝햄의 뮤직비디오에서 더 많은 걸 배운 거 같다. 그래서 그는 권위에 도전하고 콘트라스트를 추구한다. 익숙한 것과 또 다른 익숙한 것이 만나 생기는 충돌. 그게 크리에이티브다. 나무라는 고전적인 소재에 팝 컬러를 칠한 캔디 트리, 칙칙하고 오래된 쿠션을 형광색 밴드로 묶어 만든 의자 ‘C1’ 등이 그렇다. 제리코의 부상당한 병사에게 말 고삐 대신 청소기를 쥐어주고 밀레의 이삭 줍던 아낙네가 골프를 치게끔 만든 ‘리-마스터피스’ 시리즈,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루이 비통 가방 중 반 이상이 가짜라는, 모두가 알면서도 ‘쉬쉬하던’ 사실을 깜찍하게 까발린 ‘FAKE 백’. 그의 작업에는 시니컬한 실소도 박장대소도 아닌 ‘피식’ 터져나오는 유쾌한 웃음이 있다. 팝 아티스트, 제품 디자이너, ZNP 스튜디오의 실장 혹은 재미있는 남자. 그를 뭐라 불러도 좋다. 모든 길은 하나로 통한다.*자세한 내용은 엘라서울 본지 8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