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에는 광장시장으로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시원한 여름 장대비에 서둘러 광장시장 안으로 뛰어들었다. 코를 간질이는 빈대떡 냄새에 절로 군침이 돈다. 벌써 소주 한 병은 비운 듯 발그레한 아저씨 두 분이 다정하게 손을 잡고 순댓국집으로 차수 변경 중. “전 세계를 둘러봐도 이런 시장이 없는 기라” 맞다. 이렇게 사람 냄새 진한 시장은 찾아보기 힘들다.::광장시장,엘라서울,엘르,엣진,elle.co.krL:: | ::광장시장,엘라서울,엘르,엣진,elle.co.krL::

시장 음식이 별거겠냐고 우습게 보던 사람들도 마약김밥 한 접시, 순희네 빈대떡 한 번 먹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직 접 속을 채워온 순대가 여느 시장 순대하고 생김새부터가 다르다. 가게들이 문을 닫는 오후 6시가 되면 30촉 백열등이 켜지며 시장 안이 되레 밝아진다. 나이 든 사람만 찾는다고 오해 마시라. 남녀노소 국적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고단한 하루 일상을 막걸리 한잔에 날려버린다. 어디선가 구성진 선율이 들린다면 광장시장 색스폰 할아버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더우나 추우나 까만 외투 차림에 가슴에는 해바라기를 달고 광장시장의 희로애락을 함께한 시대의 산증인. 1905년 자주 국권을 회복할 힘을 기르기 위해 광장주식회사가 세운 시장. 원래는 포목점이 주를 이루었으나 지금은 없는 게 없는 종합시장의 면모를 갖췄다. 시장의 역사가 100년이 훌쩍 넘은 덕분에 20년 되었다, 30년 되었다는 집은 ‘아기’에 속한다. 고저 한 50년은 되어야 광장시장에 좀 있었다 목소리 낼 수 있다. ‘여기가 물건이 좋아’ 숱한 세월의 파고에도 찌들지 않은 얼굴에는 넉넉한 여유와 자신감이 감돈다. 이곳의 구제숍은 패션 리더가 즐겨 찾는 명소에 속한다. 가장 트렌디한 것을 위해 이 허름하고 낡은 시장 안 점포를찾아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기도 한다. 새로운 것과 낡은 것이 만나 전혀 다른 것이 생겨난다. 해가 지면 광장시장에 신선한 활기가 넘치고 밝음과 어둠은 뫼비우스 띠처럼 시작과 끝이 맞닿아 있다. 미로처럼 얽힌 가게들 사이로, 사연이있고 정이 있는 사람들 사이로, 진짜 서울이 있다.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