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 루나, 설리, 엠버, '스타일과 음악’이란 공통 분모를 가진 그들이 함께 한 시간 || 엘르코리아 (ELLE KOREA)
FASHION

f(x) 루나, 설리, 엠버, '스타일과 음악’이란 공통 분모를 가진 그들이 함께 한 시간

스테디셀러를 만들어낸 디자이너 토리 버치가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기념해 한국을 찾았다. 그리고 그녀의 새 살롱을 찾은 f(x)의 루나, 설리, 엠버. ‘스타일과 음악’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그들이 함께한 시간.

ELLE BY ELLE 2010.08.03


'토리 버치’란 이름은 생소할지언정 우리나라 20~ 30대 여성 중 동그란 더블 T 골드 로고가 장식된 플랫 슈즈를 모르는 이는 드물다. 그만큼 신는 이도, 갖고 싶어 하는 이도 많기 때문. 브랜드를 론칭한 지는 6년, 우리나라에 론칭된 지 불과 1년만에 이 정도로 확고한 위치에 올라선 디자이너는 이제껏 많지 않았다. 그녀가 이토록 빨리 자신의 이름을 알린 데는 <가십 걸>의 두 히로인, 블레이크 라이블리와 레이튼 미스터의 역할이 컸다. 뉴욕 어퍼 이스트 사이드 스타일을 대변하는 두 배우가 줄기차게 토리 버치 의상과 액세서리를 몸에 걸치고 나왔기 때문. 과일 진액이 흘러내릴 것 같은 리치한 컬러감, 골드 로고 장식들, 깔끔한 테일러링, 맨해튼 한복판에서부터 햄튼까지 어디든 어울릴 것 같은 디자인은 금방 입 소문을 탔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녀가 그런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그녀 자체가 뉴욕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스타일 아이콘’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많은 경험을 하며 자란 그녀는 이미 디자이너로 이름을 알리기 전부터 뉴욕 사교계의 유명 인사였기 때문. 허나 뒷 배경 덕에 브랜드까지 시작하게 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미국판 <바자> 패션 에디터로 일하기도 했던 그녀는 7년 가까이 베라 왕 홍보를 맡아 일했으며 랄프 로렌, 나르시소 로드리게즈를 비롯한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일하며 감각을 키워왔던 것.
한국의 열 번째 매장으로 청담동 한복판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 그녀의 2010 F/W 컬렉션은 한층 모던하고, 로키(rock-y)해졌다. 그래서일까. 오픈을 기념해 한국을 방문한다는 이야기를, 그녀가 <엘르>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번 컬렉션을 뮤지션이 입고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세계 팝음악계를 쥐고 흔드는 대형 음반사 중 하나인 워너 뮤직의 CEO와 연인 사이기도 하며, 기부금 조성을 위한 컴필레이션 CD에 수록될 음악들을 직접 골라 만들 만큼 음악에 대한 애정이 깊은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으니까. 예정된 주제는 스타일 그리고 음악에 관한 이야기. 함께할 이들은 f(x)로 결정했다. 이미 그녀와 두어 번 만난 그룹 원더걸스보다 더 신선하고 ‘핫’하며, 최근 정상에 오른 그룹을 생각했을 때 고민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오전 일찍 예정돼 있던 이들의 만남 덕에 오픈한 지 채 일주일이 되지 않은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는 아침부터 부산했다. 시그너처 컬러인 골드와 오렌지 빛깔의 외관과 들어서는 순간 토리 버치의 아이덴티티가 온몸으로 전해지는 1층 매장. 그리고 그녀의 뉴욕 집을 모티프로 한 서재와 리빙 룸이 마련돼 있는, ‘살롱’이라 이름 붙여도 좋을 2층. 소파와 테이블 간격까지 그녀의 손길이 닿을 정도로 세심하게 계획되고 디자인된 그곳에서 토리 버치와 f(x)의 세 멤버, 루나, 설리, 엠버 그리고 <엘르>가 스타일리시한 토크쇼를 시작했다.



여성스럽고 편안한 스타일이 좋다. 요즘 새롭게 기타를 배우고 있다. 잘 치고 싶은데, 쉽지 않다.
컬러는 블랙, 아이템은 쇼츠를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디바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인도의 벽에서 영감받았다는 이 팬츠의 프린트가 정말 마음에 든다. 계속, 음악에 집중하고 싶다.



서로 첫인상이 어땠나.
TORY
사진을 찍어서 벌써 트위터에 올렸다. 덧붙인 멘트는 ‘How cool are they!
f(x)_AMBER 쿨!
f(x)_LUNA 할리우드 패셔니스타!
f(x)_SULLY 우아하고, 아름답다.

2010 F/W 시즌 컨셉트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TORY 세계 어딘가의 아트 갤러리를 찾은 여성의 이야기다. 패션사를 되짚어보았을 때, 아트와 패션이 계속적으로 영향과 영감을 주고받는 방식이 늘 흥미로웠다. 컨셉트는 ‘실용성과 글래머러스함의 만남’. 러프함과 페미닌함을 믹스하고 싶었다.
f(x)_AMBER 어디서 영감을 받는지 궁금하다.
TORY 여행, 음악, 아트, 등 전방위적인 분야에서 영감을 얻는다. 또 오래된 책, 어릴 적 가족사진 등 모든 것이 영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한 예로 엠버가 지금 입고 있는 팬츠의 프린트는 지난여름 인도 여행을 갔을 때 벽에 그려져 있던 벽화다. 핸드페인팅된 그래피티. 거기서 영감을 받아서 탄생된 프린트다. 그리고 무엇보다 디자인할 때 나의 퍼스널 스타일을 많이 투영한다. 내가 입고 싶은 것, 내가 입고 싶은 방식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믹스한다. 난 매우 정제된 스타일을 좋아하지만 동시에 강한 스타일도 좋아한다. 그런 여러 면이 믹스돼 드러나는 것 같다.

특정 뮤즈가 있나?
TORY
딱 한 사람의 특정한 뮤즈는 없다. 패션을 사랑하고, 인생에 있어서 많은 것들을 하는 여성들이 나의 뮤즈다. 내추럴 시크를 추구하는 이들. 어떻게 보면 나의 어머니를 뮤즈라고 할 수 있겠다. 그녀는 늘 판타스틱한 스타일을 보여줬다. 나의 전체적인 컬렉션에 있어서 많은 영감을 준다. 60~70년대에 부모님은 진정한 멋쟁이였다. 결혼하기 전 두 사람은 각각 그레이스 켈리, 스티브 매퀸과 연인 사이였다.
f(x)_LUNA 어떻게 디자이너로서 일을 시작하게 됐나?
TORY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으로 옮겨갔다. 디자이너 조렌(Zoran) 밑에서 처음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는 미니멀리스트로 유명했고, 오드리 헵번, 로렌 바콜 등 아름다운 여배우들을 위한 옷을 만들었지. 그후 베라 왕, 나르시소 로드리게즈 등 여러 디자이너의 홍보를 담당했다. 그러다 보니 내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시작한 것이 토리 버치다.

뉴욕 업타운의 스타일 아이콘이라는 면에서 베라 왕과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와 종종 비교되기도 하는데.
TORY
  그 두 사람을 정말 좋아한다. 친한 친구이기도 하고. 베라 왕과는 거의 7년간 일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가족들 끼리도 친구가 되더라.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와는 CFDA 때문에 더 가까워졌다. 그녀는 CFDA 대표고, 나는 멤버이니까. 우리 세 사람에겐 각각 독특한 취향과 스타일이 있다. 스타일에 있어서도, 비즈니스 우먼으로도, 엄마로서도 두 사람은 나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디자이너로서, 뮤지션으로서가 아닌 한 사람의 여자로서 평소의 스타일이 궁금하다.
TORY
무엇이든 믹스하길 즐긴다. 여러 디자이너들의 옷을 믹스하기도 하고, 다양한 가격대의 옷을 믹스하기도 한다. 빈티지 아이템을 더하기도 하고. 직접 디자인 한 아이템을 하나 정도 입고, 다양한 아이템을 믹스한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말하면 다들 특이하다고 하더라. 많은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브랜드만 입기를 고수하니까. 하지만 난 패션을 사랑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체험해 보는 것을 좋아한다. 자유로운 것이 좋지 않나?
f(x)_LUNA 블랙 컬러를 좋아한다. 블랙 앤 화이트로 대비를 주는 스타일링도.
f(x)_SULLY 가벼운 소재로 된 루스한 실루엣의 옷들이 좋다. 스타일은 기분에 따라 다른데 기분이 좋을 때 더 여성스럽게 입는 편이다.
f(x)_AMBER 스트리트 브랜드, 스케이트보드 브랜드들이 좋다. 드레스업해야 하는 날에도 데님 팬츠에 멋진 테일러드 재킷을 입는 스타일을 즐기는 식이다.

음악에 대해서 애정이 각별하다고 들었는데.
TORY
  음악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가정 환경에서 자랐다. 사촌들은 오페라 가수고, 할머니는 오케스트라의 유명 바이올리니스트였다. 그녀는 오케스트라를 이끈 첫 번째 여성 리더였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사랑하지만 특히 힙합과 랩 뮤직을 좋아한다.
f(x)_LUNA  나의 가족도 성악을 한다. 클래식 작곡을 하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 어릴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듣고 자랐고, 디바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일찍부터 꾸었다. 휘트니 휴스턴, 머라이어 캐리 같은 90년대 디바들이 좋다.
f(x)_AMBER 어릴 때부터 랩, 힙합, R&B 음악을 많이 들었다. 캘리포니아에 살았고, 친구들이 주로 그런 음악들을 좋아하고, 즐기고, 직접 했으니까.
TORY 모스 데프도 좋아하나? 나는 그의 가사가 너무 좋다.
f(x)_AMBER 그의 음악은 리듬감이 정말 좋다. 에미넴과 제이지도. 어릴 때부터 팬이었던 린킨 파크와 크리스 브라운, 나타샤 배딩필드와 공연할 수 있다면 상상만 해도 황홀할 것 같다.
TORY 나 역시 좋아하는 뮤지션이 많다. 직접 음악을 하진 않지만 대신 기부금 조성을 위한 컴필레이션 음반을 만든다. 두 번째 앨범까지 나왔다. 우리가 왜 이런 일을 하고 싶은지 이야기하고, 뮤지션들이 음악을 준다. 칸예 웨스트, 모스 데프, 더 큐어 등 톱 뮤지션들이 흔쾌히 참여해 주는 것이 정말 고맙다. 판매 수익은 모두 기부된다.
f(x)_SULLY 기부와 봉사가 몸에 밴 것 같다.
TORY 나의 부모님은 베푸는 것이 몸에 밴 사람들이었다. 어릴 때부터 수시로 집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고, 함께 살았다. 한 예로 나의 남동생은 아르헨티나에서 입양됐다. 그의 생모가 아기를 안고 우리 집을 찾아왔다. 부모님은 아이를 입양했고, 그의 생모도 함께 살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나의 아이들에게도 늘 가르친다. 기부를 많이 해야 된다고. 금전적인 부분에서뿐만이 아니라 시간을 비롯해 가능한 많은 것들을 베풀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는 ‘여성’을 돕는 쪽에 관심이 많다. 여성이 자신의 가족과 아이를 돕기 때문이다. 여성은 디자인뿐 아니라 내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블로그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TORY
관심사가 정말 많다. 아트, 패션, 뮤직 그리고 사람들까지. 블로그를 나의 옷에 관한 이야기만 하는 곳이 아닌, 많은 부분에서 다른 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하니 네티즌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더라. 그게 재미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2년 전 함께해줄 에디터를 고용했다. 12년 동안 패션지를 만들던 에디터다. 브랜드 웹사이트에 대한 사고방식의 전환이랄까? 미디어 세계는 급변하고 있고, 난 그 안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계획은?
f(x)_LUNA
뉴에삐오 활동이 끝나간다. 개인적인 장기가 많은 멤버들로 구성된 팀이다 보니 다음 앨범이 나올 때까지는 각자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될 것 같다.
f(x)_SULLY 아역배우로 활동했었던 만큼 연기 욕심도 나고, 지금 MC를 보고 있는 프로그램도 더 열심히 하고 싶다.
f(x)_AMBER 계속, 음악에 더 집중하고 싶다.
TORY 우선 당장 내일이면 뉴욕으로 돌아간다. 이틀 후에는 아이들과 페루에 휴가를 보내러 갈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인생의 모토를 묻자 토리 버치는 이렇게 말했다. “Be kind & Appriciate all.” 언제나 어떤 사람에게든 똑같이 대우하고, 존중하고, 친절하라는 그녀. 도도할 줄만 알았던 그녀는 그렇게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재잘거리던 수다가 끝나자 스토어를 샅샅이 둘러보며 즐거워하던 f(x). 생각도, 할 말도 많은 세 소녀는 단순히 ‘키워진’ 아이돌이 아닌, 그들 스스로 생각과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어리지만 어리지 않은’ 아이돌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8월호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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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경은
    포토 YU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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