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리 동네 북아현동 금화장고개 | 엘르코리아 (ELLE KOREA)

골목길이 하도 가팔라 아이고, 하고 오른다고 해서 애오개로 불리던 아현동 북쪽에 오랜 세월 이웃간의 정으로 살아온 동네가 있다. 실핏줄처럼 이어진 골목길 중간중간 유난히 꽃을 많이 내놓은 곳이다. "왜 꽃을 집 밖에 키우냐고? 즐거움도 나눌 수 있기 때문이지." 꽃보다 사람이 아름다운 동네 금화장이다.::북아현동,금화장,엘라서울,엘르,엣진,elle.co.kr:: | ::북아현동,금화장,엘라서울,엘르,엣진

어느 분은 30년, 어느 분은 50년을 사셨단다. 시집 와서 세 아들 장가 보내고 지금은 혼자 되어서 이웃들과 더불어 사신단다. 세월에 이기지 못한 낡음만 보지 마시라. 집 앞 한줌 되는 공간만 있어도 꽃과 나무를 들여놓는 마음이 넉넉한 곳이다. 제법 큰 땅은 자잘하게 구획해 텃밭을 공동경작한다. 아무리 선이 그어져 있어도 상추 한 줌 부추 한 다발 나눠 먹는 것은 예사로운 풍경이다. 1969년 서울 시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고 지은 서민아파트인 금화아파트. 높다란 곳에 위치해 주변을 압도했다. 서민아파트라고 하지만 유명 배우들이 사는 핫 플레이스로 시샘과 질투를 받았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안전등급 E등급을 받아 재개발을 기다리는 중이다. 영화 의 촬영장소로 쓰였을 만큼 복잡 다단한 골목길의 원형이 그대로 살아있는 곳이다. 모퉁이 돌 때마다 나타나는 진한 삶의 내음 때문에 낯선 답사객의 방문이 잦다. 같은 질문, 시덥지 않은 질문에도 푸근하게 이 얘기 저 얘기 들려주는 것은 물론 대문까지 활짝 열어놓고 신발장 가득 담긴 화분들도 무료 감상이다. 호기심 가득한 방문객에게 짖어대는 것은 강아지뿐. 요 놈도 좀 허술하다. 몇 마디 인사에 금세 꼬리 흔드는 것을 보니. 아들손자며느리가 모인 풍경이 아니라 이웃집 식구들과 앉았는데도 가족사진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 일까. "고마, 카메라 양반 보고 좀 웃으라." 다정하게 어깨 감싸며 흔쾌히 모델들이 되어주신 이웃사촌들. 기름 냄새 풍기는 저녁이면 부침개 한 접시 오고 가는 곳. 가까운 이웃이 먼 사촌보다 좋은 이유다. 하루 해가 저물고 서울 시내 불빛들이 별처럼 떠올랐다. 세계 어느 유명 골목길을 다녀봐도 이렇게 너그럽고 따뜻하게 가슴으로 품어주는 동네를 못 보았다. 지친 다리를 쉬이며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아름답고 따뜻한 동네가 도시 미관이란 명분으로 사라지는 것은 '우리'를 잃어버리는 일만 같다.*자세한 내용은 엘라서울 본지 7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