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여행 마니아들이 보내온 도시 컬러칩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리투아니아에선 핑크색 수프를 먹고, 카몰리의 건물은 온통 오렌지 빛이다. 하나의 색으로 강렬하게 기억된 도시들. 세계의 여행 마니아들이 보내온 도시 컬러칩.::샌타모니카,샌프란시스코,로마,홍콩,홋카이도,더반,줄루,리투아니아,시드니,엘르걸,엘르,엣진,elle.co.kr | ::샌타모니카,샌프란시스코,로마,홍콩,홋카이도

paris green 시드니의 예술대학에서 사진을 전공 중인 나는 과중한 대학 공부에 지쳐 있었다. 그런 내게 어머니는 파리행 비행기표를 선물했고, 스무 살 생애 처음으로 2주간의 파리 여행을 떠났다. 여름의 파리는 신록 그 자체였다. 공원, 가로수, 발코니의 화분, 작정하고 초록색 소품들로 세팅한 것처럼 파리의 여름은 푸르고 또 푸르렀다. 3일 동안 관광지를 찾지 않고 파리 시내를 돌아다닌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녹음은 내 젊음에 의욕과 기운을 불어넣었다. 베르사유 궁전과 루브르박물관도 물론 좋았지만 파리의 여름을 걷는 그 자체로 충분히 값진 여행이었다. www.flickr.com/photos/posterchildofidontcare 플뢰르 오데트(Fleur Audet)·포토그래퍼 camogli orange 밀라노에서 차로 2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제노바 근처의 작은 항구도시, 카몰리. 고속도로를 벗어나면 강원도 능선을 넘어가는 듯한 꼬불꼬불한 파노라마가 펼쳐지고, 능선을 넘어서면 코발트색의 바다와 저 멀리 오렌지색 마을이 보인다. 도심에선 보기 힘든 과감한 컬러에 여행자들은 이미 두근두근. 오렌지가 아드레날린이 내제된 듯 기대와 흥분을 주는 컬러, 지중해의 열대과일처럼 상큼한 활력을 주는 컬러이기 때문일까. 카몰리에 머무는 내내 가슴이 뛰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카몰리에서 저녁까지 머물길. 운이 좋으면 일몰 때 오렌지 색으로 물드는 바다를 볼 수 있다. 빈첸조 김·밀라노 통신원 venice sepia 독일의 유서 깊은 도시들을 차례로 방문한 적이 있다. 집에 돌아와보니 순회한 도시 중에 베니스 사진이 가장 많았는데, 오랜 역사만큼이나 빛바랜 풍광이 나를 사로잡았기 때문. 무너져가는 건축물과 조약돌로 만든 도로, 지저분한 운하들, 본래 하얀 석조 성당이었지만 이젠 바래고 여기저기 균열이 생긴 산타 마리아 델라 대성당. 그 낡은 풍경에서 시간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색을 보았다. 이른 새벽이나 늦은 오후에 베니스의 작은 골목과 운하를 둘러보길. 오래된 도시만의 세피아 톤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www.luciddream.com.au 루치아 피셔(Lucia Fischer)·포토그래퍼 berlin dark grey 3년 전 대학 졸업반이었던 나. 프리랜스 아티스트로 사회에 발을 디딘다는 두려움에 무작정 베를린 건축 여행을 계획했다. 그 후로도 수차례 베를린을 오갔지만 당시의 베를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짙은 회색빛의 그곳이 당시 불안한 내 심정과 닮았기 때문일까. 콘크리트와 강철이 그대로 노출된, 가공되지 않은, 벌거벗은 듯한 느낌의 현대적인 건물들이 자리한 베를린은 차가운 동시에 위태로워 보인다. 베를린에 간다면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Daniel Libeskind)가 만든 유대인 박물관에 꼭 들러보길. 유배의 정원에 서 있는 기둥 사이로 보이는 하늘. 이것이 베를린이다. www.kareenazerefos.com 카레나 체레포스(Kareena Zerefos)·일러스트레이터 barcelona gold 로마에서 패션 포토그래퍼를 꿈꾸는 나지만, 사진만큼 음악에도 죽고 못 산다. 뮤직 페스티벌 프리마베라 사운드를 보기 위해 바르셀로나로 떠날 정도니까. 노상 취침에 핫도그로 연명하며 3일간 프리마베라 사운드 공연장을 누볐다. 음악을 사랑하는 세계의 젊은이들, 바닷바람을 타고 들려오던 음악 그리고 황금빛 태양. 잔디밭에 눕자 문득 주변 풍경과 사람들, 음악들이 황금빛이 되어 나를 감싸는 듯했다. 그 기운은 친절한 바르셀로나 사람들만큼 따뜻해 스르르 잠이 들었다. www.poveralice.it 발레리아 체르치(Valeria Cherchi)·포토그래퍼 alsace brown 낯선 곳에 가고 싶었다. 독일과 프랑스 국경쯤에 위치한 알자스는 그런 마음으로 찾아간 곳이었다. 처음엔 알자스에서 알록달록한 건물의 색채와 삐뚤빼뚤한 골격을 봤다. 그러나 어느 날 저녁, 콜마르 시내를 산책하고 있을 때 이 갈색의 선을 발견했다. 알자스의 전통적인 집들은 알록달록한 색깔을 자랑하지만, 어떤 색도 목조 골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진처럼 진한 갈색의 나무들이 집을 몇 조각으로 분할하거나 혹은 엮어내고 있다. 알자스의 알록달록한 풍경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모두 저 갈색의 골조였다. 갈색은 어떤 화려하고 다양한 색도 잘 엮어준다. 이질적인 문화를 엮어서 이곳, 알자스만의 것으로 만든 것처럼. 윤고은·소설가*자세한 내용은 엘르걸 본지 7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