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영의 술 권하는 사회 | 엘르코리아 (ELLE KOREA)

'25년 전통... 한 곳에서...' 논현동 도산사거리에 가면 한성칼국수가 있다. 그 집 간판에 써있는 문구다. 한 곳에서만, 강산이 두 번 하고도 반이나 더 지나도록 '한 우물'만 팠다는 자부심을 대놓고 드러낸 간판이다.::엘르, 칼국수, 해물 칼국수, 와인, 도산, 리시모, 레미 마틴 서브 제로, 런치, 디너, 엘라서울, elle.co.kr:: | ::엘르,칼국수,해물 칼국수,와인,도산

'25년 전통... 한 곳에서...' 논현동 도산사거리에 가면 한성칼국수가 있다. 그 집 간판에 써있는 문구다. 한 곳에서만, 강산이 두 번 하고도 반이나 더 지나도록 '한 우물'만 팠다는 자부심을 대놓고 드러낸 간판이다. 음식점이 가져야 할 미덕 가운데는, 뭐니뭐니해도 '한결 같은 맛'이 가장 중요하다. 보통 3~5년 사이에 주인이 바뀌고 간판이 바뀌고 메뉴가 바뀌는 요즘 음식점들의 라이프사이클과 비교하면, 한성칼국수의 뚝심이 돋보인다. 한성칼국수는 정말 한결 같은 곳이다. 2001년 처음 찾은 후 10년째 가고 있는데, 변한 게 없다. 주인장도, 메뉴도, 가게 자리도, 테이블과 의자 배치도, 맛도 그대로다. 변한 게 있다면 물가 상승에 따라 올라간 가격과 '00년 전통'이라는 간판의 숫자 뿐이다.한성칼국수는 1차 술집으로 제격이다. 모든 메뉴가 식사 겸 안주거리로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기름기 쏙 빠진, 부드럽고 담백한 수육과 제육, 금방 부쳐 내오는 각종 전과 빈대떡, '속살' 실한 만두, 술꾼들의 속을 어루만지는 조개탕, 싱싱하고 쫄깃한 각종 데침에 이르기까지, 허기를 달래는 식사요, 소주나 막걸리와 곁들이면 안주다. 주력 메뉴인 손칼국수는 술국으로 최고다. 비지와 육개장도 그만이다. 특히 손칼국수는 '단순'의 미학이 얼마나 감동적인지를 보여준다. 한우 양지를 푹 곤 깨끗한 국물에, 찰진 면, 그 위에 볶은 호박을 고명으로 올렸을 뿐인데, 맛은 깊고 개운하다. 멸치, 바지락, 버섯, 닭 등, 칼국수계의 육수를 주름잡는 '선수'들과 비교해 절대 빠지지 않는다. 한성칼국수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이태원 태흥영화사 대표 덕분이었다.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이태원 대표는 한국영화계의 어른이다. 임권택 감독, 정일성 촬영감독과 함께 '노장의 힘'을 보여준 그는 시리즈 등 한국영화의 근현대사를 일군 뚝심의 제작자다. 10년 전, 인터뷰 요청을 흔쾌히 수락한 이태원 대표가 인터뷰 장소로 지목한 곳이 바로 한성칼국수였다. 점심시간, 카운터 뒤에 있는 가게 주인장의 살림방을 차지한 이태원 대표는 땅거미가 질 때까지, '인간' 이태원, '제작자' 이태원, 그리고 영화를 사랑하는 이태원의 인생을 소주 잔에 꾹꾹 눌러 담아 얘기했다. 굴곡 많은, 장구한 그의 영화 인생도 감동적이었지만, 사실 또 다른 감동은 한성칼국수의 안주였다. 땅거미 질 무렵, 얼근히 취한 나는 생각했다. '이태원 대표와 이 집, 참 잘 어울린다. 둘 다 세월의 의미를 아는구나.'그 후로 이 집은 '나의 술집' 리스트에 올랐다. 흥미로운 건, '오래 사귄' 사람들과만 간다는 것이다. 결혼 전, 오랜 선배들에게 아내를 소개 시켜드린 곳도 이 곳이었다. 한성칼국수의 단골들 역시 그렇다. 대부분은 머리 희끗한 어르신들이다. 늘 가도, 늘 뵙던 분들 같다. 오래 묵은 것, 한결 같은 것, 세월이 정지된 곳. 오랜 세월, 묵은 사람을 만날 땐, 양지육수 우려낸 칼국수에, 소주를 마시고 싶다. 이 곳에선, 술과 안주가 익고, 세월이 익고, 친구가 익어간다. THIS MONTH'S CHOICE 입 안이 꽁꽁, 차게 마셔요 리시모1 사케는 차게도, 데워서도 먹는 술이다. 하지만 맛과 향, 성질에 따라 가장 먹기 좋은 온도는 달라진다. 교토의 마츠모토주조의 '리시모'는 이탈리안 셰프와 함께 개발한 와인풍의 사케다. 이탈리아어로 쌀을 뜻하는 'Riso'와 최상급을 나타내는 접미사 'issimo'를 붙여서 만든 이름. 산미가 강하고 경쾌한 맛이라 차게 마실 때 진가를 발휘한다. 이런 맛의 사케를 '신 스탠다드 사케'라 부른다. 사케의 혁신. 일본요리는 물론 기름진 양식과도 훌륭히 어울린다. 글렌리벳 12년산 +스파클링 워터2 한 여름에 독주를 마시기는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만날 맥주만 마실 수도 없는 일. 간단하게 칵테일을 만들어마시면 좋다. 이왕이면 간단한 걸로. 위스키에 스파클링 워터와 레몬 혹은 라임만 있으면 훌륭한 여름 칵테일이 완성된다. 이왕이면 위스키는 글렌 리벳 12년산이 좋겠다. 열대 과일의 맛과 바닐라 향이 나는 마무리가 상큼한 스파클링 워터와 라임과 잘 어울리기 때문. 레미 마틴 서브 제로3 레미 마틴 VSOP를 영하 18도에서 한참 얼린 것. 코냑은 알코올의 함량이 높아 얼음이 되는 대신 걸쭉한 시럽으로 변한다. 무척 찬 거야 물론, 시원한 거야 말해 무엇하겠나. 이렇게 얼린 레미 마틴은 알콜 향이 덜 해 훨씬 부드럽고, 입 속에 들어간 후 체온으로 덥혀지면서 각종 맛과 향이 퍼져 나오는 즐거움이 있다. 시럽이나 리큐르를 첨가해 칵테일로 즐겨도 좋다. *자세한 내용은 엘라서울 본지 7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