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사연과 추억들이 피어나는 여름 향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파크리트 쥐스킨트가 소설 <향수>를 통해 말했듯이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향기가 있다. 세상 모든 존재는 향기를 통해 서로를 알아간다. 다양한 사연과 추억들이 피어나는 여름도 그렇다.::오이,크레파스,스파클링 와인,더치 커피,여름 장마,바닷바람,아카시아,매실,향수,샤넬,엘르,엣진,elle.co.kr:: | ::오이,크레파스,스파클링 와인,더치 커피,여름 장마

오이 여름 향수는 달콤한 플로럴 향 대신 아쿠아 프레시, 시트러스, 우디 계열을 주전으로 내세운다. 보통 싱그럽다는 이미지로 기억되는 이런 향들을 남자들은 한 단어로 종종 기억한다는 걸 아는가. 바로 ‘오이 향’이다. 여름 느낌의 여자로 기억되는 방법도 생각보다 간단할 수 있다는 말씀. 크레파스 개구쟁이 시절, 여름방학이 끝날 때면 그간 밀린 그림일기를 몰아 해치웠다. 그때마다 볼이며 손톱 밑이며 구석구석에 크레파스의 흔적이 남았다. 술에 취한 아빠가 사오신 크레파스는 색깔마다 그 향이 달랐다. 하늘색은 하늘 향, 연두색은 연두 향. 이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동심을 속세에 묻어버린 셈.스파클링 와인 육즙이 살아 있는 스테이크와 제격인 부르고뉴 피노 누아도 좋고, 싱싱한 해물 요리와 함께 마시는 쇼비뇽 블랑도 좋지만 잠들지 못하는 여름 밤, 안주 없이 딱 한잔하기엔 스파클링 와인이 제격. 기포가 주는 청량감은 물론 산뜻하고 풍부한 과일향이 더위에 늘어진 심신에 생기를 일깨워준다. 더치 커피 여름이면 더 찾게 되는 아이스 커피로 보통 5시간 이상 냉각수에 내려 만든다. 기다림의 미학을 요하는 만큼 맛과 향이 다른 커피에 비할 수 없다. 흡사 와인처럼 보디감이 있고 향과 풍미가 강렬해 커피계 와인으로 칭송받는다. 그 진가를 100% 음미하는 계절로는 역시 여름만한 게 없다.여름 장마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투명한 빗방울. 아스팔트에 문신처럼 늘어붙은 열기를 식혀주는 비릿한 비 내음은 사랑스럽고 가끔은 에로틱하게 느껴진다. 온몸이 촉촉해지는 비 내음에 물씬 취하고 싶다면? 무성하게 녹음이 진 공원을 거닐면서 주변의 대기를 감싸는 비를 느껴볼 것. 바닷바람 여름의 그것은 그 어떤 계절보다 강렬하고 진하게 기억의 한자리를 차지한다. 지평선 너머로부터 바람이 넘실댈 때면 비릿하지만 싫지 않은 바다내음이 한층 농후해진다. 그 바람을 등지고 서면 어디선가 솔솔 피어 오르는 향기. 달빛과 별빛이 첨가되는 서늘한 밤에는 그 향이 또 다르다.아카시아 초여름이면 아카시아가 꽃을 피운다. 지천에 눈보라처럼 날리는 아카시아 꽃을 보고 있으면 그윽한 향기를 자양분으로 여름이 열리는 듯하다. 여름은 향긋한 아카시아 향기가 코끝을 스쳐 온몸으로 스며드는 기적의 계절이다. 아카시아 내음이 없는 여름은 상상만 해도 무미건조하다. 매실 매화가 진 자리에 열리는 매실은 여름의 전령이다. 매실김치, 매실화채, 매실냉면처럼 밥상에 매실이 빠지는 법이 없다. 입에 대기도 전에 풍기는 매실 특유의 향은 한여름 더위를 잊게 한다. 허겁지겁 먹다 체한 손주를 위해 할머니께서 내주시던 매실차의 향은 옛 기억을 촉촉하게 되살려낸다. 머리끝에 물기 “서둘러 나온 걸까. 머리끝엔 물기가 채 마르지도 않았어. 처음 보는 얼굴인데 난 숨이 막힐 거 같아. 열차는 이미 떠나가고 그녀의 샴푸 향기만.” 어느 노래 가사처럼 촉촉한 머리끝의 잔향은 기분을 상쾌하게 해준다. 그녀의 향기가 사실은 샴푸가 아니라 향수였다는 건 알아도 모르는척 넘길 것.*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7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