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인디 영화의 숨겨진 보석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일본 영화, 볼 만큼 봤다고 자부하는 당신이라면 이 정도 컬렉션은 당장에 ‘질러야’ 옳다. 엄선된 인디 영화 8편들이 세트를 소개한다. 9디스크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격은 36,300원으로, 정가에서 75%정도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기회다. 철콘 근크리트의 두 주인공이 프린팅된 박스는 잘 보이는 데 두고 자랑하기 좋겠다. ::일본인디영화콜렉션,스폰지하우스,카모메식당,철콘근크리트,철콘,스트로베리쇼트케이크,올웨이즈3번가의기적,키사라즈캐츠아이,웃음의대천사,첫사랑,신동,주먹밥,아오이유우,니노미야카즈나리,나나난키리코,이케와키치즈루,우에노주리,마츠야마켄이치,나루미리코,쿠도칸쿠로,사쿠라이쇼,오카다준이치,윤손하, 엘르, 엣진, elle.co.kr:: | ::일본인디영화콜렉션,스폰지하우스,카모메식당,철콘근크리트,철콘

1. 카모메식당(2006)감독: 오기나미 나오코 출연: 코바야시 사토미, 카타기리 하이리음식은 사람의 정서를 이입하기에 적절한 대상이다. 주먹밥을 예로 들어 보자. 흰 밥에 정갈하게 얹어진 까만 김, 보이지 않게 들어 찬 속재료는 겉으로 더할 나위 없이 담백하지만 알수록 독특한 일본인(에 대한 보편적인 평가)과 흡사하다. ‘카모메 식당’은 일본 여성 사치에가 핀란드에서 경영하는 작은 식당으로, 주 메뉴는 주먹밥이다. 스시처럼 대충 이름만 걸어놔도 잘 팔리는 메뉴를 두고 굳이 주먹밥을 택한 이유는 따로 있다. 일찍 어머니를 여읜 사치에는 어렸을 적부터 가사를 도맡아야 했는데, 그 때 아버지가 드물게 만들어 주었던 주먹밥의 맛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충 쥐어 못난 모양이었지만 맛보다 더 소중한 아버지의 마음이 깃들어 있던 주먹밥. 사치에가 만드는 음식에도 소박한 따스함이 머문다. 손님이 들지 않던 카모메 식당에는 어느새 저마다 사연이 있는 이들이 모여들고, 사치에를 중심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차분히 나눈다. 의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는 과 등 많지 않은 작품으로 대외적인 ‘일본 영화’의 이미지를 쌓는 데 기여했다. 오기가미 나오코의 영화에 내내 흐르는 소박함과 간혹 등장하는 덤덤한 우스개는, 그녀가 그토록 예찬하는 주먹밥의 정서와 마침 꼭 닮아 있다. 2. 철콘 근크리트(2006) 감독: 마이클 아리아스 출연: (목소리) 아오이 유우, 니노미야 카즈나리사람의 손으로 만들어낸 존재는 때로 사람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우리와 ‘같은’ 모습의 등장인물이 전했을 때 충격적일 내용들은, 비슷하지만 사람이 아닌 무엇의 입을 빌 때 오히려 더 명료해지기도 한다. 원작자의 어린 시절, ‘철근 콘크리트’를 오독한 데서 유래한 ‘철콘 근크리트’는 배후에 막중한 의미가 지워진 애니메이션이다. 주인공 ‘시로’(백)과 ‘쿠로’(흑)는 홈리스와 야쿠자가 모여 사는 다카라쵸에 살고 있다. 테마파크를 지어 한 밑천 마련하려는 야쿠자와 외부 세력에 맞서 시로와 쿠로가 자신의 마을을 지키기 위해 나선다. 시로와 쿠로, 일본어로 백과 흑이라는 이름은 인간 내부의 선악을 은유한다. 선과 악의 팽팽한 균형만이 거친 사회를 살아나가게 하는 해법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기까지, 등장하는 다른 인물(?)의 이름이나 생김 역시 신화나 성경을 풍부하게 차용했다. 마츠모토 타이요의 원작 만화도, 마이클 앨리어스가 빚어낸 애니메이션도 장면마다 동화 같은 그림체와 달리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다. 어디다 정신을 쏙 빼 놓고도 그럭저럭 봐 넘길 말랑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시로와 쿠로의 목소리를 연기한 아오이 유우와 니노미야 카즈나리의 음색만큼은 친근하다. 3.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2006) 감독:이케와키 히토시 출연: 이케와키 치즈루, 나나난 키리코자의든 타의든 실연으로 가슴을 앓고 나면 나나난 키리코의 만화가 손에 잡힌다. 곱디 고운 종이 속 여자들은 현실에서처럼 연애에 실패한다. 기구한 사연이 어쩜 그리 하나같이 구질구질하고 청승맞은지, 겉보기에 멀끔한 나나난 키리코의 여주인공들은 사랑이라는 미세한 흠결로 인생의 큰 부분을 망친다. 남자친구에게 버림받고 변하기로 결심한 사토코, 평범해 보이지만 잘 나가는 콜걸인 아키요, 일러스트레이터 도코와 현모양처를 꿈꾸는 회사원 치히로까지. 네 명의 여자들이 그른 줄 알면서도 자꾸 저지르는 길티 플레저와 자기 연민은 비루한 현실 속 연애의 복사판이다. 특별한 남자의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해 주세요’ 처럼 평범한 소망을 입 밖으로 내어놓은 표현이 무던한 듯 시리다. 4. 웃음의 대천사(2006) 감독: 오다 이케이 출연: 우에노 주리, 세키 메구미다수의 비평가가 말한다. ‘문학은 현실을 담되 모자라거나 넘쳐야 한’다고. 오히려 맞춤 한 듯 오차 없이 들어맞는다면 문학은 특유의 오라를 잃고 기록과 역사의 자리로 끌어내려질 수밖에 없다. 이는 영화에도 적용될 수 있다. 영화는 현실을 담고 닮되, 무첨가 현실 그대로거나 실재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만들어지는 무수한 이야기들은 이런 당위 따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그런데 굳이 현실에 목 매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들에서 상상력의 끝을 볼 수 있으리라는 예측은 의외로 빗겨간다. 이 경우 상상은 현실의 반대편에 위치하지 않으며, 대체로 현실 속 욕망이 충실히 구현되어 고만고만한 판타지만을 양산한다. 하루 아침에 운명이 뒤바뀐 어리바리 여주인공, 상류층만 다니는 학교, 잘 생긴 오빠… 의 설정 역시 ‘욕망의 클리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순정, 학원, SF물을 넘나드는 장르 초월은 한없이 난감하다. 다만 매력적인 배우 우에노 주리, 세키 메구미 등이 영화에 간간히 윤기와 생명력을 부여한다. 꽃 같은 배우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두어야 하겠다. 5.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2005) 감독:타카시 야마자키 출연: 호리시타 마키, 코유키 강퍅했던 삶이라도 시간으로 덧칠하면 아련해진다. 이 영화는 일본의 고도 경제 성장이 막 시작될 무렵, 먹고 살기 바빴던 시절을 배경으로 한다. 보고 있자면, 몇 년 전 우리 나라에서 방영 되었던 드라마 가 떠오른다. 아직까지도 장미희의 명대사 “똑 사세요”가 회자될 만큼 알게 모르게 폭 넓은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였다. 먹고 사는 걱정은 없어도 상상도 하지 못할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는 지금이 무서운 어르신들은, 나름의 ‘벨 에포크(좋은 시대)’를 배고파도 정은 있던 그맘때로 설정해 놓은 것이리라. 복고에 대한 애잔한 향수는 한국, 일본 어디나 마찬가지다. 시골 소녀가 도쿄로 상경해 자동차 수리센터에서 일하게 되어 독특하고도 푸근한 3번가 사람들과 정을 쌓아간다는 내용의 이 영화는 2005년 일본 아카데미 12개 부문을 석권했다. 높은 인기로 2007년 속편이 나오기도 했다. 6. 첫사랑(2007) 감독: 이마이즈미 코이치 출연: 무라카미 히로시 은 2007년 국내의 LGBT 페스티벌에 소개된 적이 있다. LGBT란 레즈비언, 게이, 바이, 트렌스젠더의 앞 알파벳을 딴 것이다. 이란 제목만 놓고 보면 소년 소녀의 풋풋한 이야기로 착각하기 쉽다. 상큼하긴 하다. 그런데 소년과 소녀가 아니라 소년과 소년의 연애담이다. 주인공인 고교생 타다시는 동급생 쇼타를 사랑하지만, 게이라고 놀리는 반 친구들 탓에 고백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우연히 지하철에서 게이 커플인 히로시와 신지를 만나 두 사람을 몰래 뒤쫓는다. 타다시는 히로키와 신지에게 히로키의 친구 케이고를 소개받는다. 게이를 대하는 사람들의 편견을 다루려면 필연적으로 무거울 수밖에 없지만, 동성 결혼 등 까다로운 소재도 어둡지 않게 풀어 냈다. 놀랍게도 제작자 이사와 히로키&감독 이마이즈미 코이치 커플(실제로 그들도 게이다)은 슈퍼마켓 점원이나 유리창 청소부를 하며 주말마다 모여 이 영화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영화 제작비도 10만엔(한화 1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차근차근 일본 퀴어 영화의 기반을 닦아가고 있는 그들이 참으로 대견스럽다. 7. 신동(2007) 감독: 하기우다 코지 출연: 나루미 리코, 마츠야마 켄이치 음악은 마음을 ‘울린다’. 음악을 다룬 영화가 감동을 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도 먹먹하게 가슴을 울리는 영화다. 피아노 신동이지만 더 이상 피아노가 즐겁지 않은 13세 소녀 우타는 어느 날 피아노를 좋아하지만 재능은 평이한 와오를 만난다. 우타가 와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준 덕분에 와오는 가고 싶었던 음대에 수석으로 합격한다. 와오는 학교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고, 우타는 귀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메니어병이 점점 심해진다. 13세 소녀와 청년 티가 나는 대입 준비생의 피아노를 사이에 둔 우정이 아름답다. 영화 내내 흐르는 유려하고 세심한 피아노 선율처럼 이야기 역시 잔잔히 진행된다. 와오 역의 마츠야마 켄이치의 정적인 연기 이상으로 피아노 천재 우타로 분한 나루미 리코의 몰입이 돋보였다. 드라마 에서 앙큼한 여동생 역할을 맡았을 때와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나루미 리코의 10년 후를 기대해 본다. 8. 키사라즈 캐츠아이(2003) 감독: 카네코 후미노리 출연: 사쿠라이 쇼, 오카다 준이치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동명 일본 드라마의 영화 버전이다. 쿠도 칸쿠로라는, 일본에서 이름만 대면 실력을 인정하는 유명 각본가의 초중기작으로 사쿠라이쇼, 오카다 준이치 등 아이돌급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꽃다운 나이 스물 한 살에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붓상’은 겉보기에는 매우 건강하다. 언제나 붓상과 행동을 함께 하는 5인조 ‘키사라즈 캐츠아이’는 고교 시절 갑자원에 가는 게 꿈이었으나 지금은 야구와 맥주를 벗삼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어느 날 키사라즈의 대규모 록 페스티벌에 붓상과 그의 친구들이 출연하게 되고, 붓상은 죽음을 앞두고도 신곡에만 몰두한다. 그러는 와중 ‘육회’라는 한국 여자를 좋아하게 된 붓상. 붓상의 설렘이 유쾌하면서도 안타깝다. 육회 역할은 우리 나라 탤런트 윤손하가 맡아 이슈가 되기도 했다. DVD는 주인공 붓상의 죽음 전후로 ‘재팬 시리즈’, ‘월드 시리즈’ 두 편으로 나뉘어 출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