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예술의 항구로 리모델링 되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이젠 개념이 아니라 공간이다. 2005년 요코하마 트리엔날레에 갔을 때 가장 놀라운 것은 아시아 정체성의 해석이나 작품의 다양성,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가 아니었다. 먹물들의 이데올로기와 개념 싸움은 다 부질 없는 장난일 뿐이다. |

이젠 개념이 아니라 공간이다. 2005년 요코하마 트리엔날레에 갔을 때 가장 놀라운 것은 아시아 정체성의 해석이나 작품의 다양성,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가 아니었다. 먹물들의 이데올로기와 개념 싸움은 다 부질 없는 장난일 뿐이다. 진짜 내 심장을 뛰게 만드는 것은 요코하마라는 공간이었다. 나카무라 다카유키의 다큐멘터리 에 나왔던 그 특수한 공간 말이다. 나를 처음 포옹한 것은 대가들의 명성이나 작품이 아니라 항구의 컨테이너와 낡은 창고들이었다. 그건 2008년에도 마찬가지였다. 메이지 시대의 정부 창고를 개조한 붉은 벽돌 창고가 가장 아름다웠다. 요코하마는 요코하마 시립미술관이라는 뛰어난 현대식 건물을 갖고 있음에도, 트리엔날레를 이곳에서 진행하지 않았다. 그들의 선택은 버려진 창고였다. 시간의 테였다. 요코하마 트리엔날레는 현대 예술이 과거와 어떻게 다시 만나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반면 부산 비엔날레는 요코하마의 전략을 깨닫지 못하고 관객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오히려 서울에서 열린 몇 가지 행사들이 문화와 역사의 힘을 인식하고 있다. 작년 말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이 옛 서울역사에서 진행되었고, 최근에 끝난 플랫폼 2009가 금기의 공간이었던 기무사에서 열렸다. 역사적인 공간을 공공의 장소로 변화시키는 프로젝트였다. 잊혀진 공간들을 재발견하는 힘이 있었다. 그건 여전히 '기억'이 일상뿐만 아니라 예술 영역에서도 변함없는 화두라는 뜻이기도 하다(우리에게 '기억'이란 숙명이다). 이 공간들도 좋았지만 요코하마 전시처럼 리모델링한 건 아니었다. 자연주의자처럼 시간의 흐름을 안고 있는 공간을 내버려두는 것도 좋지만, 완전히 쇄락했다면 어떻게 그 지역 시민들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재생할지 고민하는 것도 중요한 숙제다. 그런 의미에서 소식을 듣자마자 인천 아트플랫폼 프로젝트에 매료되었다. 인천시는 중구 해안동의 근대 건축물 13개 동을 문화적 관점으로 리모델링해서 문화예술창작 스튜디오 단지를 조성했다. 만약 전시회를 보기 위해 서울에서 인천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이곳으로 간다면 말 그대로 플랫폼 전시가 된다. 인천역에 내리자마자 펼쳐지는 차이나타운이나 한중문화관은 서울 사람들에게 낯선 역사적 공간이 될지도 모른다. 개항장의 유적지를 거쳐서 아트플랫폼으로 가는 길은 자연스레 역사적 흔적을 더듬게 만든다. 이곳에서 매년 10월마다 자장면 축제가 열린다. 바로 한국과 중국의 문화가 절합되면서 자장면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조금 걷다보면 아직도 '대한통운' 로고가 남아 있는 아담한 창고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제는 다용도 전시장으로 변모해 있다. 인천아트플랫폼 개관 기획전은 '다시 개항'이다. 도시, 바다, 행동, 시간, 매체라는 카테고리로 사진전을 준비히고 있다. 마이클 웨슬리, 장 자오탕, 디오니시오 곤잘레스, 다니엘 부에티, 브라이언 맥키 등의 사진을 만나볼 수 있다. 익숙한 작가들이지만 초심자라면 편하게 즐길 게 있는 전시다. 물론 요코하마 트리엔날레처럼 대규모 전시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욕심을 내자면 인천이란 공간을 사유할 수 있는 특별전이 없는 것은 다소 아쉽다. 도시나 공간을 떠올리게 만드는 사진이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의미의 개항이라면 인천의 정체성을 고민할 수 있는 공간과 역사에 대한 질문이 있어야 했다. 최근 대중문화와 현대인의 욕망을 포착하는 다니엘 부에티의 사진 작업을 3곳에서 보았다. 서울의 작은 전시장, 아트 페어, 그리고 인천 아트플랫폼이었다. 어디서 보는 것이 가장 좋을지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겠다. 이젠 사진조차 어느 공간에서 만나는가에 따라서 그 의미와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사진을 품에 안은 공간이 스스로 진화하는 덕분이다. 끝으로 팁 하나. 인천의 숨결을 느끼고 싶다면 아트플랫폼에만 정차하지 말고, 중구청 부근의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까지 가야 한다. 이 거리 자체가 살아있는 역사이기 때문이다. 인천아트플랫폼 B, C동, 11월 30일까지. Exhibition 미학적인 실험과 내면의 조화를 시도했던 자유로운 영혼들 1. CoBrA 디 갤러리 Date 10월 23일~12월 1일 Tel 3447-0048코브라는 1948년 덴마크 코펜하겐(C), 벨기에 브뤼셀(B), 네덜란드 암스테르담(A)의 작가들이 파리에 모여 결성한 전위예술 그룹이다. 유럽의 이성적이고 합리주의적인 미술에 반발한 코브라 작가들은 틀에 박힌 전통을 타파함으로써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들은 표현의 자유와 진정한 예술이란 우리 모두의 내면에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권위적인 프랑스 미술에 반발했다. 과감한 실험정신과 철저한 이론에 기반한 그들의 작품은 다양한 미술 사조에 영감을 주었다. 코브라 이후 추상표현주의와 얼룩화인 타시즘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2. 조안 미첼: Drawings 국제갤러리 신관 Date 10월 22일~11월 22일 Tel 733-8449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여성작가 조안 미첼은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을 힘찬 붓놀림을 통해 표현해 왔다. 섬세하고 자유로운 색채의 조합으로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모험이 특징이다.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를 수료한 미첼은 1950년 뉴욕으로 이주해, 윌렘 드 쿠닝, 잭슨 폴록 같은 추상표현주의 1세대 작가들과 교류하면서 성장했다. 이번 개인전에는 1967년부터 1992년에 걸쳐 제작된 드로잉 30여 점과 함께 1950-60년대 사이에 제작된 6점의 페인팅이 전시된다. 30여 년간의 조안 미첼 작품 세계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 3. 마커스 웨겐맨: Frozen Desire 컬럼스 갤러리 Date 11월 14일까지 Tel 3442-6301유기적 형태의 색상이 덩어리로 빚어진 것처럼 화면을 꽉 차지한 웨건맨의 작품은 자유와 절제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여러 겹의 색채들이 리듬감을 창조하는 그의 세계는 추상화가 아니라 회화의 추상성을 추구한다. 흔히 시적이거나 단순화된 색을 사용하는 작가들과 비교 되지만, 그 세계의 독특함은 작업과정에 있다. 그는 과슈로 초기 드로잉을 스케치한 후 컴퓨터에 스캔하고, 디지털화된 이미지들의 색과 크기의 조합을 실험한다. 그후 알루미늄 평면 위에 투영시켜 색을 입히고 특수 도장치리를 한다. 이 과정에서 작품의 우연성을 열어놓는다.*자세한 내용은 엘라서울 11월호 NO.21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