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한 감성을 채워줄 인디신의 귀환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여름이라고 방방 뛸 수 있는 신나는 노래만 들으라는 법은 없다. 여기 장맛비가 배경이면 더 좋겠지만 조금 더운 날씨에도 기껍게 들을 수 있는 노래들이 있다. ::에피톤 프로젝트, 차세정, 짙은, 몽니, 타루,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봄날 벚꽃 그리고 너, 유실물보관소, 트리플, IF, 나비섬, 곁에, 별 달 밤, 새벽, Wonderland, Feel Alright, 빙하, 눈물이 나, 흔적, This Moment, 자우림, 이선규, 김진만, 델리스파이스, 차우차우, 나를 떠나가던, 나 지금 뛰어가고 있어, 일기, My girl friend, 인디, 메이저, 엘르, 엣진, elle.co.kr:: | ::에피톤 프로젝트,차세정,짙은,몽니,타루

1. 먼저 호감을 가지고 반복해서 들으면서 자연스레 다가오는 음악이 있노라면 몰랐던 어느 순간 불쑥 스치며 우연히 다가오는 음악이 있다. 후자 쪽이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타루가 피처링에 참여한 에피톤 프로젝트의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란 노래가 그랬다. 재생시간 5분 33초. 짧다면 짧을 수 있는 그 시간 동안 흔해빠진 대중가요에 지쳐있었던 귀가 편안하고 담담해졌다. 그 순간만큼은 무한 반복해서 들을 정도로 좋았지만, 무심코 넘어가고 있던 나날.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는 우연이란 참 신비스러운 것이 벚꽃이 지는 여느 날, 뉴 에이지 풍의 연주곡 ‘봄날 벚꽃, 그리고 너’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가사도 없는 그 무형의 연주로부터 눈만 감으면 3D 효과처럼 벚꽃이 눈 앞에서 날리는 듯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음에 짜릿함을 느꼈다. 차마 그 때 우연히 스치며 들었던 그(에피톤 프로젝트는 작곡가 차세정의 1인 프로젝트)의 음악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이상야릇한 우연 때문일까. 그냥 스쳤던 음악에서 이제는 먼저 찾아가서 다가오게 만드는 음악이 되었다. 2. 그의 정규 1집 가 발매되었다. 지금껏 따로 국밥처럼 그의 음악을 섭식했는데 긴 호흡의 완성된 결정체를 듣고 있자니 이유도 모르게 감성이 충만한 기분이다. 편식하지 않고 꼭 1번 트랙부터 순서대로 들어보길 권한다. 연주곡과 객원보컬들이 참여한 곡, 본인이 직접 보컬인 곡 등이 마치 탄탄히 짜여진 각본과 같이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형식에 구애 받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인데, 특히 연주곡에 가사가 있다는 점이 재밌다. 물론 그 가사가 노래로 불려지지는 않는다. (의도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연주곡의 가사들은 앨범을 구매해야만 볼 수 있다. 마치 시집을 연상시키는 듯한 가사집 때문이라도 앨범 구매 욕구를 팍팍 일으킨다) ‘무엇을 잃어버리셨습니까?’ 유실물보관소란 연주곡으로 시작해 현대인들이 상실하고 있는 것들(추억, 쓸쓸함 등의 잔상)을 조곤조곤 읊어준다. 13번 트랙까지 모두 재생된 후 ‘탁’ CD가 돌아가는 소리가 멈추면, 지금껏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꺼내기 위해 기억 속의 서랍을 열게 된다. 1. 추억은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다. 그 사적인 공간을 은밀히 염탐하길 즐기는 게 사람 심리. 몽니의 노래를 듣고 있자면 그(보컬 김신의가 작사작곡을 거의 다 하는 편) 혹은 그들의 추억을 몰래 훔쳐보는 것 같아서 괜스레 가슴 설렌다. 몽니는 개인의 감성에 모티브를 잡아 일상 속의 소소한 감정들부터 이별의 아픔까지를 보편적이고 일상적으로 접근하며 노래한다. 꽤나 절절하고 가슴 아픈 가사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멜로디만큼은 가벼운 미디움 템포로 무거운 분위기를 상쇄시킨다. 제목부터 수도꼭지를 튼 마냥 눈물 왈칵 쏟을 것 같은 ‘눈물이 나’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는 목소리 대신 특별한 기교 없이 창창한 목소리로 눈물이 나를 계속 외친다. 왠지 모를 나르시즘까지 느껴진다.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해 힘듦을 노래한 ‘흔적’도 같은 맥락이다. 가사와 멜로디의 반전은 꽤나 중독적이다. 그들의 음악이 주는 편안함과 의외성은 벗어날 수 없는 늪이다. 허우적거리다가는 더 험한 꼴 보게 될지어니. 2. 5년 만에 발매한 2집 앨범 는 이전보다 단단한 형체의 모습이다. 가려운 곳만 긁어 듣는 이를 만족시키며 조금 더 보편적이고 상업적인 음악을 하고 있다. 허나 대중의 요구에 적당히 응하면서도 변함없이 순수하고 고결한 그들만의 가치(몽니만의 색깔이라고 표현하겠다)는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기특하다. 인디와 메이저 사이의 진중한 고민을 영리하게 풀어낸 음반인 것 같다. 여기엔 자우림 기타 이선규의 프로듀싱과 베이스 김진만의 믹싱이 큰 역할을 한 걸로 보인다. 관록의 두 멤버 참여로 인해 사운드적인 모던함과 음악적인 다양성이 조화롭게 어울리고 있다. 타이틀 곡 ‘나를 떠나가던’ 말고도 델리스파이스의 ‘차우차우’를 연상시키는 듯한 ‘나 지금 뛰어가고 있어’, 비틀즈의 ‘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s’의 엔딩을 모티브로 편곡했다는 ‘일기’, 베이스 인경의 보컬을 들을 수 있는 ‘My girl friend’ 등 재미진 곡들이 가득하다. 14번 트랙까지 러닝타임이 끝나면 어린 시절 밀린 탐구생활을 다 끝낸 것 마냥 알찬 기분이다. 1.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짙은이란 이름에 이끌려 무작정 그들의 노래를 들었다. 잠이 오지 않던 어느 새벽, ‘IF’를 듣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짙은 목소리의 노래는 괜스레 센치했던 감성을 더욱 짙게 만들어주었다. 마치 뿌연 안개 속을 헤쳐나가는데 외롭지 않게, 그리고 헤매지 않게 나긋나긋 인도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들의 음악은 편안함, 서정적, 인간적임과 그로 인한 보편적인 친근함이다. 낙낙한 목소리와 다시 곱씹어 보게 만드는 가사는 쓸쓸한 마음을 적당히 보듬어준다. 총 8번 트랙이 재생되는 동안 같이 호흡하고 절대적으로 공감할 수 있다. 처음 접하는 이들마저도 조용하고 따뜻하게 포용할 수 있는 짙은의 음악에는 작지만 강한 힘이 있다. 첫 공중파 방송 에서 멋진 라이브를 보여주었던 ‘나비섬’, 드라마 OST로 유명한 ‘곁에’, ‘별, 달, 밤’이란 노래까지. 이들은 잠 못 이루는 새벽을 함께 해 준 고마운 친구이자 동반자였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2. 오랜만에 란 EP 앨범으로 돌아온 짙은. 드라마 에 삽입 되었던 기존 곡을 재 편곡한 ‘Feel Alright’를 시작으로 그 동안 절제된 음악에 갈증을 풀어주는 듯한 시원한 사운드의 ‘빙하’로 끝을 맺는다. 하나씩 넘어가는 트랙들과 함께 감정은 점점 고조되어간다. 이 트랙 순서들은 고심 끝에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이라고 그들이 인터뷰에서 히기도 했다. 듣는 이들의 감정을 쥐락펴락하며 서서히 그들의 음악에 몰입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꽤나 영리한 방법이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빠져들던 혹은 정말 모르고 빠져들던, 결론은 하나로 집결된다. 많은 이들이 그들의 음악을 사랑하고 이해하고, 그리고 원한다는 것. 짙은의 음악 속에는 다시 꺼내고 싶은 향수, 그리움, 애틋함이 공존하고 있다. 모든 것을 허황된 과장 없이 그대로 보여주지만 그 속에서 생동감은 더해진다. 이것이 우리가 그들의 음악에 열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