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배우들이 사는 법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여배우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무대위다. 칠흑처럼 어두운 무대에서 여배우는 자신의 캐릭터를 완성해간다. 관객들의 온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된 것도 잊은 채 꺽꺽 소리 높여 울고 웃는다. <레이디 맥베스>로 서늘한 맥베스 연기를 펼친 서주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로 생애 처음으로 완성된 엄마 연기를 선보인 정애리는 언제나 무대에서 빛이 난다.::엄마, 어머니, 사랑과 전쟁, 사랑과 야망, 태양의 여자, 아내의 유혹, 잘했군 잘했어, 정애리, 서주희, 연극,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레이디 맥베스, 대학살의 신, 잘자요 엄마, 제시, 마리화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엘르, 엣진, elle.co.kr:: | ::엄마,어머니,사랑과 전쟁,사랑과 야망,태양의 여자

“아니되옵니다. 마마. 그 말씀만은 거두어 주시옵소서.”사극 의 한 장면처럼 말이 나올 뻔 했다. 2008년 10월 초였다. 최진실의 자살이 연예가를 넘어 사회의 문제로 대두되는 시기였다. 에서 제시 역을 맡은 서주희를 만났다. 여성 관객들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이 연극은 딸 제시가 엄마 앞에서 자살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대 뒤에서 자살을 연기한다(자살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총 소리만 들린다).연극이 끝나고 나면 무대 뒤에서 자살한 서주희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서 나타난다. 관객이 보지 않아도 제시의 죽음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눈물을 쏟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도대체 이 배우,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무조건 만나자고 졸랐던 적이 있다. 기자가 아니라 순전히 사심 가득한 광팬의 마음이었다. 무대 뒤에서 수건에다 눈물, 콧물 모조리 흘린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심지어 입에다가 수건을 물 정도로 그악스럽게 울었던 모양이다. 배우들의 자살에 관해 심각하게 논의를 한 이후, 작품 선정에 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최근 출연 작품 수가 너무 적어서 만나기가 어렵다는 투정(?)을 부렸다. 제발 무대에 많이 나와 달라는 부탁을 하고 말았다. 그녀는 환하게 웃으면서, “그럼 그냥 놀러와. 친구로 자주 만나자구”라고 답했다. 배우라는 아우라를 무대 위에 벗어놓고 다니는 연기자. 그렇게 진솔하고 털털한 사람을 만나는 일이야 항상 기쁜 일이다. 그러나 마음으로는 “아니되옵니다”를 외치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 자신을 발산하는 그녀를 보는 것이 200%는 더 즐겁기 때문이었다. 지성이면 감천인지? 그후 2년 동안 서주희는 무대에 자주 올랐다. 그녀는 작품을 선정하는데 있어 카탈스러운 걸로 악명 높다. 그렇다. 자신의 마음에 쏙 들을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 아니면 연기하기를 꺼리는 걸로 정평이 나있다. 그야 자신을 지켜나가야 하는 연극 배우에게 꼭 필요한 자세다.이유야 어쨌든, 서주희는 그동안 분주했다. 동성애 스캔들을 다룬 퓨전 사극 , 평강 공주로 나온 , 철 없는 두 부부의 싸움을 그린 에 출연했고, 최근에는 이젠 전설이 된 공연 로 잠깐 돌아왔다. 셰익스피어의 를 재조명한 는 맥베스의 욕망을 자극하는 팜므파탈 맥베스 부인의 심리 묘사가 주가 된 작품이다. 1998년 초연 이래, 서주희는 정동환과 수 차례의 공연을 거듭하면서 '맥베스 부부'로 12년의 세월을 호흡해왔다. 이 연극에 대한 서주희의 깊은 애정을 듣고 싶었지만, 이번엔 공연을 감상하는 것으로 그쳐야 했다. 소문난 공연답게 10회 공연이 모두 매진이 되어서, 간신히 보조석에 몸을 맡기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녀는 야스미나 레자의 에서 아네트로 나와 마지막 순간 광분하며 베로니카(오지혜 역)의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는다. 관객들은 아네트의 뜻밖의 일탈에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아줌마로 나온 서주희는 마치 소녀처럼 발랄하고 귀여운 에너지를 내뿜는다. 반면 악마적인 그로테스크함과 카리스마를 내세운 는 두려움과 떨림 사이에서 방황하는 숙명의 슬픔을 노래한다. 2010년이 반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무대 위에서 의 못 말리는 아줌마로, 의 야심가득한 요부로 자리잡았다. 그녀는 나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너무나 가벼우면서도 심장이 진동할 정도로 너무나 깊었다. 커튼콜을 하기 위해 걸어나오는 그녀를 보면 항상 차기작이 기다려진다. 그것이야 말로 배우의 힘이다. 서주희의 힘이다. 다음에는 꼭 무대 밖의 ‘레이디 맥베스’와 커피향보다 더 찐한 인생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이번에도 오랜 시간을 기다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무대 위의 정애리는 어딘지 넋이 반쯤 나가 보였다. 십 수년간 연기를 해왔지만 요즘처럼 정신없는 건 모두 연극 이 그녀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정애리가 연극에서 맡은 배역은 엄마다. 그것도 십 수년간 가정주부로 살뜰하게 가족을 챙기는 평범한 엄마. 차이가 있다면 이번엔 치매가 걸린 시어머니에 의료사고로 종합병원 의사로 강등된 남편, 이기적인 딸, 사고뭉치 재수생 아들까지 그녀가 떠안은 짐 덩어리가 물에 불은 솜처럼 몇 배로 불어나 있다는 점이다. 종내 말기 암 판정까지 받은 그녀에게 더 남은 일이 무엇인가 싶어 절망스럽기도 하지만 정작 무대 위의 정애리는 어느 때보다 편안해 보인다. 그간 고독했던 자신의 연기 인생에서 생애 처음으로 함께 씨름할 수 있는 온전한 가족과 함께 여서일까. 그제서야 홀로 지고 있던 모든 짐을 내려놓을 수 있어 일견 시원해 보이기도,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야 잃었던 여성성을 되찾은 것 같아 생기 있어 보이기도 하다.그녀가 드라마에서 열연했던 엄마는 에서 혈혈단신으로 삼남매를 건사하던 때만 제외하면 물질적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가정은 온전한 적이 없었다. 친딸을 잃어버린 채 가슴 시린 세월을 살거나() 자신의 집을 망가뜨린 약혼자의 복수를 위해 이를 악물고 살았다(). 에서나 현재 출연중인 에서는 또 어떤가. 남편과 사별한 채 아들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왔다. 정애리표 ‘엄마’는 고독하다. 그녀에게 남편의 부재는 익숙한 일이다. 대신 그녀의 온 신경은 자식에게 향해있다. 인간관계에서 실패한 개인적인 경험은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자신을 몰아 세우게 만들었다. 거짓말을 용납하지 못하고 자신이 정한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한다. 이런 고집스러움은 단순히 자신에게 그치는 게 아니라 자식에게 향한다. 따라서 자식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배우자를 선택하거나 혹은 자신이 생각하는 인생의 좌표에서 빗겨날 때 곧장 분노할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드라마에서 정애리식 엄마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다.그렇지만 그녀에게 무턱대고 비난만을 할 순 없다. 자식은 바로 그녀 자신이다. 온전히 타인의 인생을 통째로 감싸 안는다. ‘네 죄도 내 죄고 내 허물도 네 허물이야’, ‘내가 너야. 네가 나야.’ 자식을 내 몸과 같이 생각하기 때문에 허물까지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길다. 그런 정애리의 모정을 자식이 이해할 수 있는 것도 꼭 그 만큼이 걸린다. 길고 긴 성장통의 터널을 헤어나와 자식이 타인과의 완벽한 관계를 완성했을 때만이 홀로 지난했던 세월을 보낸 엄마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제서야 엄마와 자식간의 일대일 관계가 성립되는 것이다.“엄마라는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생각보다 가족과 엄마가 맺는 관계를 통해 소통의 힘을 보여주려 했다.” 연극 의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정애리가 한 말이다. 정애리는 더 이상 혼자서 모든 것을 감내하는 구도자의 길은 걷지 않으려고 한다. 진정한 소통의 힘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연극에서 그녀의 모정이 더욱 특별하다. flashObject2('winTop','/elle/svc/elle_admin/etc/Sub_Video_Player.swf', '100%', '320', 'flvpath=rtmp://movie.atzine.com/vod/REPOSITORY/2010/06/30/MOV/SRC/01AST022010063062659010858.FLV',','transparent');